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낭소리
감독 이충렬 (2008 / 한국)
출연 최원균, 이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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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를 처음 알게 된건 얼마 전 회사 동료가 메신저를 통해 보내준 워낭소리 예고편 때문이었다.

40살 먹은 소(보통 소의 평균수명은 13살이랜다), 40여년을 소와 함께한, 소때문에 살고 소때문에 일한다는 할아버지. 영화도중에 나오는 ‘소가 사람보다 나아’라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이 영화는 소와 할아버지의 우정을 다룬는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예고편이었다. 40살 먹은 소가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릴 때,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예고편을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같이 울어버렸다.

 

설 연휴 전날, 토요일 오후. 역시 명절때의 서울은 한산하구나.. 하며 넓은 광화문 대로를 걸어 씨네큐브로 향했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영화관, 평소보다 많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관람객들. 워낭소리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영화였나? 음. 이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알고 온걸까? 마케팅을 잘한걸까? 역시 예고편이 너무 감동적이었나? .  예술영화관에서나 상영할법한 영화인데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의 기록을 깰 것이라는 친구의 설명을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보고나서. 수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요즘 한창 고민이 많은 시절이라, 아님 워낙에 생각이 많은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굉장히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처음에는 예고편에 나오듯 소와 할아버지의 정, 사랑이라는 주제의 선을 이어가려 노력을 하며 보았지만, 그
정선을 이어가는건 그리 쉬운편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예고편을 만드는 해석자의 하나의 해석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소와 사람의 관계보다 더 눈에 띄었던 것은 할아버지 세대, 그리고 할아버지를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18살에 시집와서 9남매를 낳고, 지금은 소보다 자기가 뒷전이라며 80이 넘은 나이에 투정부리고 삐지는 할머니. 소와 영감때문에 너무 고생이라며 한참을 투정부리다가도 소와 영감에게 온갖 정을 쏟아내는 할머니. 영감이 죽으면 자기가 뭘 하겠냐며 따라 세상을 떠야겠다 이야기 하는 할머니. 떽떽거리는듯 하지만 80이 넘어서도 활짝 웃으며 그나이에 맞는 애교를 부리는.


 


그녀에게, 또 저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같이 산다는것, 평생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사랑일까 오랜 정일까. 아니면 오랜 정듬이 사랑일까. 이제는 그런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어떤 깊은 연결일까. 지금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는 저들의 관계가 내가 결혼을 하고 나이가 육십이 되고 칠십이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그런 관계일까. 아니면 우리의 세대는 혹은 내 자신은 죽을때 까지 이해못할 그런 이야기 일까. 우리의 할머니 세대, 우리의 어머니 세대, 그리고 나. 어쩌면 그녀들에게 사랑이란, 그녀들에게 결혼이란 어쩌면 전혀 다른 어떤것일지도 모르잖아.

 

그러한 생각은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이어진다. 소가 업이라는 할아버지. 그의 고집, 그의 행동에서 어떤 ‘장인’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가업을 물려 받는 일본의 작은사업가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어쩌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바로 전 감독은 이러한 자막을 올려 보낸다, “자식의 공부를 책임 졌던 그시절 이땅의 소와 아버지들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고  

 

죽어도 좋아의 한장면도 스쳐 지나가고, 실버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스쳐 지나간다.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 어떤 것일까? 이년전, 스물다섯의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자식들과의 소통이나, 그들의 상실감에 대한 보상. 그러한 것들만이 행복의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시대, 그들의 관계, 그들의 삶이 가지고 있는 수백만 수천만개의 화두 중에 바로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에 대한 매력을 다시금 느낀다. 절묘하고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기. 바라보되, 끼어들지 않기. 재미있을 것 같지만 답답하고 어려울것만 같은일. 아마도 내가 상상하는것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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