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갑작스럽게 찾아온 감기에
일은 일대로 끝내지 못하고
집에도 가지 못하고
여러모로 마음이 안좋았던 아침

동생과 엄마의 전화를 받고
미안하다는 말을 여러번 하고
티비의 전원을 켜는 순간.

어떻게 표현해야할까
이건 놀람도 아니고,
당황한것도 아니고
가슴먹먹 눈물이 나는것도 아니고
소름이 돋는 것도 아니고

그저 멍 -
그렇게 주저앉아 한참을
뉴스채널을 돌리며 티비를 째려보고 앉아있었다.

청와대와 정치권은 애도를 표하기에 앞서 사건의 경위를 파악하라는 투였고,
불확실한 정황이나 추측성의 이야기를 앞세우며 '자살'로 결론내리기를 부추기는
경찰과 엠비씨 아나운서를 한대씩 패주고 싶었다.

결국 문재인변호사의 짧은 브리핑을 통해 그 것이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데도
나의 분함과 불안이 사라지지가 않았다.

왜?
이 아침에, 애도하고 슬퍼하기 보다는
불안해 하고 분해 하는거지?
아마추어같이..


나를 지켜보며 생각했다.

그래 사실은,
사실관계가 어찌되었건
나는 믿고 싶지가 않은것이다. 지금

사실 그렇게 믿어버리려면
또 이 사실을 내가 받아들여야 하고
그를 또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합리화에 이르러야할지
지금 당장은, 아무런 대책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그분은 내게
믿음이 가는 존재,
보살님의 표현대로라면 '덕'이 있는 존재
언제나 내 마음속 한켠에서 지지를 보내고 있는 대상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나를 지켜보며, 또 발빠른 머리는 나의 상황을 이입시켜본다. 감히.

원칙을 강조하던, 누구보다 논리적이었던 대통령은
어쩌면 믿고 싶지 않은 사실들이 밝혀질때 마다
큰 좌절감을 느끼지 않았을까.

어제 저녁식사시간에 동료들과 이야기 했듯이
386의 사회적 좌절감이나,
청소년들이 작년 촛불에서 맛본 좌절감,
내가 일하면서 맛본 좌절감같은

어디 비할데가 있겠냐만은,
같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관계와 사회속에서 살고 있으니까
어디에서나 생길 수 있는 그런 좌절감.


대통령의 죽음이 내게 또 하나의 좌절감으로 다가오지 않게 하기 위해
뉴스 속보를 계속 새로고침하며 동요하지 말자고 나를 도닥인다.

믿고싶지 않으면 그 감정은 감정대로 인정을 하고,
기도해드리자.

부디 좋은곳으로 가시라고.
그리고 나는 여전히
그를 훌륭하고  '중요한' 대통령으로 기억할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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