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나만 이렇게 아프고 힘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너무나도 당연한 것인데
귀를 두손으로 꽉 틀어막고
나 힘들다고, 나좀 봐달라고
나좀 놓아달라고, 그냥 모든것을 모른척 하고 싶다고  
계속 '발신'만 해댔던 내모습을 돌이켜본다.

어휴 =33
안쿵쿵은 언제 어른이 되나?

스물여섯의 마지막 날에는
모든것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0%에서 다시시작할 수 있는
기운이 솟아날 줄 알았는데

뭐 하나도 명쾌하게 정리가 되지 않고,
별로 받고 싶지 않은 전화를 받고,
무심한듯 시크한 내가 주는 불안감에 화를 내는 사람을 마주하고,
두달전의 오늘과 똑같이 무기력한 내가 못마땅하다.

답답한 기분에 울고 화를 내고,
아쉬움과 미안함에 어쩔줄 몰라하고,
그래도 따뜻한 말 한마디가 마음을 사르르 녹이고,
'네가 미안해 하는거 다 이해해! 그래도 괜찮아' 하며 맑게 웃어주고,
무심한 듯 묵묵한 챙겨줌이 느껴져 든든한 기분이 들고
때로는 시덥잖은 유머따위 하며 상한 기분을 달래기도 하고
욕하지만 사랑하고, 사랑해서 욕하고.

뭐 사람사는게 다 그런건데,
뭘 그리 '내인생은 특별해'라며
특별한척, 나는 남과 다른척 그러고 있는건지.


스물여섯, 12월 하고도 29일.
올해는 누구에게도 스물일곱 1월의 달력을 받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때도 연말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더니
신년 달력 하나 없는 연말이 어색하고 생소하고 급기야 화가난다.

한해의 계획이 짜여진 일정표를 받고 싶었지만,
아마도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누가 나 대신 계획을 짜줄수는 없다는 것을
혹독하게 깨닫고 있는 요즘.


며칠전에 타로점을 보며 결코 웃음으로 넘기기 힘든 한마디가 있었다.
그것도 반복적으로.
' 모든 열쇠는 너에게 있어! '
(언제나 점장이의 결론은 저렇게 나게 마련이라 허무하기도 하지만,
그래서 언제나 나는 점장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컨설팅이 바로 저 한마디라고 생각한다)


*
새벽 1시.
지난 3년간의 12월 처럼 바쁘게 보내는 연말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시간 치킨두마리, 맥주 한병을 삼실로 배달시키고 나니
갑자기 마음이 훈훈하다. 아.. 놔 정말 삼실홀릭 맞나봐 ㅋㅋㅋ
치킨 먹으러 가야지.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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