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러워 설레었던 이메일 한통을 받고
내가 썼던 답장!
쓰다보니 내 주위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픈 이야기라
허락받고 블로그에 올림!

나는 편지 쓰는걸 그닥 잘 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요즘 블로그에 일기쓰는것 보다
편지 쓰는게 더 좋다.

공지영처럼
나중에 편지쓴걸 다 묶어서 책을 만들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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힛. 고마워.


실은 전에 니가 피정 다녀온 이야기 하면서
내이야기를 했을때 표현은 못했지만 디게 좋았어 ㅋㅋ
너에겐 항상 받는거 만큼 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있었거든.


최근 격동의 몇개월 동안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었어.

난 어린시절부터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기대를 한몸에 받는 경우가 많았어. (크, 이래 적어놓으니 자랑같지만)
어릴땐 그런게 기분이 좋았고,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른사람들 보다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었어. 

언젠가 부터 그게 의문스러워 지기 시작했어.
뭔가 책임 져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힘들어 하거나 불만을 표출할때
그게 왠지 내 탓인것만 같았거든.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서 보면
난 가족의 일원으로서도, 친구로서도, 연인으로서도, 팀장으로서도
20점의 삶을 살고 있는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를 80점으로 평가하고 있다는게
늘 의문이었어.
그리고 사람들이 20점의 나를 발견하고 비난하지 않을까
항상 전전긍긍, 무서웠었지 ㅎㅎ


내가 '관계'를 잘 지키지 못한다는 자격지심때문에
굉장히 힘들었던 어느시기에
너한테 그런 이야기를 듣고,
한번 같이 일하는 동료들에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었어.
'난 요즘 관계를 잘 하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너무 힘들다.
그런데 최근에 내 친구가 나에게 그런말을 해주어 너무 다행이란 기분이 들었다.'라고
그때 한 동료가 내게 너와 비슷한 말을 해줬어.
내가 따로 챙겨주어서가 아니라, 그에게 항상 자극을 주어서 좋다고.


그때 생각했지.
이미 사람들은 20점인 나를 이미 알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 외의 60점도 알고 있었구나..
그리고 그들에겐 일반적인 20점 보다
안쿵쿵이 가진 60점이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거구나.



흐흐 어쩌다 보니 메일이 길어졌지만,

요즘 이런생각들을 해
이세상엔 '당연히 ~~ 해야해', 라던가 '~~~ 하는 것이 바람직 해' 라는 당위와
성공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고, 연애를 잘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고,
리더십은 어떠 어떠 해야하고, 자기계발을 해야만 하고 ..하는 '해야하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행복하지 않은것 같다는 생각.

그런것들에 비추어 보면 난 항상 이십점일수 밖에 없는데,
우리 사장님도 항상 이십점이라 직원들 한테 비난을 받고
내 연애도 항상 이십접이라 이걸 헤어져야하나, 말아야 하나 매일 고민이되고
그러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말이야.

사실은 그사람은 항상 백점인데
어느날은 육십점도 되었다가 어느날은 삼백점도 되었다가 하는거 아닐까.
그런데 자꾸 사람들이 규칙과 기준을 만들어서
스스로를 이십점으로 만들고 있는건 아닐까.

물론 그것이 어떤 조직이거나, 국가라면
그것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규칙과 기준을 만드는게 당연하겠지만
한번 뿐인 인생,
내 삶을 꾸리는데 까지 남들이 주는 규칙과 기준을
굳이 따져야 하는건가.? ㅎㅎ


며칠전에 내 일기장에도 비슷한 내용을 쓰긴 했지만,
그런것들은 내가,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
그것이 가족이건, 친구건, 연인이건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려할 수 있는 만큼
내가 양보할 수 있는 만큼만 지켜지면
내 멋대로 살아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


난 한사람 한사람 안에 멋진 우주를 가지고 산다는 희망을 믿고 사는거 같아.
가끔 정말 이해가 안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사람들은 그 사람 나름의 우주를 가지고 살거야, 그치? ㅋㅋㅋ
(아 이래서 내가 요즘 예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산다. 원수까지 사랑해가며 ㅋㅋ)


어찌되었건 말이야.
나에겐 너도 백점인 사람이란다. ^^
너의 우주를 다 탐험해 볼수는 없겠지만
너의 우주가 참 편하고 좋아.

