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일곱의 시작.
가족과 함께 맞은 새해의 시작과
의기충만 일주일.


# 조금 만족

그렇게 유난을 떨지도 않고,
그렇다고 무기력 하지도 않게
일월 하고도 한주를 보냈다.

류국장님이 강의 마지막에 이야기 했듯
'의지'보다는 '의도'가 다소 강했던 일상 계획 덕분에
아직까지는 무리없이 계획을 실천하고 있다.

산바람이 허벅지를 얼얼하게 만드는 밤 거리를 걸으면서
작심삼일의 굴레에서 벗어난 나에게 조용한 칭찬을 해주고 싶었다.  

안쿵쿵, 지금처럼 이렇게 하면 되는거야!
지금 내겐 무엇보다 '건강'이 1순위



# 숙제, 지금당장부터!

스물여섯 막바지에 했던 '생쑈'의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전혀 달라진게 없어 보이지만
수많은 기능(순기능과 역기능을 포함해서)을 하고
또 엄청난 변화를 가지고 올것이라 직감했다.

엄청난 변화에 앞서 내가 해야할 과제는
상황과 정황에 의해 '자기화'한 욕구 말고
안쿵쿵 본연의 욕구 찾기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 하기.

지금은
조금 이기적이더라도
'내 자신'이라는 동굴에
조금 더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동굴에 들어가는게 조금 무섭고 두렵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거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를 질문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하고싶은가를 질문할것.


# 신나는 스물일곱

사람들과 부딫히는 것이 왜이렇게 싫고 두려운지 모르겠다.
내가 너무 예민한걸까.

사람들이 평가하는 나와 내가 평가하는 나 사이의 갭이 무엇때문인지도 잘 모르겠다.
문득 사람들이 기대하는 나와 내가 기대하는 나 사이에도 그만큼의 갭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뚜렷한 그림, 작은 성취, 한계는 한계로 인정하는 초연한 마음가짐

포기가 아니라 해결하는 스물일곱

어쩌면 그렇게 해야 어제 타사마가 내게 말한 것처럼
'신나는 프로젝트'가 많은 스물일곱이 될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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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목도리, 털장갑, 털모자 같은 촉감의
불빛과 노래가 어울리는 밤이다.
유자차의 시큼달큼쌉싸름한 따뜻함이
어울리는 밤이다.

초저녁.
내가 좋아하는 겨울날의 초저녁부터
제법 굵은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마전에도, 오늘아침에도 눈발이 조금씩 날리긴 했지만,
사실상 올해들어 첫눈이 내린다.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빛들이 불안불안 조심스럽다.
저녁6시 남대문 앞 거리는 새벽 두시라도 된 양 고요하다.
핑크빛 우산을 쓴 아주머니의 잰걸음은 나마저 재촉하는 듯 하다.
털모자를 덮어쓴 한 외국인의 빠알간 얼굴이 투명한 공기에 선명하게 보였고,
나는 얇게 쌓인 눈위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왠지모르게 미안했다.

며칠전에 대구에 큰 눈이 왔다고 전화했던 막딩이가 생각났다.
서울보다 대구에 눈이 먼저오기란 자주 있는 일이라며 자랑을 했는데
회의중이라 제대로 전화를 받아주지 못한게 새삼 미안했다.

라디오에서 하림의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눈오는 날과 내 마음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추운겨울날, 특히 눈이오는 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다른때 보다 투명해 보이는 어떤 느낌이 있어 너무 좋다.
음식점의 간판이, 음식점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어떤 투명한 막을 지나서 존재하는 느낌
내가 보고있는것 사이에 어떤 렌즈하나가 더 존재하는 어떤 느낌


두서가 없네.
첫눈오는날의 느낌을 담아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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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얼마전에 '일기쓰기'가 얼마나 훌륭한 교육아이템인지에 대해
이십분동안 설교를 들었는데, 그것이 참 흥미롭고 그럴듯 하다 생각했다.
그날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 모두 '오늘부터 일기를 써야지'하고 다짐을 했었고, 나역시 그랬다.
그런데 사실 일기를 쓰는 것이 그리 쉬운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1학년때 부터 훈련받았던 기능을 상실해가는 느낌이랄까.

왜그럴까.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스무살때 썼던 일기들을 좋아했고, 지금도 가끔 읽으며 좋아라 한다.
이제껏 나는 내가 요즘 일기를 잘 쓰지않는 이유를 두고 이렇게 말하길 즐겨했다.
'스무살때는 감성적인 언어를 쓰는것에 익숙했는데, 지금은 연구보고서를 쓰는데 훈련된 건지 그 언어가 잘 안나와요..'라고.
정말 그럴까? 글쎄, 그시절의 글은 어찌보면 더 분석적이다.
어린시절이나 지금이나 내 자신에 대해, 내게 관찰되어 지는 사람들에 대해 분석하는 것을 좋아라 하는 사람이니까.

꼭 글로 남겨져야 일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쁜 다이어리에 꼭 삐뚤 빼뚤 글씨를 채우는 것이 일기가 아닐수 있지.

