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스물일곱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모는 스물일곱에 결혼을 했지.
그때 나는 다섯살이었고 이모를 보내는 섭섭함과 이모부에 대한 질투심이 극에 달했지.
그리고 그때부터 스물일곱이라는 나이는 내게 어른이 되는 기준점 같은 것이었어.

나는 스물일곱이면 세상을 다 아는 어른일 것 같았는데
스물일곱이 되어 더더욱 아기같은 내 모습을 더 많이 발견해.
그게 싫거나 하진 않아.
박진영씨의 투피엠 재범에 대한 글에 따르자면
그간 나는 음흉한 아이었던 것이지.
어른스러워 보이려고 안간힘을 쓰던.

다만 항상 힘이 드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 음흉하고 어디까지 솔직해야하는가 하는 것.
어떻게 밸런스를 맞추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더란 말이지.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꽤나 자주 솔직하면 안되는 순간들이 있고
내가 좀 쉽고 편하게 살기위해서는 좀 덜 음흉해야겠구나 싶기도 하더라고.

스물일곱엔 이런 고민도 다 하게 되는구나.



2. 꿈

좋아서하는밴드, 언플럭앤에쥐, 드렁큰타이거
새로 구입한 나의 옴니아에 1,2,3순위로 수록된 음악들

좋아서하는밴드의 조준호 님은 옥탑방에서 그래도 꿈을 꾸었다 하고
언플럭솔은 꿈꾸는 자는 멈추는 법이 없다 하고
꿈때문에 굶어본적 있는 듯한 타이거제케이

꿈.꿈.꿈.
요즘 꿈이라는 단어에 자꾸만 꽂히는 구나.
사실 어제 저 세노래를 들으면서 '꿈'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부분에서
울컥 하는 내 자신이 좀 생소했어. 대체 왜?

나의 꿈은 항상 뚜렷하지가 못하고 추상적이어서
강한 추동력을 가지지 못하는 한계가 있지.
기회비용을 너무 많이 계산했거나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어딘가에는 있을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자꾸 선택을 보류하면서
경계에 머물러 있기를 좋아하는 나.

그래서 성취감과 만족감이 높지 않은 것이라고 누군가 충고했었는데..
뭐, 경계에 머무르는 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다만 나와 같이 꿈을 꾸고 싶은 이들이
경계에 머무르려 하는 나를 인정해 주거나,
아니면 내가 들키지 않거나.
명확한 꿈을 가진이들에게
느리고 게으른 나를 적극 이해시키거나.

뭐 같이 잘 살아가는 방법을 강구해야하는게 아닌가 싶어.

아... 간만에 블로깅하면서,
무슨 이런 대단한 자기 합리화와 넋두리를..ㅋㅋㅋㅋ
(트위터시작한 이후로 블로그가 정말 버려져있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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