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의 마지막 밤.

먹구름이 끼어 갈색의 노을이 지던 서울로 들어섰을때
내 오래된 차의 어쿠스틱 올드스피커에서는 카니발의 음악이 흘러나왔고
4분의 4박자에 맞추어 어깨를 들썩 들썩 하며 노래를 흥얼거리던 나는 
마치 연애를 갓 시작한 열여섯 소녀처럼 설레는 기분이었다. 

안녕 안녕 오랜만이야. 또 보자. 곧 보자. 연락할게. 몸 조심해!  
여름휴가 쓰나미, 갑작스러웠던 감정폭풍, 울컥울컥
새까만 여름밤, 청풍호반에 담아두었다 일년 혹은 이년만에 꺼내본 기억, 
언니네이발관의 음악을 백그라운드에 놓고 나눈 유쾌하고 똑똑한 2인자와의 대화  
알코올 약간, 춤추며 걸었던 밤거리, 늦잠 
일년전 그자리, 다시만난 좋아서하는 밴드, 성장, 그리고 꿈을 꾸다. 
고소한 카페라떼와 기름맛 찹쌀도너츠
음악을 그득 담은 기요운 맥북, 오래된 차의 어쿠스틱 올드 스피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친구 (서디제이! 음악 선곡 좋았어!) 
반가움과 익숙함, 생소함과 여전함, 내자리, 내 회의실, 내 쇼파와 내침대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또 다른 맛있는 음식을 이야기 하는 안쿵쿵. 딱 내모습. 쿵쿵이 스타일
(엄마가 좀 전에 네이트온으로 이렇게 말했다 '넌 보니까, 살 못빼겠더라'

그리고 꿈. 꿈. 꿈. 

올해 여름휴가의 키워드는 '꿈'이었다. 
꿈, 목표, 열망, 기대, 열정. 그러한 것들 

치앙마이 거리를에서 마주친 사람들을 보며,
내가 휴가를 보내고 오는 동안 멋진 책으로 만들어진 레시피오브돈키호테의 눈물의 편집 후기를 읽으며, 
좋아서하는 밴드와 좋아서 만든 다큐를 보며,
뮤지컬 코러스라인의 이야기를 담은 웰메이드 다큐를 보며, 
지인들이 직접 쓰고 부르고 녹음한 음악들을 들으며

내가 계속 떠올리고 있던 단어는 '꿈'이었다. 
가슴 설레이는 꿈.
너무 설레어 왈칵 눈물이 쏟아지다가,  
수많은 상상을 하느라 잠조차 자기 싫은 그러한 열망. 뜨거운것.

며칠동안 꿈을 많이도 꾸었다. 
당장 실행할 수 있을것만 같은 꿈과, 조금은 허황된 꿈 
당장 실행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것도, 허황된 것도 
꿈을 꾸는 것은 언제나 설레이고 뜨겁다. 

가슴속 깊이 열망이 있다면 허황된 꿈이란 없다는 것도 어렴풋이 깨달았다. 

작년 말에 회사를 그만두면 하려고 했던 계획을 하나도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회사를 계속 다니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놀라운 것은 그 계획들이 의도했던 바, 깊숙히 잠재되어 있던 문제의식들이
제각각 다른 방식과 형태로 이미 실현되고 해소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현듯 이사실을 깨닫곤 소름이 돋았다. 
그래, 계획은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것이다. 
열망이 존재한다면 주변의 여건과 환경에 따라 그 열망을 달성하는 방법과 형식을 달리하면 된다. 

욕망은 계획보다 강하고, 목표는 형식보다 강하다. 

그러니까, 얼마든지 수정될 수 있는 계획을 지키지 못했다고 좌절할 것이 아니라 
내 마음이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건지 귀기울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번 휴가가 내게 준 소중한 깨달음. 그리고 에너지. 

I'm so hot hot!
뜨겁고, 설레인다. 
스물일곱, 끓어대는 여름밤.

Happy END
뜨겁고, 설레인다. 
5년차, 처음으로 '완전히' 홀가분한 마음의 여름휴가 
(사실.. '완전히'까진 아니었다 ㅠㅠ)

오늘 달력을 보니 17일이더라. 
길고 알찼던 휴가. 
내일이 그다지 두렵지 않은 의외의 휴가 마지막날 밤
지금 나의 에너지는 딱 이런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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