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 따끈한 신곡을 가만히 들으며 앉아있다가 문득 내가 스물다섯살때
언플럭솔님하에게 팬레터성의 쪽지를 남겼던 기억이 났다.

그가 첫 앨범을 냈을 때, 그는 스물다섯이었고
그 당시 스무살 혹은 스물한살이었던 나는
‘스물다섯, 삶의 초점을 나 장호 에게 영쩜 클릭 수정했어’
라고 하는 그의 스물다섯이 막연하게 커보였었다.

내가 스물다섯에 언플럭솔님에게 어떤 쪽지를 남겼는지는 자세히 기억은 안나지만
어찌되었건 내가 스물다섯살이었을때 일기를 쓰는 시간이 돌아오면 문득 문득
언플럭솔의 음악들이 떠오르곤 했었다.
그의 가사가, 스물다섯살의 내게 ‘내가 스무살때는 나의 스물다섯을 어떻게 기대하고 있었을까?’를
되짚어 보는 일종의 기제로 작용했던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그의 새로운 음반을 마주하게 되었는데,
앨범 제목이 Farewell to our Twenties랜다.

뭐랄까. 반가웠다! (그다음에 든 생각은 아 나도 곧 서른이겠구나. 였다)

만약 인터넷 상에서가 아니라 학교앞 작은 레코드점에서 이 음반을 마주했다면
어쩌면 나는 ‘쿵쿵이 스타일로 덥썩!’ 하고 앨범을 집어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동시대를 살면서, 내 또래 혹은 나보다 조금 나이가 많은 선배 또래사람들이
자신의 고민을 이렇게 ‘촌스럽지 않고’ ‘공감이 가게’ 드러내는 경우가 의외로 흔치가 않다.

많은경우,
심각하고 진지해서 읽기 힘든 일기장이 되어버리거나
똑같은 이야기 계속해서 뭐해 하여 정신줄 놓을때 까지 술을 마시며 같이 술과같이 목뒤로 넘겨버린다거나
전 영역과 장르를 망라하여 수도없이 쏟아지는 수많은 작품들에서 너무 미화가 되거나 너무 비화가 되거나
혹은 추상적이거나.

언플럭솔의 가사는 항상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을만큼 직접적이고 굉장히 일상적인데
그래서인지  대단히 공감이 된다거나 마음을 툭하고 흔들어 놓거나 한다.
그것이 촌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성은언니의 멋진 노래와 단단한 그의 라이밍센스? (ㅋㅋ)

나는 어떠한 예술이든 그것을 이끌어온 주류의 역사에 축적되어온 어떤 평가기준들에 의해 작품이 평가 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떠한 기법, 어떠한  사조가 2009년의 나에겐 큰 의미가 없을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것이 나에게, 그것을 마주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자극과 의미가 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나의 기준에서 보자면
스무살때 처음 마주한 그의 음악이 스물다섯살에 다시 곱씹어 졌던 것 처럼
이번 앨범도 스물아홉 서른 그 즈음에 다시 또 꺼내서 듣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강렬하게 들었다고나 할까.
MC, move the crowd! 관중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  관중을 움직이는 힘의 방향과 속성은 실로 정말 다양하지 않은가!

서른다섯살 혹은 마흔살 아니 육십세 노인이 되어서
또 그는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가사를 쓰고 어떤 음악을 들려줄지 기대된다.
아니 꼭 그렇게 해달라는 바램에서 오늘은 꼭 글을 남겨놓고 싶었다.

고맙고, 또 미리 고마워요.
앨범 나온거 축하하고 또 미리 축하해요 장호오빠 그리고 성은언니!!


*
사실 지난 겨울에 우연히 홍대에 있는 어느 고기집에서 언플럭 솔님을 만나
갓 녹음한 이 앨범을 살짝 들어본적이 있다.
‘쿵이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곡이 있어’라고 들려줬던 노래가 3번 트랙의 롱디커플.
그러고 보면 그때 나는 롱디스턴스연애에 실패하고
이별 후유증의 쓰나미가 삼일에 한번씩 몰려오던 시절이었는데
그 때 들었던 곡의 느낌이 내겐 강렬할수 밖에 없었다. 
특히나 곡 중간에 두 연인이 통화를 하는 내용은 지금 들어도 들을때 마다 척추에 소름이 돋는다 (ㅋㅋ)
롱디커플이 결정적으로 무너지는 순간을 저렇게 캐치해 보여주는 통찰력이란 ㅋㅋ
(언플럭솔님하의 음악에 은근 관심이 많은 나의 절친 지은은 그 통화내용을 녹취해주시는 집요함까지 ㅋㅋㅋㅋ)









종종 이런 의문을 가졌었다.
왜 수많은 가수들이 이별을 노래하는가 하고

이별때문에 한창 너무 아팠을때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다 내 마음같았지만
그래서 너무 화가 났었다.
오래도록 특별하다고 생각했었던 그 무언가가
실은 그저 남들 이야기와 똑같은 그러한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봄이 똑똑 하고 문을 두드리는 토요일

조명이 좋고, 예가체프 커피향이 좋고, 쿵쿵 울리는 스피커가 마음에 드는
다원예술매개공간 한가운데에 혼자 않아  (아. 이것을 혼자누리는 영광을 얻다니)
남예지언니의 am i blue 앨범을 무한 반복해서 듣고 있다.

딱히 의도했던 것은 아닌데
쏙쏙 귀에들어오는 가사가 가히 중독성이 있었다.
예전부터 느낀 것이지만 이 앨범의 이별노래는 솔직 담백한게 매력이라
슬픈느낌이지만 한편으로 쿨하다는 생각도 든다.


왜 수많은 가수들이 이별을 노래하는가.

그래, 의외로 이별은 일상에서 자주 일어나는 일이고
가끔은 아니 항상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관계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서.

그래서, 그언젠가의 나처럼 혼자있는 시간이면
체념인지 후회인지 기대인지 다짐인지 모를 혼잣말을 자꾸만 하고
그런것들을 그에게 직접 말할 수 없어 노래라는 형식을 빌어 이야기 하는  
예술가들의 이별 극복법일지도 모르지.

어쩌면, (수많은 리스너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위로받고 싶은 때가 그 때이기 때문일까.




 






어쩌다 이 사진이 
이제서야 나오게 된 지 모르겠지만 ^^

가을, 높은하늘, 
넓은 잔디밭, 담요,
좋은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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