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논문을 뜻하는 thesis의 어원상의 의미 position. 
학위 논문을 defense 한다는 것은 
연구자가 자신이 설정한 학문적 자리position를 지킨다 의미다.

- 얼마전에 트위터에서 본 문구 



돌이켜보면, 
사실 한창 일을 하던 시절에 학교로 가서 공부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내가 하는 일을 조금 더 명쾌하고 똑부러지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있어서였다. 

긴 겨울방학을 끝내고 새학기를 시작하면서
초심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하다가. 

일을 위해 공부하는 것과, 
공부 그 자체를 일로써 하는 것은 구분해야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대학원에 와서 하는 공부란 건,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 누군가가 결정해 놓은 진리나 명쾌한 해답을 얻는게 아니라,
역시 이것 또한 자기 탐구의 과정이 아닌가 싶다. 

어떤 문제를 바라보고 의견을 꺼낸 수없이 많은 사람들.
그들이 각자 위치한 자리에서 바라본 그 문제에 대한 생각들을 살펴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내 생각은 어디에 더 가까운지, 내 생각이 미처 닿지 못한 새로운 세계가 존재하는지를 
끊임없이 살펴보며 나의 자리가 어디쯤인지를 알아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끊임 없이 다른 생각과 다른 세계관들을 마주해야 하는 과정이므로,
사실은 정신적 일체감을 느끼기가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라 하겠다. 

좁은 세계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나를 해체하고 분열시키는 것을 반복하고나서
조금은 더 넓은 시각에서 그걸 통합하여 안정을 되찾는 것.
이것이 새로운 일년 동안의 내 과제이고, 
난 이 과정을 좀 더 단단하게 버텨야 할 필요가 있겠다.  

공부를 할 때에도, 일을 할 때 처럼 똑부러지게, 자꾸 무언가를 빨리 정리하고싶어하는 나는
자꾸만 숲보다 나무를 보려했고,어딘가 예전만큼 유연하지 못한 느낌이다. 
 
인생이 늘 배우는 과정이 아니겠냐만은,
학생시절이 좋은건, '배우는 과정'에 있다는 걸 '누구나' 인정하기 때문.  
그러므로 아직 학생인 동안은 꼭 똑부러질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일년이 진짜 시작되었다. 
화잇잉이다. 쿵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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