그사람에게 너도 백점일꺼야.
니가 알고있는 이십점 말고
니가 잘 인지하고 있지 못하는 팔십점이
그에겐 있을걸?



흐흐. 힘내고!
근무시간에 친히 메일까지 써주어 정말 고맙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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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쿵 올해 몇살이지?'
'스물일곱이요'
'헐- 이제 안쿵도 어른이구나'

올해 들어서 몇번째 똑같은 대화를 했는지 모르겠다.



*
평생동안 사춘기처럼 질풍노도의 시절을 자주 맞닥뜨리게 될거라는 예상은
스무살 즈음부터 나에겐 그냥 당연한 진실같은거였다.
그것이 건강하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번엔 조금 달랐다.
통제불가능한 것에 대한 화와 두려움,
벌거벗은채 까발려 지는 듯한 수치심,
잘못된 자기애에서 비롯된 솔직하기 힘듬과 외로움
어쩌면 이렇게 불행한 일이 삶의 전 영역에서 펼쳐지는 걸까 당황스럽기도 하고
과연 상처를 입은 마음이 회복이 될까 불안하기도 하다.

스물여섯에서 스물일곱으로 넘어가는 동안
내가 끊임없이 확인해야했던 것은
삶의 진중함, 그것에 대한 필요나 당위
인간에 대한 배려, '관계'의 무거움.

그리고 그 당연한 이야기들을
책을 통해 읽어서 아는 것과
삶을 통해 처절하게 깨닫는 경험을 하는것은
명백히 다르다는 것.

편하게 살고 싶어하던 나의 비양심적 게으름의 수렁에
나도모르게 침몰되어가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다.
편한것을 기대했지만, 늘 돌아오는 것은 불편한 마음이었다.

다원예술 연구 프로젝트의 마지막 식사모임.
나보다 8년, 많게는 15년을 더 많이 산 그녀들의 대화에서
내 불편한 마음의 중심에 '관계'라는 화두가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안쿵쿵을 볼때, 원만한 인간관계의 소유자라는 겉모습을 흔히들 보지만
어린시절부터 '관계'는 내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누군가 내 삶에 깊숙히 들어와 내 치부를 발견하는 것이 두려웠고
내가 누군가의 삶에 깊게 감정이입을 하여 집착이나 욕망을 키워버릴까 늘 불안했다.
가족도, 친구도, 동료도, 어쩌면 연인에게도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그 누구에게도 나를 싫어하게 될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있지만, 그것을 끝끝내 마음속 깊이 인정하지 못하고 항상 의심을 했다.

삶은 언제나 관계들로 얽혀 있고
어떤 관계가 나빠졌을때 삶에서 중요한 관계는 회복하려 노력을 하는 것이
교과서에 나올법 한 공식 같은 것인데
왜 어린 나는, 스물일곱의 게으른 나는
개선 대신에 잘라버리는 선택을 해왔던걸까.  

그나마 다행인것은
그래도 내 주위엔 '관계'의 진중함을 익히 알고 나를 이끌어주는 사람이 많다는 거다.
하지만 '관계'는 어느 한쪽의 의지로 이루어질수가 없어서
내가 지금처럼 무반응의 상태를 지속하면 상대방도 지치거나 포기하겠지.
고마운마음과 미안한 마음, 그리고 조급해지는 마음이 함께 있다.



