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프로젝트가 기획되는 과정을 보면서 하루종일 두근두근했다. 어렴풋이, 예전에 문화기획이란 말을 처음 배울 꿈꿔왔던 어떤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그간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있는 일을 해오던 기획자들과 단체들의 저력이 느껴져 감회가 새로웠달까


최근 진행한 연구에서 내가 가졌던 질문중 하나는 사람들은 머리로는 사회의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사회 변화를 위한 행동에 주저하며, 심지어 문제를 양산하는 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노오력에 열중할까. 여기에서 작동하는 심리적 과정이 무엇일까라는 것이었다.


인터뷰 과정에서 만났던 많은 사람들이 보였던 지배적인 정서는 학습된 무기력 혹은 예기된 불안이었다

'어차피 변하지 않을거야. 이제까지도 변했잖아.', '세상이 변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텐데, 나는 지금 앞가림도 바빠.', '내가 국회의원 되면 몰라도, 개인으로서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목소리를 내는 의인들은 결국 희생 됐잖아.'  ‘목소리를 내기 위해 걸어야 것은 많은데, 얻을 있는게 뭔지 모르겠어.’ 같은 생각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우리가 자꾸 무기력에 빠지는 것은정치변화 같은 것을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고, 원하는 목표를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 실패라고 여기는 사고 방식에 어느정도 기인한다는 생각을 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어떤 자격이나 역량을 갖추어야만 사회에 목소리를 있다는 생각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런 생각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변화의 주도적 참여자가 되는 것을 회피하는 합리화 기제로 활용되는 동시에, 스스로를 사회 운동의 관찰자이자 평가자로 포지셔닝 하게 만들었다.  


이런 저런 인터뷰의 내용을 곱씹다 문득, 이번 정국에서 어떤 결과를 맞이 하던 간에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같다는 생각에, 미리 냉소하고, 불안해 하고 무기력 했던 나를 마주했다


어쩌면 나에게, 우리에게 필요한건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있는 무언가를 일단 해보는 것이다. 관찰자나 평가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있는 어떤 노력을 직접 해보는 .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멋진 사람들과 생각과 지지와 자원을 나누는 . 멀리서 때는 노력들이 성공이나 실패로 단순히 평가 될지 모르지만가까이 행동할 예기치 못한 많은 사건과, 이야기와, 사람과, 의미를 마주하고 발견할 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실 나와 우리를 크게 만드는 것은 그런 경험들 아니겠나!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이면, 뭐라도 되지 않을까



사실 정국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정말 모르겠다


우리를 기다리는 결말이 무엇이든 간에, 결코 무기력을 한번 학습하지는 않으리라 다짐하며, 멋있는 기획에 참여한다

문득 문득 나를 울컥이게 만들었던 거리의 목소리들, 그리고 이렇게 많은 멋진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기억하고, 기록하리


나의 정신은 이미 승리하고 있는 중인데, 현실도 승리가 있길

우리는 때로 무기력했지만, 결코 무력하지는 않다는 것을 확인할 있는 시간이 되길

우리가 함께 만드는 엔딩의 모습은 예상했던 해피엔딩과 조금 다른 모습일지도 모르지만, 또한 해피엔딩, 혹은 희망적인 과정이 되어, 다음 단계의 우리를 기대할 있게 되길.


지금 참여하러 갑니다. =33



, 우리 대통령님은 정말 대단하셔서, 몇년만에 페북에 글을 쓰게 만드네.


내 블로그에 촛불은 촌스럽지 않아 라는 폴더가 존재하네!!! 이게 아직도 유효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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