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일이 잘 안되는군. 때마침 인터넷도 버벅대 주시고..지식노동자들은 이럴때 좀 놀아줘야 한다고 들었다.  흠.. 글쓰는게 일이니까, 업무시간에 일기쓰고 앉아있어도 눈치가 안보여서 좋구나. 히히

개인적으로, 요즘은 내 뇌와 손가락의 속도와 생산력이 대단히도 좋은 시기라서 놓치고 싶지 않은 아이디어, 조금 더 깊이 파고들고 싶은 생각, 두고두고 곱씹어 보고싶은 말과 글들이 넘쳐나는 때다. 일기로 꼭 남겨 놓고싶은 이야기들이 너무너무 많은데 왜 내 몸은 한개이고, 하루는 24시간이고, 생산력이 좋을 수록 일은 어쩌면 자꾸만 만들어 지는지. . 요즘은 모든것이 즐겁고 순조로운 느낌인데 너무 들떠있는 바람에 조용히 앉아 일기쓸 시간이 없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순조롭다는 것

난 스트레스 관리를 아주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요즘들어 느끼는 것은 확실히 내가 스트레스상황에서 조금은 능청스럽게 대처하는 나름의 생존법을 터득한것  같다는 거다. 생각해보면 오늘만해도 골치아픈 사건들이 여러개인데, 그래도 오늘이 순조롭게 느껴지는 것은 ‘어떻게 해서든 이 시간은 흘러갈 것이다’는 명언을 이제 뼈속 깊이 믿게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것을 지탱하는 것은 자신감과 믿음일거다. 그렇다고 맘이 상하거나 화가 나는 감정이 없어진것은 아니다. 그것은 사람이니까 당연한것일테지.



우주여행

 며칠전에 싸이월드 미니홈피 사진첩 폴더를 개편했는데, 나 이외의 사람들 사진을 모아놓는 폴더의 이름을 ‘우주여행’이라고 바꾸었다. 나는 꽤나 자주 한 사람 한사람의 세계가 우주보다도 크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감격하곤 한다. 그 생각은 자주 하면서도 그때마다 새롭고, 항상 감격스럽다. 높아진 생산력 만큼이나 빈번해진 사람들과의 만남. 이렇게 만남이 많은 시절에는 무언가 즐겁고 신나는 사건이 금방이라도 일어날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내 우주와 타인의 우주가 만나 부딪히고 겹쳐지며 신선한 에너지가 넘친다.

 또 한가지 신이나는 것은 가족들의 우주를 여행하는 것. 요즘들어 매번 의외의 지점에서 나를 놀래키는 아빠와, 엄마의 메일에 따르자면 겉은 몰라도 속은 다큰것 같다는 (나는 정말 인정할 수 없는) 막둥이와, 언제나 매력적이라 너무 약오르는 해삼이와, 요즘 아들딸에게서 배운다는 엄마. 몇달전만 해도 가족을 떠올리면 마음이 무거웠었는데, 어느순간부턴가 꼬이고 꼬인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계기였을까, 어떤 힘이었을까 곰곰히 몇번이고 생각을 해봤는데 그것은 아마도 ‘욕망’인것 같다고 결론을 내렸다. ‘깨뜨리고 싶지 않은 욕망’, ‘사랑이라는 욕망’ . 어느 누구로 부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우주에서 발산하는 에너지. 나의 우주가 동요할때 다른 네개의 우주도 비슷한 에너지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다.

그래서 얼마전에 최정한 대표가 프로젝트 자문을 하면서 남긴 명언이 정말 와닿았다. 
 “이봐, 욕망은 계획보다 늘 강하다구”




행운아

어제 안대망이 전체메일로 ‘안쿵은 행운아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난 전 직원의 놀림꺼리가 되었다 (ㅋㅋ) . 뭐 사실 표현만 보면 나조차 손발이 오그라들어 메일을 열자마자 닫긴 했지만, 실은 나도 요 며칠 내가 행운아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서 그메일을 받고 조금은 놀랬었다.

아주 우연한 계기로 ‘recipe of 돈키호테’라는 책자를 만들고 있는데, 이것을 정리하면 정리할 수록 의미에 의미가 더해져서 회사의 역사와 이 회사와 함께한 내 20대의 반을 총정리 하는 뭐 그런 느낌의 보고서가 되어가고 있다. 보고서 쓰면서 이렇게 울컥 울컥 하기도 처음이지만, 다 쓰고서 이렇게 속이 시원하기도 처음일것 같다.

실은 회사에 남기로 하긴 했지만 내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여전하고, 그간 내가 해왔던 일들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이후에 내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하는 질문들은 항상 깨끗이 해치울수 없는 숙제같은 것이었었다. 그런데  지난 5년간을 정리하고 있자니 내가 그 어디에서도 하지못할 기회를 얻고 경험을 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마운 기분이었다. 20대에 만들 수 있는 알리바이 치고는 썩 괜찮다. 아마도 내 삶을 이끌어 가는 수많은 에너지 중에 꽤나 중요한 에너지가 될 수 있을거다.



정치, 혹은 정치적인

  스물일곱 평생 최초로 드라마 전편을 다운받아 소장하고 있는(사실 종영된지 한달이 다되어가는데 아직 못헤어나온)  ‘씨티홀’에서 주인공 신미래가 정치에 대해서 이렇게 말하는 장면이 있다.
“ 정치란, 정당끼리 치고박고 싸우는것. 정 떨어지고 치 떨리는것.정기적으로 치사한 짓 하는것.정상인은 없고 치기배만 가득한것.정 줄만하면 뒤통수  치는것.정정당당한 치외법권 취급하는것.요약하자면, 정마담 치마폭보다 더 구린것......”
사실 씁쓸하지만 너무 공감되는대사, 그리고 나의 정치인식도 신미래의 저 대사와 별반 다르지가 않다.

요즘 사실 ‘정치’라는것에 조금 꽂혀있다. 신미래가 구리다 말하는 그런 정당정치 말고, 우리의 삶 곳곳에, 나의 일에,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업들에서 생기는 정치적 상황들, 그리고 그것을 풀어내는 몸에 배인 정치적 습관들, 정치가는 아니지만 생활정치를 잘하는 사람들. 뭐 그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

네이버 백과사전에서는 정치를  “통치와 지배, 이에 대한 복종 ·협력 ·저항 등의 사회적 활동의 총칭.”이라 요약하고 있지만, 어찌보면 정치란 것은 그 영역과 폭이 정말 다양하고 넓다. 어린시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는 질문을 받는 순간에서 부터, 점심시간 음식 메뉴를 고르는 순간 까지 우리는 삶에서 혹은 하루중에도 수도없이 많은 정치적 상황에 놓이게 된다.

최근에 그러한 정치적 상황이 극적으로 발현되는 사업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데, 예를들면 공공미술이나 시장활성화 사업, 예술의 거리사업과 같은 것들이 그러한 것들이다. 예술가나 기획자들이 예술과 기획을 잘해야 하는 것 만큼이나, 사업에 얽힌 이해관계를 통합하고 이용하고 조직하는 것이 더 중요한. 일종의 정치를 잘해야 하는 사업들. 세계적으로 통섭이 중요한 시대, 모임만들기 좋아하고 계파를 중요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만들어온 사회문화. 이러한 환경에서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 전반적인 정치능력이 세련되고 질이 좋아져야 한다는 필요성이 증폭되는 느낌.

그래서 이번 휴가엔 손자병법을 좀 읽어봐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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