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22. 질적연구방법론

 

의미의 객관성과 객관적 해석

- 해석학, 구조주의, 프래그머티즘 의미이론의 종합시도와 그 한계

신진욱

 

문제설정

 

객관적 해석학은 이해사회학적 방법론과 해석학적현상학적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한편 프래그머티즘 전통과 구조주의 전통을 결합시켜, 해석학구조주의프래그머티즘 의미 이론을 종합하려고 시도. 오늘날 가장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발전된 사회학적 의미 연구의 방법론이자 질적 조사분석 방법의 하나로 인정받고 있음

 

본 논문은 객관적 해석학의 이론적 구성을 비판적으로 검토하여, 그것의 성취와 한계를 규명하는 것을 과제로 함. 객관적 해석학에 대한 내재적 비판과 그것의 비판적 재구성을 동해 보다 진전된 이론적 정합성에 이르도록 하는 것이 본 논문의 목표

 

2. ‘의미에 대한 세 가지 접근

 

1) 이해사회학과 해석학적현상학적 전통

이해사회학과 해석학적현상학적 전통에서 의미라는 개념은 사회학의 핵심 개념. 인간의 의미세계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인 것, 개별 주체의 내면세계에서 구성되고 작동하는 것으로 간주. 의미에 대한 사회학적 분석은 주체들의 지식 속에서 현실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구성되는가에 대한 인식을 얻기 위한 학적 작업

 

사회적 행위는 주관적 의미를 동반하는 행위일 뿐 아니라 또한 타인과 연관되고, 타인에게 지향된행위.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의도한 의미가 타인에 의해 이해되지 않는다면 사회적 상호행위는 시작될 수 없음. 주관적으로 의도된 의미는 개인이 자신이 스스로 구성한 개인적 산물이 아니라 인류 진화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되며 문화적으로 전승된 것. 이렇듯 주관적 의미가 역사성과 사회성을 차원을 가지기 때문에 주관성의 경계를 넘어 상호-주관적 이해의 가능성에 열려있음

 

이해사회학 또는 현상학적해석학적 전통과 그에 대한 비판자들 간의 논쟁점

- 이론적 수준에서, 주체들에 의해 의도 혹은 의식된 의미들이 보다 넓은 생활세계의 구조를 구성하는가, 아니면 주체들의 주관적 의도와 의식을 넘어서는 수준에서 작동하는 의미의 구조에 의해 주체들의 의도와 의식이 규정 되는가

- 방법론적 수준에서, 개별 주체의 주관적 의미 세계를 해명함으로서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생활세계의 의미 구조를 해명할 수 있는가, 아니면 사회적 의미 구조의 해명을 통해 개별 행위자들의 주관적 의미 세계에 대한 해석이 가능해 지는가.

2) 구조주의적 전통

구조주의에서 사회학적 분석의 가장 주요한 분석대상은 개별주체의 행위와 주관적으로 의도된 의미가 아니라 사회적 사실

- 즉 개인에게 외적을 행사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행위양식, 어떤 사회 전반에 걸쳐 보편적으로 존재하면서, 동시에 그것의 개별적 현시와는 독립적으로 그 자체의 힘을 갖고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행위양식

- 개별적 행위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속성이 아니라, 개별적 행위 전에 존재하는 개별 주체의 행위를 생성하고 행위가능성을 선택적으로 제공하는 구조화된 규칙세계

 

사회적 관계에 들어서기 전에 이미 사회 구성원들 간 상호이해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의미구조가 존재.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어떤 제스처, 발언, 행위, 단어, 부호와 같은 특정 요소의 의미는 그 요소 자체가 아니라 요소가 위치한 관계의 체계에서 옴. 따라서 동일한 부호라고 해도 그것이 위치한 관계 체계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부호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방법적으로 먼저 부호가 위치한 관계체계를 이해해야 함

 

3) 프래그머티즘과 상징적 상호행위론의 전통

블루머의 상징적 상호행위 이론 : 의미는 인간 행위자들의 사이에서 생겨남. AB가 상징적 상호행위를 할 때, A의 행위에 대한 B의 반응은 언제나 의미의 해석의미는 상호행위의 과정에서 각 주체들이 타인의 행위에 관해 주관적으로 내리는 해석

 

미드의 의미이론 : 의미는 행위자가 주관적으로 의도한 것이나 그의 행위에 대한 상대방의 해석을 뜻하는 것 양자를 포함하면서 넘어서는 제 3의 실재. 의미는 관계의 장에 존재하며 그 속에서 생성되고 존속되는 것으로 객관적으로 이해되어야 함

- 미드는 의미가 생성되고 존재하는 장을 미드는 삼각관계의 장(field of triadic relationship)”이라고 명명. AB의 상호관계 속에서 의미는 관계 속에서 시계열적으로 계속되는 상호행위의 과정은 주관적 의미 의도와 상대방의 의미 해석이 서로를 생성시키고 조건 짓는 교합의 과정이 되는 것. 의미는 그 누구도 완전히 계획예견통제할 수 없는 발현적 산물

 

3. 객관적 해석학의 의미 이론

 

1) 의미와 의미 해석의 주관성과 객관성

의미의 주관적 혹은 상호 주관적 차원을 강조하는 사회학적 전통을 어떻게 비판하고 있는가?

