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사귀었던 남자친구네 동네에 자주 간다.
꼭 그친구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는 그 동네를 참 좋아했었고, 지금도 너무 좋아한다.

그 동네엔 나의 친구들이 살고있고
내가 좋아하고 익숙한 공간들이 너무 많다.
재미있는건, 그 긴 연애기간동안 그 동네에서 데이트를 했던 기억이 많지 않다.
연애를 할때에도, 나는 그가 아닌 다른 사람들을 만날때 그 동네를 자주 찾았었다.

아무런 약속도 일도 없는 주말,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오늘은 어떤 동선으로 차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고 자전거를 탈까 고민하는 것인데,
내가 주말에 하고싶은것을 충족하기에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주말의 북적임을 피하기에
그 동네만큼 최적인 곳도 없기 때문이다. 특히나 날씨가 좋은 주말 오후를 즐기기에.
그만큼 잘 알고 있는 동네이기도 해서 그런듯도 하지만, 애니웨이

너무나도 당연하게
올림픽공원쪽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문득 나 왜이러지? 하고 내게 질문한다.

안쿵쿵,
정말 그 동네가 주말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야?
아님 혹시나 하는 기대에 그 동네가 최적이라고 의미부여를 하는 것이야?

어쩌면 생각지도 못한 추억이나 감상에 빠져들어서
오늘 하려고 했던 일을 다 끝내지 못할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혹시 그와 마주치면 어떻게 하려구?

그래
그를 혹은 그의 부모님을 혹시나 마주칠까하는 생각을 전혀 안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동네에 오기로 결정을 한날이면 화장하는 시간이 평소보다 오래 걸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것이 기대인지, 망설임인지 그 어떤 감정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새로운 장소들을 빨리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용하고 모던한 카페가 있는,
공짜로 주차를 할 수 있는 나만의 스팟이 있는
집과 적당히 떨어져 있으면서 가는길에 차가 많이 없는
츄리닝을 입고 슬리퍼를 질질 끌고 나들이 나온 동네주민이 많은
나도 그사이에 스르륵 껴들어 자전거탈수 있는
(아무래도 상암동이나 서울숲 근처를 개발해야할듯 ㅋㅋ
 아니면 하남으로 살러 들어가서 안쿵쿵’s 비비다이나믹카페를 개업하거나)

어쩌면 이것은 익숙함의 문제겠지
잘 알고 있는 무언가, 그래서 편안한 것

오랜 연애 후
긴 이별과정

말끔히 정리가 되었다 싶다가도
가끔씩 감정의 쓰나미를 겪을 때는
그사람이 아닌
의외의 것들과도 이별해야하는걸까 하고 고민되기 시작할때.

연애의 부산물들,
어쩌면 이미 내것이 되어버린 기억과 기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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