&

그러고 싶진 않은데 요즘 글을쓰면 한없이 추상적이고, 어렵고, 우울한 기운이 그득하다.
그래서 며칠째 일기장을 폈다 접었다 한다.
나는 지금이 지독한 성장통을 겪는 시절일거라고 믿는다.
아마도 점장이의 삐뚤빼뚤한 글에서 처럼
'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겨울잠에서 깨어날 그때가 머지않았다고 믿는다.  
추상적이고, 어려운 삶의 개념들이 명료하고 구체적이며 쉽게 정리될 것이다.
그러기위해서, 최근 몇몇 사람과 몇몇의 글귀가 나한테 권했던것 처럼  
내 자신을 조금더 자주 만나야 할 것 같다.


$

사실은 요즘 의외의 자리에서 의외의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아 그것을 기록해놓고 싶었는데
일기쓰느라 다 까먹었다 ㅎㅎㅎㅎㅎ 생각나는 것만.

"아무것도 신경쓰지 말고, 니가 하고싶은 대로 해!라는 말이 폭력적이라는 것에 공감해.
어린시절에는 모든것을 다 버려야 내가 진짜 하고 싶은것을 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렇게 모든것을 다 버리면 오히려 내가 폐인이 되어 아무런 시작도 못하게 될것 같더라고"

"사실 사람들의 각각의 삶은 크게 다르지 않은것 같아. 성공시대 같은 다큐에 나오는 인물들이 항상 100% 행복하다고 주장하지만, 과연 그럴까? 하고 질문해 보게되. 사실 인생을 살아보면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던, 그렇지 않은일을 하던 전체 과정의 95%는 거의 동일하거든. 사실은 5%만 다른것인데, 사람들은 새로운 삶을 선택하면 100%가 달라지는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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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나만 이렇게 아프고 힘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귀를 두손으로 꽉 틀어막고
나 힘들다고, 나좀 봐달라고
나좀 놓아달라고, 그냥 모든것을 모른척 하고 싶다고  
계속 '발신'만 해댔던 내모습을 돌이켜본다.

어휴 =33
안쿵쿵은 언제 어른이 되나?

스물여섯의 마지막 날에는
모든것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0%에서 다시시작할 수 있는
기운이 솟아날 줄 알았는데

뭐 하나도 명쾌하게 정리가 되지 않고,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전화를 받고,
무심한듯 시크한 내가 주는 불안감에 화를 내는 사람을 마주하고,
두달전의 오늘과 똑같이 무기력한 내가 못마땅하다.

답답한 기분에 울고 화를 내고,
아쉬움과 미안함에 어쩔줄 몰라하고,
그래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
'네가 미안해 하는거 다 이해해! 그래도 괜찮아' 하며 맑게 웃어주고,
무심한 듯 묵묵한 챙겨줌이 느껴져 든든한 기분이 들고
때로는 시덥잖은 유머따위 하며 상한 기분을 달래기도 하고
욕하지만 사랑하고, 사랑해서 욕하고.

뭐 사람사는게 다 그런건데,
뭘 그리 '내인생은 특별해'라며
특별한척, 나는 남과 다른척 그러고 있는건지.


스물여섯, 12월 하고도 29일.
올해는 누구에게도 스물일곱 1월의 달력을 받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때도 연말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더니
신년 달력 하나 없는 연말이 어색하고 생소하고 급기야 화가난다.

한해의 계획이 짜여진 일정표를 받고 싶었지만,
아마도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누가 나 대신 계획을 짜줄수는 없다는 것을
혹독하게 깨닫고 있는 요즘.


며칠전에 타로점을 보며 결코 웃음으로 넘기기 힘든 한마디가 있었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 모든 열쇠는 너에게 있어! '
(언제나 점장이의 결론은 저렇게 나게 마련이라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언제나 나는 점장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컨설팅이 바로 저 한마디라고 생각한다)


*
새벽 1시.
지난 3년간의 12월 처럼 바쁘게 보내는 연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시간 치킨두마리, 맥주 한병을 삼실로 배달시키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훈훈하다. 아.. 놔 정말 삼실홀릭 맞나봐 ㅋㅋㅋ
치킨 먹으러 가야지.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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