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가장 오래된 여름 휴가의 기억 중 하나는 외갓집 대가족이 강변에서 야영하던 일이다. 오토캠핑장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던 시절에, 백사장이 드넓게 펼쳐지던 강변을 마치 우리가 전세낸듯, 그 시절 운동회에서나 등장할법한 하얀 천막을 두 개씩이나 치고 잔치집에 등장할법한 큰 솥에 국을 끓여가며 이박삼일을 먹고 놀았다. 사실 어릴때라 남아있는 사진에 의존해야 기억이 완성되는 부분이 많은데, 이상하게도 이모부들이 개구리를 잡아 오던 밤의 깜깜함과, 분위기와, 목소리는 여전히 또렷이 기억이 난다. (어린맘에 충격이었던듯 ㅋㅋ) 

올해는 전기장판도 켤수 있는 오토캠핑장에서 추석모임을 하는 중이다. 그 시절 그땐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성인이 된 동생들과, 새롭게 가족이 된 사람과 할매강아지와. 군밤장인 군고구마장인 이모부의 손놀림에 감탄하며, 간만에 식도까지 채우는 먹방을 한 밤. 내년에도 왔으면 좋겠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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