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비우스의 저주에 걸린 것 마냥, 똑같이 생긴 길을 달리고,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양도 만나고, 염소도 만나고, 소도 만나고, 말도 만나고. 그리고 나서 또 달리고, 달리고. 열두시간을 달려 도착한 목적지에 다다라 다른 일행을 실은 푸르공이 저 멀리 보이기 시작했을때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손뼉을 쳤다. -

최소한의 물, 최소한의 전기가 허락된 유목민 게르에서, 주인장의 난로에 구워진 내 생애 가장 맛있는 양고기를 먹었다. 쏟아지는 별 아래서, 조용하고도 낙천적이고 하나하나 대단했던 최고의 여행메이트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

사방이 땅과 풀 밖에 보이지 않는 길을 한참 달리다가 인터넷 신호가 갑자기 잡히면 그것은 곧 마을이 나타난다는 뜻. 길인지 길이 아닌지도 모르는,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달리고 또 달리다보면 거짓말처럼 우리를 반기는 사람이 있다. -

끝없이 달리는 동안 대체로 나는 아무생각이 없었지만, 때때로 나는 내가 미처 만나보지 못한 사람들과 그들의 시간을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 이 길을 달렸던 사람들을, 사막에서 길을 잃어 유령이 되었다는 사람들을, 사막에 덩그러니 집을 설치하고 사는 유목민 가족의 하루를 생각했다. 이 길이 길이 아니었던 시절부터 수십년이고 이 길을 오갔던, 그래서 타이어에 펑크가 나도 늘 있던 일이라는듯 시크하게 장비함을 꺼내는, 표지판 하나 없이 목적지를 찾아내는 우리의 기사 아흐는 이 땅에서 어떤 것 까지 경험해 봤을까 궁금했지만 물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흐의 십수년치의 경험들 덕분에 우리 여행이 훨씬 수월하고 즐거울 수 있었다는건 분명했다. -

여행의 마지막날이 되어서야 겨우 펼쳐본 책 월든에서 소로우가 쓴 이 구절이 특히나 마음에 남았다. “사람들이 찬양하고 성공적으로 생각하는 삶은 단지 한 종류에 지나지 않는다. 왜 우리는 다른 여러종류의 삶을 희생하면서까지 한 가지 삶을 과대평가하는 것일까?” #이제곧서울로갑니다 #새까매져서 #나의삶이있는곳으로 #아아이시간감각무엇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