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의 마음을 다루는 좋은 연구자가 되려면,
누군가를 많이 사랑해 봐야 한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것이 연인이든, 가족이든, 친구든, 동료든.

누군가가 말도 안되는 행동을 했을 때
애정이 없다면 그냥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해 버릴테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노력은 할테니까.

이러한 노력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심리학을 공부하는 나에겐 그것이 또 다른 의미로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의 과정에서 좋은 연구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무언가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여러가지 시각들을 스스로 연습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2. 
오랜만에 만난 좋아하는 동생이
그녀 자신과 가족, 남자친구의 감정들에 대해 이야기 하는 동안
그녀의 공감 능력과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에 한없이 감탄하면서,
한편으로 요즘 나의 언어생활이 너무 추상적인 언어들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닐까 돌이켜본다.

몇 년 전에 생활문화공동체 연구를 할 때,
시골에서 주민자치활동이나 동아리활동을 하시는 분들을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다. 
그들이 공동체나 문화와 같은 말을 쓰지 않고도 그런 말들을 체화하여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자꾸만 책과 글 속에 있는 언어를 쓰려하는 내가 너무 촌스러워 보였던 기억이 있다.
 
현장의 언어를 잃지 말아야지. 일상의 언어들을 더 갈고 닦아야지. 
무엇보다 촌스러운 연구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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