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목도리, 털장갑, 털모자 같은 촉감의
불빛과 노래가 어울리는 밤이다.
유자차의 시큼달큼쌉싸름한 따뜻함이
어울리는 밤이다.

초저녁.
내가 좋아하는 겨울날의 초저녁부터
제법 굵은 눈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얼마전에도, 오늘아침에도 눈발이 조금씩 날리긴 했지만,
사실상 올해들어 첫눈이 내린다.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빛들이 불안불안 조심스럽다.
저녁6시 남대문 앞 거리는 새벽 두시라도 된 양 고요하다.
핑크빛 우산을 쓴 아주머니의 잰걸음은 나마저 재촉하는 듯 하다.
털모자를 덮어쓴 한 외국인의 빠알간 얼굴이 투명한 공기에 선명하게 보였고,
나는 얇게 쌓인 눈위에 나의 발자국을 남기는 것이 왠지모르게 미안했다.

며칠전에 대구에 큰 눈이 왔다고 전화했던 막딩이가 생각났다.
서울보다 대구에 눈이 먼저오기란 자주 있는 일이라며 자랑을 했는데
회의중이라 제대로 전화를 받아주지 못한게 새삼 미안했다.

라디오에서 하림의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눈오는 날과 내 마음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추운겨울날, 특히 눈이오는 날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다른때 보다 투명해 보이는 어떤 느낌이 있어 너무 좋다.
음식점의 간판이, 음식점 속에서 대화를 나누는 이들이
어떤 투명한 막을 지나서 존재하는 느낌
내가 보고있는것 사이에 어떤 렌즈하나가 더 존재하는 어떤 느낌


두서가 없네.
첫눈오는날의 느낌을 담아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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