나는 일기를 쓰는것 보다 대화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말을 하면 할수록 생각이 성장해가고 정리되는 느낌이 들어서랄까.

그리고 비밀 일기장 보다는 어떤 누구라도 봐주는 일기를 쓰는 것이 재미있다.
어떤 누군가에게 표현하고 싶어 안달난 사람처럼
네이트온 대화명으로 일기를 쓰기도 한다. 그것도 꽤나 자주.
그러고 보면 어린시절에도 내 일기장을 엄마가 보는것이 당연히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실은 엄마가, 선생님이 이 일기장을 보는것 처럼 일기를 썼던것 같다.
그래서 나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구입한 신윤복이 그린 여인네의 그림이 박혀있는 예쁜 수첩에 일기를 쓰는 것 보다
스무살의 흔적, 싸이월드의 사진첩, 티스토리의 블로그에 일기를 쓰는 것이 더 좋다.

그런데 어쩌면 내가 글쓰기의 장애를 느끼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다.
얼마전에 대뫙이 '블로그는 나중에'라고 이야기 했던 맥락이 내가 일기를 잘 못쓰는 이유의 맥락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정리안되고, 결론이 없고, 서론-본론-결론 구조를 가지지 못하는 수많은 생각들, 수많은 문장들.
그러고 보면 너무 쉽게 지워진 내 문장들이 너무너무 많겠구나.
그것이 다른 형태의 생각으로 발전하여 또다른 일기에 깔끔하게 정리가 되어있을수도 있고
어떤 수많은 생각들은 나의 전의식과 무의식에 고루 퍼져 지금의 내게 영향을 주고 있을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그래도.

갑자기 아쉬워 진다. 으음.  


2.

정말 재미있는 것이, 일기를 쓰려고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하다보면
원래 쓰려고 했던 내용과는 전혀 다른, 전혀 새로운 글을 쓰게 된다는 거다.
위에 줄줄이 쓰여 있는 내용이 딱 그렇다.
정말 블로그에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나오는 하얀 백지를 두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두서없이 글을 쓸때는 손가락이 대화를 하면서 생각을 발전시킨다. 후훗


3.

사실 오늘은 회사에 가지 않았다.
감기가 너무 독해서 오늘쯤은 쉬어줘야 될것 같아 아침에 문자를 보내고 결근을 했다.
그래서 오늘은 좀 색다른 일기의 소재가 많다.

#1. 회사에 안갔는데, 회사에 있을 때 보다 더 많은 일을 한기분. 역시 회사에서 집중을 하는게 쉽진 않다.

#2. 우리동네에 정말 맛있는 밥집이 많다. 언제 한번 이태원2동 주민만 아는 밥집이라는 기사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전에 종우씨와 작은 공간이 기호를 만들어내고 그 기호가 새로운 공간들을 탄생시킨다는 대화를 하며
      카모메식당과 한강로3가의 아키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했는데, 그 이야기와 '안쿵쿵이 이태원2동 밥집을 소비하는 행태'가
      연결이 되면서 혼자 완젼 흥미 진진해졌다.

#3. 집에 하루종일 있어보니 일의 집중도가 높아지는 것은 좋은데, 관찰할 대상이 밸로 없어서 심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어떤 조직이나 매일 만나는 어떤 집단이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아.. 나 회사에서 일을 하는 걸까, 심리학적 호기심을 푸는 걸까. 그 둘을 하는 걸까.
      공부를 다시 하게 되면 현장에 가서 경험지를 쓰거나 실험을 계속하는 그런 연구실에 있고프다.

#4. 간만에 우리결혼했어요를 보는데, 황보와 김현중 커플이 너무 예쁜거였다. 김현중같은 남자 처음엔 너무 싫었는데,
      지금은 완전 설레잖아! 그런데 김현중이 좋은 것인지, 우리 개완이랑 현중이 닮아서 그렇게 느껴지는건지 헷갈린다.

#5. 싸이월드 검색창에 김정은 이서진 결별이 계속 뜨는게 마음에 안들었었는데,  어제 누가 나에게 '이거 뭐 완젼 김정은
      이서진 같네'라고 말하고 나서, 김정은을 티비에서 보니까 괜히 그녀와 나를 비교하게 된다. 으음. 힘내자.

#6. 도대체 왜 이 정권은 우리 노간지를 깎아내리질 못해 안달일까. 9시 뉴스의 6꼭지가 김해이야기라는 사실에 좀 충격.
      정말 언론탄압중인걸까. 내가 보기에 그리 중요한 뉴스거리도 아닌데

#7. 방콕 공항 폐쇄, 인도 테러, 파키스탄 상황 악화. 내년에 아시아투어를 계획중이던 안해삼이 완전 울상이다.
      음 그곳에 가든 못가게 되든 온통 관심을 쏟으며 세계 정세를 모니터링하고 있는 지금 부터가 '여행중'이라는 느낌이드네.
      역시 내동생. 멋지다. 넘 우울해 하지말고, 인생은 항상 예측 불가라서 재미있는 거란다.


아.. 감기약을 언능 먹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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