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02 어쩌다 출장. 미뤄두고 온 일이 하나씩 떠올라 괴로운 아침을 보내다 내 자리를 만들고 안정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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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어쩌다 만난 선배가 "살다보면 #나는누구이고여긴어디인가 란 질문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질문이라는걸 깨닫는 순간이 오고, 그러고나니 그냥 눈앞의 현재에 충실하게 되더라..." 는 류의 이야기를 참 얄미롭게도 하던 기억이 뜬금없이 떠오른 아침 ㅋㅋㅋ 나는 익숙해진건가 익숙해 질것인가. 깨달음이 올때도 되지 않았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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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불확실, 어쩌다의 향연으로 이루어진 세계에 살면서 의도와 계획의 논리를 바람직한 것으로 여기도록 배우고, 그래서 이전에 없던 의도와 의미를 메이킹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나는누구이고여긴어디인가 라는 질문은 어쩌면 당연하고 건강한 질문일 수 있지 않을까. 뭐 그런저런 생각이 드는 비오는 가을. 비오는 날의 어쩌다 경상대.

뫼비우스의 저주에 걸린 것 마냥, 똑같이 생긴 길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양도 만나고, 염소도 만나고, 소도 만나고, 말도 만나고. 그리고 나서 또 달리고, 달리고. 열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에 다다라 다른 일행을 실은 푸르공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을때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손뼉을 쳤다. -

최소한의 물, 최소한의 전기가 허락된 유목민 게르에서, 주인장의 난로에 구워진 내 생애 가장 맛있는 양고기를 먹었다. 쏟아지는 별 아래서, 조용하고도 낙천적이고 하나하나 대단했던 최고의 여행메이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

사방이 땅과 풀 밖에 보이지 않는 길을 한참 달리다가 인터넷 신호가 갑자기 잡히면 그것은 곧 마을이 나타난다는 뜻. 길인지 길이 아닌지도 모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거짓말처럼 우리를 반기는 사람이 있다. -

끝없이 달리는 동안 대체로 나는 아무생각이 없었지만, 때때로 나는 내가 미처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과 그들의 시간을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 이 길을 달렸던 사람들을, 사막에서 길을 잃어 유령이 되었다는 사람들을, 사막에 덩그러니 집을 설치하고 사는 유목민 가족의 하루를 생각했다. 이 길이 길이 아니었던 시절부터 수십년이고 이 길을 오갔던, 그래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도 늘 있던 일이라는듯 시크하게 장비함을 꺼내는, 표지판 하나 없이 목적지를 찾아내는 우리의 기사 아흐는 이 땅에서 어떤 것 까지 경험해 봤을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흐의 십수년치의 경험들 덕분에 우리 여행이 훨씬 수월하고 즐거울 수 있었다는건 분명했다. -

여행의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겨우 펼쳐본 책 월든에서 소로우가 쓴 이 구절이 특히나 마음에 남았다. “사람들이 찬양하고 성공적으로 생각하는 삶은 단지 한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다른 여러종류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한 가지 삶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이제곧서울로갑니다 #새까매져서 #나의삶이있는곳으로 #아아이시간감각무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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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에서 현지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 마다, 와 어떻게 이사람들은 여기에서 태어나고, 나는 한국에서 태어나게 된걸까. 그 사실 하나만으로 우리의 삶은 어쩌면 이토록 다른가를 생각했다. 비단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한 나라 안에서도 누군가는 금수저로, 누구는 흙수저로, 누군가는 사막에, 누군가는 복잡한 도시의 빈민가에서 태어난다. 어떤 사람이 놓인 처지를 사회적 관점에서 보는 것과 그 한사람의 인생의 관점에서 보는 것은 얼마나 다른가. 한사람의 인생의 관점에서 누구의 삶이 더 낫고, 더 불쌍한 것인지 평가할 수 있을까. 그런데 그것은 사회적 관점에서 또한 마찬가지 아닐까. 쉽게 비교 하지 말고, 우쭐하지도 비관하지도 말고, 한국에 돌아가면 내 자리, 내 위치에서 묵묵히 내가 해야할 일을 해야지. 어쩌면 삶이란 것은, 눈앞의 것을 해결해나가는 단순한 과정인지 모른다. 무언가가 되기위해 준비를 준비하며 사는게 아니라, 눈앞의 것을 닥치는 대로 하다보니 무언가가 되어버리는 것이 인생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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