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깨달았다. 내가 누군가에게 질투 혹은 경쟁의식 (그 비슷한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사람을 혹은 그 사람의 (혹은) 이 가진 무언가를 매력적으로 느끼기 시작했다는 반증이라는 걸.

가끔 책을 읽다가 책의 맨 앞표지 혹은 뒷 표지로 넘어가서
이 책을 쓴 작가는 나이가 몇인지, 이 책은 그사람이 몇살때 쓰여 졌는지, 이 책은 몇쇄를 찍었는지를
확인하곤 양 손가락을 폈다 접었다 하며 그사람과 나의 나이차를 계산한다. 

나는 샘이 많은 아이다. 문제는 샘을 내는 것에 도무지 맥락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테면, 소설가가 될 것도 아니면서 왜 소설가의 이십대와 나의 이십대를 비교하며
정체모를 감정에 사로잡히는 것인지 나조차 내 자신이 이해가 안된달까.
언젠가 남자친구에게 경쟁의식을 느꼈다는 나의 고백에 
이런 아이 처음본다며 웃던 친구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 감정'을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비슷한 의미를 가진 단어들을 사전을 통해 살펴보면, 
부러워하고 탐하기도 했으나 미워하지 않았으니 '샘'이나 '시기심'이라 표현하기도 좀 그렇고, 
이성문제로 그러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는 비교적 적은 편이었으니까 '질투심'이라는 표현도 딱 맞지는 않고,
겨루어 이기거나 앞서는 마음이라 하기엔 너무 맥락이 없었으니 말이다. 
 
김연수의 바이오그래피를 펼쳐놓고 또한번 손가락을 접었다 폈다 하다가 문득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할지 썩 결정하기 어려운 '그 감정'은 
늘 '사실은 당신이 좋아요'혹은 '당신이 궁금해요'라는 상태를 동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린시절에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한것도 아니고, 누가 그러면 안된다고 말 한적도 없는데
늘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누군가를 매력적으로 여기는 마음을 표현하는 것에 주저하고 또 서툴었다.
질투심 혹은 경쟁심, 샘 혹은 시기심 '과 비슷한' 정체를 알수 없던 '그 감정'은 
누군가를 매력적으로 여기며 점점 호기심을 증폭시켜 나가는 나와
직접 말을 건네거나 표현하거나 손내밀지 못하는 나의 사이를 메우고 있는 공기의 일종이었는지도.

초등학교 때 좋아하는 아이에게 내 마음이 들킬까봐 괜히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해버리다가
나중엔 그게 좋아하는 마음인지 미운 마음인지 조차 헷갈렸던 것 처럼 
'그 감정들'에 파묻혀 내 마음을 표현할 기회들을 번번히 놓쳐버렸던 것 아닐까.

+ 내 삶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 '매력인'들에게
사실은 당신들에게 '그 감정'을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어.
그런데 알고보니 그 감정의 진실은 이런것이더군.
'사실은 당신이 좋아요' 


+ 이 생각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준 네이버 사전님



질투 /

시기 

경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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