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꽤나 자주 무언가에 하트모양의 눈을 반짝 반짝 하는 구나.
그게 꼭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씽씽 달릴때에
발상회의 시간에 혼자서 상상을 하다가.. '나는 이런 상상을 해봐요' 라고 말을 꺼내는 순간
똑똑하고도 유머러스한 남자가 내앞에서 눈을 반짝 하며 말을 건낼때

그런 생각을 하다가 '우당탕탕'
방심하다가 자전거에서 똑 하고 떨어져 넘어져 버렸다.
그곳이 이촌지구였으니 망정이지 어디 마포지구쯤이었으면 울어버렸을지도.

바닥에 손등이 쓸려 피가 살짝 났다.


그러고 보니 어제 만난 점장이가 생각이 난다.
마치 정신분석 상담을 하듯 내가 인정하기 싫은 성격을 콕콕 찌르더니
중간 중간 너 낙매한다. 꼭 조심해야해 라고 거듭 강조한다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어디서 떨어져서 부러지거나 다치는 거랜다.
좋은일이 많이 생기려다 보니 나쁜일이 따라서 오는 거라며 조심만 하랜다.

우리같은 처녀들 코묻은 돈으로는 부적이나 굿을 하지 않는다고 한참동안 열변을 토하던 그녀는
내가 나갈때 쯤 울상을 하며 내게 말했다. 너 부적좀 쓰면 안되겠니. 자꾸 걸리는구나.

사실 그 표정을 보니 무척이나 신경이 쓰였지만
그녀가 토해낸 열변을 생각해 보면 좀 웃기는 짬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오늘 바로 자전거에서 똑 떨어지는 봉변을 당해버린거다.
정말 이것이야 말로 웃기는 짜장면이 아니고 뭐겠는가.

어찌되었건 몸소 입증을 해준 나 덕분에
그 점장이는 일순간 정말 유능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덕분에
지은이는 올해 시험에 붙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정말 올해는 시험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더 공고히 했을테고
보형언니는 정말 전화를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잘 맞는 것 같아? 라고 다섯번도 더 물어본 것을 보면 ㅋㅋ)
나는 넘어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면서, 곧 2년후에 결혼할 남자를 만나게 될것이라는 점장이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아님 말고 뭐 ㅋㅋ
어쨌든 어디 부러지지 않고 넘어지기만 했으니
액땜 한셈이잖아.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자꾸만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런 소소하고 유쾌한 잡담과 수다도 오랜만이다.

봄 밤, 포근하고 선선하다. 
봄이 오는 느낌이다.




 

'고요하게빛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촌스럽고 평범하게  (0) 2009.04.22
연애의 부산물들.  (0) 2009.04.12
불편해  (2) 2009.04.01
(뜻밖의) 아름다운 것  (0) 2009.03.29
바람이 분다.  (0) 2009.03.2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