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만해민 쏘이 쨋’

아마 치앙마이에 머무는 동안 가장 많이 내뱉었던 말 중 하나일 듯. 우리가 잡은 숙소 ‘미소네’가 자리하고 있는 곳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해외여행을 할 때마다 숙소를 구하게 되면 꼭 중심가와 일정정도 떨어진.. 걸어가긴 좀 멀고 택시를 타면 기본요금정도 나오는 그런 곳에 숙소를 잡게된다. 일부러 그런적도 있고,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기도 하는데 항상 집으로 돌아갈 때 그러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을 보면 어쩜 몸속 깊숙이 배인 암묵적 습관 같은거 아닐까 하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음. 내가 매일 매일 가는 홍대로 집을 옮기지 않는 이유와 조금은 비슷하달까.


(미소네가 위치한 님만해민 쏘이 쨋)


애니웨즈.

난 이 님만해민 로드가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치앙마이에 도착하기 전에 얻은 정보로는 이 거리가 요즘 치앙마이에서 젊은이들 사이에 굉장히 뜨고 있다는 소개와 함께 카페들이 산재해 있다는 소개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사실 매일 매일 카페에 가서 와이리스 인터넷이 되는 놋북을 켜놓고 커피를 마시려 했는데, 짧은 여행기간에 그런 일은 무리 ㅠㅠ)

실제 미소네에 도착해서 받은 님만해민 지도를 보고 나도 모르게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는데, 지도로 보는 이 곳이 서울의 홍대와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한 골목에는 갤러리가 주루룩 대여섯개, 한 골목엔 클럽 서너개가 모여있고, 대로변에 3가지 컨셉을 가진 커다란 술집(Warm up / 펍, 카페, 클럽, 라운지 바 가 함께 있는)이 있었다. 대로변에는 사전 정보와 같이 한 블록당 카페가 한두개씩은 꼭 있고,길 끝에는 치앙마이 아트센터가, 한 블록 넘어서는 박물관이 있었다.


(지도출처 : 태사랑, 요술왕자 / 요기 쇼핑거리라고 되어있는  soi1에 갤러리가 모여있고, 윗쪽 라인에 클럽거리가 있음)


밤이 되면 더 재미있는 느낌이었다. 사실 거리가 생각보다 너무 깔끔하고 이국적이어서(미소네 들어가는 골목에 있는 일본식 케익을 파는 청담동 스타일의 건물 때문이었던듯 ^^) 가로수길 같다 생각을 했었었는데, 밤이되면 정말 홍대스러워 졌다. 홍대의 중심가 말고 내가 좋아하는 필라멘트 물고기 그쪽 골목 어딘가쯤?

특히나 수도 없이 많은 오토바이가 주루루룩 줄을 지어 주차되어 있는 거리의 밤풍경이 그러했고 , 숙소 뒤 어디에선가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어느 순간까지 그리 훌륭하지 않은 음향장비를 통해 흘러나오는 아마추어 밴드의 음악 소리가 그랬다. 님만해민로드와 훠이깨우로드가 만나는 지점에 광장이 하나 있는데, 그곳에서는 매일밤 프리마켓이 펼쳐진다. 말 그래도 벼룩시장인데 재미있는것은 이 시장에 나와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내 또래 (혹은 좀 더 어린) 친구들이다. 작은 벼룩시장이긴 하지만 다른 시장에 비해 예쁘고 매력적인 아이템이 많고, 젊은 아마추어 디자이너의 핸드메이드 상품들도 살 수 있다. 한쪽에서는 음악하는 아이들, 오토바이 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데 이러한 여러 가지의 풍경이 홍대의 놀이터를 연상케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플리마켓) 


사실 무엇보다도 내가 흥미로웠던 것은 치앙마이 내에서 님만해민로드의 위치.


도시를 여행할 때, 그 도시의 부분 부분을 내가 잘 아는 지역과 비교하며 다니다 보면 그 도시의 지리를 빨리 익히거나 이해가 쉬워지거나, 그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몇배는 재미있어진다. 예를 들어 쿠바의 아바나를 예로 들면 올드아바나는 삼청동, 센트럴 아바나는 명동, 대사관 거리는 대치동 뭐 이런 식으로 그림을 그려보는것이다. 도시가 형성되는 과정에 일정한 법칙이 있는 것인지, 사람들이 모이고, 터를 잡아 살고, 물품을 주고 받는 것이 역사적으로 공통된 지리적 법칙이 있는것인지 뭐 그런것에 대해 자세히는 모른다.(뭐 심플하게 보자면, 배산임수 같은거 아닐까) 하지만 의외로 도시를 비교하다 보면 나름대로의 법칙들이나 공통점들을 발견할 수가 있는데, 아바나와 서울의 비교는 놀라울 정도로 재미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내겐 치앙마이도 그러했는데, 치앙마이 전체 지도를 받아든 순간 떠올린 것은 서울의 4대 문이었다. 치앙마이의 중심부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강이 둘러쳐져 있고, 그 모양을 따라 성곽과 각 포스트에 문이 있다. 그리고 그 문들을 중심으로 시장들이 형성되어 있는데, 각 시장들이 다들 나름 활성화 되어 있고, 특히 큰 강과 가까이에 있는 타패문 일대에는 커다란 시장이 여기저기 형성되어 있다. 지리적으로 보면 서울의 4대문과 굉장히 비슷한 구조로 도심이 형성된듯한 느낌이 든다.


(사진출처 _ 태사랑)


님만해민로드는 이 4대문안에 들어있지 않다. 타패문에서 서쪽으로 툭 떨어져 차로는 15분 정도의 거리이고, 대학가(치앙마이 대학교)와 더 가까이에 있다. 중심가와의 거리, 대학가와의 인접성, 뭐 이러한 것들이 홍대와도 비슷하다고 느껴졌는데 그래서 였는지 이 거리에서 왠지 실험적인 활동들이나 아티스트들의 모임이 많이 있을것 같단 느낌도 들었다. 아마도 이곳에서 ‘프린지’. ‘변방’의 느낌을 받아서 였을 것이다. 강가를 달리는 썽태우 안에서 정말 도시학이나 지리학 책을 사봐야겠단 생각이 굴뚝같이 들었다.


사실 여행기간이 짧아서 거리의 구석구석을 돌아보지 못해 자세한 배경이나 정보를 접수할 수 없었던 것이 너무 너무 아쉬웠다. 다음에 치앙마이에 오게되면 꼭 여기에 살면서 태국어를 배우며 여기 친구들을 사겨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막 자라고 있는 젊음이 느껴지는 곳이라, 꽃이 활짝 피고 사람들이 와라락 몰려 들기 전에 이 지역이 어떻게 변하는지 연구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달까.


하지만 새싹이 돋아나고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지금까지의 과정을 상상만 해도 재미있다. 아마도 갤러리와 아티스트가 모이다 보니, 카페와 클럽이 생겨났겠구나. 외국인들과 얼리어답터들이 모이기 시작 한 뒤로 이곳이 조금 더 세련되어 졌겠구나. 요즘 잘나가는 젊은 친구들은 이곳으로 다 모이겠구나. 여기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벌어지고 있겠구나. 혹은 벌어졌거나 준비되고 있거나. 어쩌면 이건 정말 상상뿐일지도 모른다. 내가 상상하는 것은 그저 여행자의 환상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내 상상보다 이 거리가 더 대단해 질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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