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무지 아픈날이었다.
무리한 일정의 일과를 끝내고
집에와 겨우겨우 누웠는데
앓느라 잠이 들지 못했다.

새벽 세시, 새벽 여섯시.
응급실에 가려다 포기하고 그냥 앓았다.
아침 여덟시.
회사동료에게 온 문자한통.
그 문자를 받고서야 잠에 들었다.
10시까지 출근해야하는데!!

한시간동안 달게 잠을 잤는데, 꿈 이야기는 여기서 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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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나는 잠을 자고 있었다.
무언가에 놀라 화들짝 잠에서 깼는데
가스레인지에서 무언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나서 거실에 나가보니
집은 반짝 반짝 청소가 되어있고,
창문에서는 맑은 가을 햇빛이 눈부시게 들어오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파전이,
가스레인지에는 달걀이 삶겨지고 있었다.

덜컥 겁이났다.
밤새 끙끙앓으며 혼자있는데 큰일이라도 나면 어쩌나
전전 긍긍했었는데,
그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이 무서웠던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여행다녀와서 쉴틈이 없었기 때문에
집을 청소 하지 못한것이 계속 마음에 들지 않았었는데
그런 집에 깨끗하게 청소까지 되어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보글보글 끓고 있는 달걀은
내가계속 버려야지.. 버려야지.. 하고 마음만 먹고있던
냉장고 속의 그 달걀이었다.

무서운 마음에 엉엉 울면서
집에 있는 누군가를 찾았는데
그때 어떤 아주머니가 내눈앞에 나타났다.

빨간색 점퍼를 입은 까만 단발머리의 아줌마는
뭐 대수롭지 않은듯이 나를 마주하고 섰다.

"아줌마가 누군데 왜 남의 집에 들어와서 맘대로 있어요" 하고
내가 소리를 지르자
자신이 이 집에 있는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뭐라뭐라 변명을 해댄다.

"어디로 들어왔어요?"라고 물었드니
커다란 창문을 가르킨다.
아침햇살이 눈이부시다.

꿈속에서 나는 내내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계속 울며, 화를 내며 아줌마를 다그쳤다.
아줌마를 끌어 현관으로 밀쳐내고
나가세요.. 하다가
문득 이사람이 도둑이라는 생각이 들어
지갑을 열어보았다.
우리집에선 훔쳐갈게 노트북 밖에 없기 때문에
돈을 훔쳐갈거라는 생각을 했었던 건데,
지갑에는 돈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쨋든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뒤에서 누가 나를 밀친다.
또다른 아줌마가 집에 있었다.
그 아주머니는 가방을 홱 돌려매고 나를 밀치더니
"얘 여기 재수없다. 나가자!" 그런다.

그러다 잠이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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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꾼 꿈이 영 찜찜해서,
출근하자 마자 사람들에게 도둑이 드는 꿈이 좋은 꿈이냐 물었었다.

그리고 점심시간엔 기묘한 꿈을 꾸었다며
꿈 이야기를 했다.

한 사람이 내 꿈이야기를 듣고 화들짝 놀라며
그거 귀신이 집에 들어오는 꿈이라며 겁을 준다.
안그래도 혼자지내는 집이 무서운데, 더 무서워진다.

한사람은 이렇게 이야기 한다.
여행 다녀온 후 내가 스트레스들 때문에 아팠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아픈게 나으려고 그 꿈을 꾼 것인것 같다고...

신기한건,
정말 그 꿈을 꾼 이후로 아프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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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꿈에 대해 이야기 할때, 이말을 항상 먼저한다.

프로이트가 주장하는 것처럼 꿈을 꾸었는데,
한국적인 꿈해몽 덕분에 이야기가 완성이 된다고.

이 꿈이야기의 주제가 뭘까.

요즘 자주 만나는 김작가님이,
내 꿈이야기로 원고를 썼는데
사람들이 물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주제가 뭔가요, 혼자사는 여자의 비애인가요?
이사람 대체 누구인가요? 하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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