객관적 해석학은 여타의 질적 조사방법들, 특히 전통적인 해석학적 의미연구를 비판하면서, 구조주의, 체계이론, 프래그머티즘의 통찰을 독특하게 결합시켜 전통적인 이해사회학과 해석학 현상학적 방법론의 근본적 혁신을 시도

- 객관적 해석학이 제기한 가장 근본적 비판은 기존의 접근들이 의미의 해석은 곧 주관성의 세계에 대한 주관적 탐구라는 등식을 가정하고 있다는 것

 

의미 분석의 대상 측면에서 객관적 해석학에서 해명하고자 하는 객관적 의미 구조는 주체들 사이에서작동하고 있는 사회적 사실

- 의미의 주관적-객관적 측면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주체가 주관적으로 의도하거나 해석한 의미로 의미 개념을 한정시키는 전통적 해석학과 대비시켜, 주체가 행위를 통해 주관적으로 의도한 의미 뿐 아니라 사회적 상호행위의 전개 과정에서 생성되며 사회과학자의 체계적 분석 절차를 통해서만 규명될 수 있는 객관적 의미 구조를 분명히 구분하는 것을 중요시

 

방법론의 측면에서 객관적 해석학은 전통적 해석학적 텍스트 분석방법인 추체험 해석학을 상호주관적으로 검증 또는 반증 가능한 분석 방법론으로 대체하고자 함

- 객관적 해석학은 전통적 해석학과 같이 행위 주체에 대한 감정이입이나 분석자가 분석 대상의 위치에 서 보는 방식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행위 규칙 또는 주체들 간의 상호행위의 규칙으로서 실제 작동했던 의미의 구조를 드러내는 방식을 취함

 

2) ‘과정의 구조’: 구조주의와 상호행위론의 결합시도

- 객관적 해석학이 구조주의와 프래그머티즘에 의해 발전된 의미의 객관성 이론을 어떻게 해석학적으로재구성하고 있는가

객관적 해석학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의미 구조의 개념. 객관적 의미의 장 혹은 의미의 삼각관계 속에 의미 구조가 존재. 이것이 주체들의 행위를 생성시키는 힘

 

삶의 현실이 필연적으로 주체의 행위 즉 결단과 정당화를 요구한다고 본다는 점에서 행위 이론적 측면을 갖고 있음. 행위 이론의 기초단위는 개별적 행위가 아니라 상호행위행위는 처음부터 사회적 상호행위의 시계열적 연쇄에 존재

 

한편 구조주의적 성격이 나타나기도 함. 주체의 행위는 자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구조 속에서 이루어짐. 구조는 상호행위의 과정을 통해 생성변형재생산 되지만, 상호행위는 무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형성된 구조 안에서 이루어짐

 

객관적 해석학은 구조가 무시간적이 아니라 과정의 차원을 필연적으로 내포한다는 점을 강조.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다면, 방법적 절차에서도 과정의 차원이 중심에 놓이게 됨. 외버만은 최소한 어떤 구조의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한 단계를 지적으로 완전히 재구성 하여 해명할 수 있다면, 또는 그것의 재생산과 변형의 법칙성을 밝혀내게 된다면 그때 비로소 완전한 의미에서 구조가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

- 구조의 현존을 경험적으로 확인하는 두 가지 parameter : 1) 주어진 행위 혹은 발언에서 그것에 앞서거나 뒤이을 수 있는 행위 또는 발언 가능성의 장을 여는 동시에 한계를 규정하는 모든 종류의 규칙, 2) 구체적 행위의 수준에서 모든 행위와 발언의 가능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결정행위

3) 객관적 의미구조와 시계열적 분석

- 객관적 해석학의 핵심 개념인 객관적 의미 구조의 이론이 세 전통을 어떤 방식으로, 어느 정도 성공적으로 종합하고 있는가

객관적 해석학에서 객관성이란 1) 분석 대상의 객관성과 2) 분석 절차의 객관성

- 객관적 해석학은 다수 행위자 사이의 상호 행위 전개 과정에서 작동하는 객관적 의미구조를 분석이 목표. 분석의 기본단위는 상호행위의 시계열적 전개 속에 형성되는 의미의 장

- 한편 의미구조가 객관적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은 의미구조가 실재할 뿐 아니라 그 실재성이 경험적으로 입증가능하기 때문

- 이러한 분석 대상의 객관성과 분석 절차의 객관성은 불가분의 관계. “방법론적 실재론은 감각적으로 직접 지각될 수 없는 세계도 특정한 방법적 절차를 통해 경험적으로 인식 가능하다고 보는 관점. ‘객관성의 준거는 감각적 지각 가능성이나 수량화 가능성이 아니라 대상에 대한 진술이 경험과학의 대상들에 대한 분명한 판단을 가능케 하는 명시적 방법적 절차에 기반하여, 상호주관적으로 검증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시할 수 있는가의 문제

