근 몇년간 5월이 되면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올해부터는 4월도 마음이 괴로운 달이 되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무슨일이 있었던 달에 의미부여하기 시작하면, 몇년후엔 일이삼사오육칠팔구십십일십이월이 다 괴로운 달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인생은 원래 그렇게 괴로운 것이라는 깊은 깨달음(?)을 얻으며 초월하게 되는 것인가? 뭐 사실 궁금한건 그런게 아닌거 같기도 하다. 


아픈건 아니지만 그리 건강하지도 않은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다. 마음 한구석에 한번도 열어보지 않은 감정이 한 덩어리 있다. 눈에 띄지 않게 마음속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고, 마음이 조금만 더 튼튼해 지면 열어봐야지 하며 차일피일 미루기만 했다. 마음이 안 건강해져서 못열어보는 건가, 안 열어서 건강해지지 못하는 건가. 사실 이것도 내가 진짜 궁금한건 아닌거 같다. 


오랜만에 칙센트미하일리의 책을 꺼내 읽다보니, 내가 그 책을 처음 읽던 7-8년 전에 비해, 어떤 일에 정말 몰입하는 경우가 정말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요즘 별로 행복하지가 않아서 생긴 기억의 왜곡인지는 몰라도). 어디서 부터 에너지의 균형이 깨진걸까. 정말!! 이 원인모를 무기력함은 왜 이렇게 지속되는걸까.


그러고 보니, 요즘 스스로에게 질문을 별로 안했다. 혹여 못난 나를 마주해야 할까봐, 일로, 사람으로, 야구로 피하고, 또 피하고 자꾸 피했다. 몰입을 방해하는 외부요인들이 많으면 일단 그것 부터 치워 놓는것이 방법일 수 있는데, 그 외부요인이 무엇인지 사실 감이 잘 안온다는것이 이 장기적인 무기력함의 문제라면 문제라 하겠다. 감이라도 잡으려면, 그 꽁꽁 숨겨놓은 마음을 꺼내서 들여다 보면 될 것 같은데, 나한테 그럴 용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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