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일기. 오늘은 끝까지 쓸 수 있기를.
(이러다 결국 시리즈를 썼구나 내가 ㅋㅋ)


#1. 끝이없는 자기탐구


대학생 때인가, 누가 내 꿈에 대해서 물은적이 있었다. 우물쭈물 하다가 아마도 이런식의 대답을 했던거 같다. '내가 누구인가를 아는 것, 또 언젠가 내가 죽을 때 정말 안쿵쿵 답게 살았다라는 생각이 드는것.' 이라고. 아아 정말 오글거려서 내 손으로 쓰기도 힘들지만, 정말 저렇게 말했던 기억이 났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요즘 들어 어릴때 무심코 했던 저 말이 정말 인생의 목표가 될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어쩌면 내가 저렇게 말해버렸기 때문에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걸지도 모르지!)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가장 좋은점 중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내가 어떤 삶의 방향을 추구하는사람인지, 내가 지금껏 살면서 발전시켜오던 아이디어와 딜레마들을 조금 더 예리하게 관찰하고, 차이와 다름을 포착해내고, 또 그것을 나의 언어로만이 아니라 이미 역사속의 누군가가 정리한 언어로 정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무엇보다 가장 좋은 (그렇지만 다소 충격적인)것은 나에 대해서 내 스스로 가지고 있던 편견들을 마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중 또 많은 것들은 논리적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가 없거나 양립할 수 없는 두가지 욕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나에 대한 발견이다. (ㅋㅋ) 많은 사건과 생각들이 지나갔지만, 몇가지만 소개하자면 이런 것이다. 다양성을 추구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것을 강조했지만, 정작 내게 닥친 몇몇 문제들에서 내가 다양성을 몹시도 불편해 하더라는 것. 과학적 입증 좋아하시네- 하며 콧방귀를 퐁퐁 뀌면서 질적이고 해석적인 연구방법과 철학을 공부하길 좋아라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나는 '통제와 예측가능성'을 내 삶의 전반에서 너무너무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더라는 것.


어쨋든 이런 자기탐구가 나는 재미있고 좋다. 공부를 시작한 이후에 스스로 이전에 내가 해오던 일에 대한 자신감의 수준이 질적으로 달라져 있다는 느낌을 몇번 강렬하게 받았다. 그 자신감은 학위를 따거나 그 이전에 배우지 못한 것들을 비로소 대학원에서 배울 수 있어서가 아니라 이전과는 새로운 방식으로 꽤 강도가 높은 자기탐구를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주어졌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얼마전에 몇명의 사람에게 지금이 내 인생의 황금기가 아닐까 한다고 말한적이 있는데, 나는 지금 보내고 있는 이 시간들이 내가 바라는 '찰진' 사람. 단단하고도 유연한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 대해 안다는 것은 생각보다 그리 쉬운일이 아닌것 같다. 내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동안 나는 내가 바라는 나,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나, 남들 눈에 좋아보이는 나와 남들이 주목하는나, 실제의 나를 잘 구분하질 못했고 지금도 그러질 못하고 있다. 어쩌면 아니 아마도 그것은 절대로 구분이 가능하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의식적으로 구분해 보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스스로에 대해 아는 것'이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삶의 문제라고 점점 확신하게 된다. 갑작스럽게 다가온 그 기회가 왜 내키지 않은지, 다른 사람들과 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어떤 사람. 혹은 토를 달기 힘들 정도로 논리적이고 알기 쉽게 쓰여진 어떤 글이 나는 왜 불편하게 느껴지는 건지. 나는 왜 어떤 사람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이 겁이 나는지. 그런 질문들에 답을 하려면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내 안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덮어 두고 무작정 잘될거야 라던가, 상대방의 태도만으로 귀인을 하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 시간들을 보내면 안된다. 그렇게 되면 관계도, 지적 토론도 내 삶도 공허해 진다. 


예측불허, 통제 불가능의 삶. 뒤통수를 후려맞는 타이밍은 늘 기가막히고, 우리가 매일매일 마주하는 사건과 고민들은 늘 그 이전의 상상력을 초월하거나 그것을 가볍게 무시해 버리기 일쑤다. 늘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스스로가 어떤 입장에 있고 어떻게 사고하는 사람이며 어떤 삶의 방향을 취하는지가 분명하다고 해서 그러한 일들을 덜 겪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일이 닥쳤을 때 덜 당황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덜 방황할 것이다. 사소한 사건에 너무 크게 당황하곤 하던, 어떤 일을 두고 너무 오래 방황하곤 하던 난 이걸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할 수 있다. (아놔 나 또 간증하고 있네 ㅋㅋㅋㅋ)  



이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마케팅 공부할 때 배웠던 swot분석 툴을 떠올린다. 원론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에 대한 좋은 기획이 나오려면 외부환경에서의 기회와 위협에 민감해야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 대한 강점과 약점을 기본적으로 잘 알고 있어야 한다. swot분석을 다루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기회와 위협요소는 설득의 대상 혹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지만 강점과 약점은 비교적 안정적이다. 내 삶에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요소가 무엇인지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만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것이 기회인줄 알고 위협이 되는 요소는 적절하게 피해갈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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