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손에 안잡힌다.
심각하다.
이번주만 해도 4개의 마감거리가 있었는데
하나도 제대로 끝내질 못했다.
도저히 손에 잡히질 않는다.

내 자신이 걱정될 정도로
심각한 무기력증에 빠져있다.

광우병, 대한민국, 네티즌, 젊은이,  
수많은 화두가 지나간다.

단지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공포가 아니다.
현 정권에 대한 분노 만도 아니다.

어떤 공포, 어떤 분노, 어떤 간절함, 어떤 뭉클함,
이런 것들이 만취한 위장처럼 얽혀
어느때 보다도 무겁게
토해내고 싶은 아슬아슬함을 만든다.


수도사가 수행을 하는 것 처럼
사회 안에서도, 네온사인 그득한 도시 안에서도
수행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믿음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의 초점을 조금만 달리 해도,
조금만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어도
어쩌면 세상이 전혀 다르게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믿음도 변함은 없다.

하지만
수많은 광우병 텍스트가 나에게 알려 준것은
어쨋든 나는 역사에 선택 되어진 이념속에 살고있는
사회구성원이라는 뻔한 진실이었다.
그리고 그 뻔한진실이 나는 괴롭다.


지금 청계천에 나가 초를 들고 있는 수천의 시민들은
그 뻔한 진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는데
난 왜 새삼스레 괴로운 것이냐.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도, 아직은,
무엇이 되었건 나는 해피엔딩이 좋다.

괴로운 일주일을 보내면서,
그래도 몇가지 긍정의 신호를 읽고 있다.

대뫙은 논문의 결론을 '인터넷'이라고 쉽게 내버리는건 아니라는 생각에
연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오늘 전화를 걸어서 말하고 싶어졌다.
"대뫙! 어쩌면 결론이 '인터넷'이라고 쉽게 나버릴 수 있을것 같아요" 라고

촛불문화제의 모습들을 모니터링 하면서
카오산 로드에서 벌어진 쏭크란 파티를 떠올렸다.

쏭크란에서
10대들이 가장 좋아하는 환경 (밴드와 댄스)에서
1000년 넘게 이어져 온 행위 (물과 석회를 타인에게 뿌려주는 행위)를
하는 것이 너무 인상깊었었다.
전통을 표현하는 형식에 있어
전통을 전통으로 고집하기 않고 젊은이들의 문화에 녹여내고
그것을 지지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을 상상했기 때문에
소름돋도록 감동을 받았던게 아닌가 싶다.


촛불문화제를 보면서
네티즌들의 글들을 보면서
어떤 새로운 문화를 본다.

80년대 학번들은
요즘 젊은이들을 의식이 없는 젊은이라 치부하고
온라인 문화 자체를 부정하는 경향이 있지만
오늘 문득,
이것이 이들의 방식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촛불을 드는 시위행위만으로는 설명하기 힘든데.... 시간이 나면 다시 정리해야지)


또하나의 큰 발견은
욕만 실컷 먹고 간듯한 노무현 정부 5년 동안
시민들은 참 많이 똑똑해 졌다는 느낌이다.
대선때 까지만 해도 그렇게 믿고싶은 마음 반
불확신 반이었는데.

이명박 정부 2개월째.
지금은 확신이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아직은'이 아니라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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