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예술치료 두번째 시간,

이천 부래미 마을에서
2시간 자고 열심히 달렸건만,
고속도로를 잘못타서 한시간이나 늦어버렸다.

오늘의 주제는 가족
수업시간에도 말했지만
가족이라는 주제는
항상 지레 겁을먹게 되는 주제다.

냉정을 유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내가 보인다.
팔짱낀 내모습에서도,
층층히 쌓인 벽을 사이로 망원경을 설치한 내 모습에서도,
교실속의 내 모습에서도..

'가족'이란 말은 뜨거운 느낌인데,
왜그런지, 난 자꾸 그 뜨거움을 감춘다.
 

두번째 시간인데, 사람수가 많이 늘었다.
지난주부터 사람 한명 한명의 세계가 우주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13인의 우주를 엿보는것은 흥미롭다.

다른듯 하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어쩌면 어느 누구나 여리고 착한 심성을 지닌게 아닌가 생각했다.

마법을 부리는것 처럼, 평소 이야기하기 힘든 이야기들이 오가는데
검은색보다는 붉은색과 노란색, 하늘색이 많아
희망적으로 느껴진다.
 
새삼, 삶의 아름답다고 느낀다.
그들의 삶이, 우리의 삶이, 이를 깨닫고 있는 지금 이순간의 내 삶이.


*

지난주 부터 계속
일관되게, 내가 싫어하는 나의모습을 표현하고있다.
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일상생활에서 무한 긍정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나의
그림자를 드러내는 의식인지,
아니면, 이미 알고있는것 까지만 드러내고자 하는
냉정한 표현인지,

무엇보다도,
감성적이고 싶은데
자꾸만 분석적이 되는 내가
좋으면서도 싫다.

'고요하게빛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기  (0) 2008.03.26
봄비, 두근두근  (0) 2008.03.24
#1. 사람안에 우주가 있다.  (0) 2008.03.12
절대 감속  (0) 2008.03.05
2007년을 마무리하다.  (0) 2008.02.17
사용자 삽입 이미지


학사 전공이 심리학이지만
학교다닐땐, 공부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뿐더러
워낙 정신분석학이나 임상심리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회심리학과 그것은 심리학이란 이름만 붙었을 뿐 별개라고 생각했고,
내겐 사회심리학이 적성에 꼭 맞다고 느꼈다.
지금생각해보면,
난 정신분석학이나 임상심리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난 맞지 않아' 라고 표현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표현예술치료 첫수업에서 떠나지 않았던 생각과 느낌은
심리치료라는 것이 내가 상담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 순간 내가 내 자신에게 이야기를 걸어야 하는 상황과 마주하게되는 느낌이었다.
내게 주어지는 작은 과제, 전혀 상관없는 누군가의 말한마디
그런것들이 내 속으로 파고 들어와 나에게 말을 건다.


첫주차라 손바닥크기도 안되는 지점토를 가지고 그릇 하나 만드는 거였는데
그거 하나 만들면서도 괜히 울컥 한다.
처음엔 반신반의 했는데,
내가 만든 그릇을 대상화 하여 의미부여하기 시작하니
그 그릇이 어찌나 나랑 꼭 닮았는지
화가 나서 수업이 끝나자 마자 그릇을 구겨 가방속에 던져버렸다.


굉장히 길다고 느꼈지만, 어쩌면 매우 짧은 첫주차의 수업이 끝나고
온갖 생각이 산발적으로 떠오른다.
비전, 사업의 아이디어, 학문적 호기심 등 긍정적인 생각부터
보여주고싶지 않은 나의모습, 인정하기 싫기도 드러내고 싶기도한 내 부정적인 모습까지
평소엔 자만심에 빠지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는데,
사실 그날은 내가 내모습에 이토록 불만이 많았다는 사실이 조금 충격이기도 했다.



화두. # 1.

1.
정말, 사람속에 세계가 있다.


2.
심리치료는, 치료사의 처방이 아니라 스스로 자기를 깨닫는 과정 아닐까?


3.
 맥락과 상황을 만들어 주는것,
스스로 할수 있게 이끌어 주는것
상담가나 문화기획자의 모습은 비슷할지도 모른다.
 





'고요하게빛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감기  (0) 2008.03.26
봄비, 두근두근  (0) 2008.03.24
#2. 새삼, 삶이 아름답다고 느낀다.  (0) 2008.03.16
절대 감속  (0) 2008.03.05
2007년을 마무리하다.  (0) 2008.02.17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