 

객관적 해석학에서 특정한 의미구조가 구체적 상호행위과정에서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검증하는 방법적 절차의 핵심은 시계열적 분석

- 이는 구조의 이중성에 대한 이론적 관점을 철저히 적용하는 시도. 즉 주체들 간의 상호행위는 객관적 의미 구조 속에서 이루어지는 한편 이 구조는 오직 행위와 상호 행위의 과정을 통해서 현실적인 것으로 실현이 가능

- 그러므로 어떤 상황에 어떤 의미구조가 작동하는지는 그 상호행위의 전개 과정을 한 단계 한 단계 분석해 가는 방법적 절차를 통해서 해명이 가능

 

4. 사회적 해석양식의 구조와 동학

 

1) 객관적 의미 구조와 사회적 해석 양식

사회적 해석양식은 다수의 사례에서 발견된 의미구조들이 어떤 공통의 해석적 패턴을 공유함 의미. 이는 물리적사회적 환경에 대한 사회적으로 소통가능한 해석의 앙상블

- 행위자 자신과 타인과 세계에 대한 일련의 가정을 서로 연결시키는 특정한 의미의 위계구조를 보여줌으로써 행위자의 행위습성에서부터 세계관 및 정체성에 대해 중요한 인식의 열쇠를 제공

 

해석양식이 구조화된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준거는

- 1) 저항력 : 특정한 해석 양식이 행위 상황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별 주체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생성시킬 수 있는 정도

- 2) 해석 양식이 행위자에 의해 의심할 수 없는 규칙으로 받아들여지는 정도

2) 사회적 해석 양식의 내외적 긴장과 역사적 변동

주체이론의 측면에서, ‘모순적 통일체 이론

- 객관적 해석학은 주체 개념을 인식론상의 주체, 행위능력을 가진 개인적 주체, 구체적 인간의 세수준으로 구분. 이 세 수준 사이의 독특한 긴장관계- ‘결단에의 압력정당화에의 압력때문에 인간 주체는 모순적 통일체로 존재

- 행위와 성찰간의 끝없는 긴장을 통해 행위 주체의 고유한 역사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 객관적 해석학의 주장. 따라서 객관적 해석학은 주체성을 객관적 사례 구조의 규칙성과 주관적으로 재구성된 자아상 및 정체성의 기획 사이의 변증법으로 이해

 

구조 변형의 측면에서, ‘나선형적 순환성 이론

- 양립성/비양립성. 양립성은 사회적으로 구조화 되어 그 사회 구성원에게서 상호주관적 타당성을 획득한 해석양식이 환경과 체험에 대한 납득할만한 해석을 제공하는 것. 반면 비양립성은 해석적 자원들이 환경과 체험에 대한 해석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으로 인지

- 외버만은 비양립성의 문제가 해석양식 내부에서도 발현될 수 있으며, 해석양식과 사회구조적 맥락(현상) 사이의 긴장에서도 생겨날 수 있다고 보았음

- 이러한 비양립성이 발생되면 행위주체들은 창조적 방식으로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할 수밖에 없으며, 그 과정에서 기존 해석양식과는 다른 해석적 실천이 탄생

 

5. 객관적 해석학의 비판적 재구성을 위하여

 

자신의 새로움에 대한 과도한 의미부여와 해석학적 전통에 대한 미성숙한 이해

- 객관적 해석학이 전통적 해석학이라는 총칭 하에 비난한 대상은 해석학의 다양한 전통 가운데 일부이며(저자-의도주의의 전통), 오히려 해석학적 전통의 특정한 흐름(해석학적 객관주의 흐름)과 맞닿아 있음

- 객관적 해석학의 이론적 방법적 성취는 기존 의미이론과 질적 조사방법론의 특정한 난점과 편향을 교정하는 보완적 의의를 가질 뿐, 패키지 대안이 될 수 없음

 

프래그머티즘이론의 오독 ; 구조주의적 편향

- 객관적 해석학의 연구 저작들의 전반적인 경향인 의미 구조를 분석하는데 몰두하여 생성의 문제, 즉 상호행위의 주관적 영역에 주목하지 않는 것은 프래그머티즘 전통과의 패러다임적 중핵의 차이

 

저자는 객관적 해석학이 자신의 전통을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될수록 자신의 한계와 잠재성을 더욱 깊이 이해할 것이라고 보았음. 한편, 의미의 구성적 차원과 구조적 차원은 어느 한쪽으로 환원될 수 없는 양면성이므로 만약 객관적 해석학이 프래그머티즘을 구조주의적으로 왜곡하지 않고 두 전통의 미덕을 한께 계승한다면 이해사회학이나 현상학적 사회학의 의미이론과 화해하는 넓은 접점이 보일 것이라고 제언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