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화를 엿들을 생각은 아니었는데,
어쩌다 그들의 대화의 아주 짧은 부분을 엿듣고
너무 수많은 상황을 상상해버렸다.
그것이 최근에 내가 고민해 오던 어떤 지점과 맞아떨어지는게 있었기 때문이다.

평생 자연속에서 풍류를 즐기고 싶은 남편
이런 남편을 이해는 하지만 한창 자라는 자식걱정에
한편으로 남편이 답답한 아내

내가 잠깐 엿들은 이야기는 그러한 배경에 연유한
어떤 이야기였다.

배우자, 혹은 연인의 관계에서
'자기'혹은 '자아'를 실현하는 것과
'배우자' 혹은 '연인' 혹은 '가족'에게 책임을 다한다는것은
어쩌면 항상 전혀 반대의 지점에서 아슬아슬하게 시소를 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동일시 하는 어떤 타협점을 찾지만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자기욕구'대신 책임감에 의해 '자기화한 욕구'를
'자기욕구'라고 합리화 하며 살게된다.

'자기화한 욕구'가 너무 강했던 나는 마음의 병이 생겼고,
우리 아빠가 언젠가 '자기욕구'를 전면으로 드러냈을때, 나는 속으로 무책임하다고 질타를 했다.  

세상사는것엔 정답이 없고
나도, 우리아빠도, 우리 싸장님도, 이세상의 많은 사람들도
결국은 적정한 수준에서 혹은 자신이 견디거나 커버할 수 있을 만큼의 범위에서
협상을 하고 결론을 낼것이다.

내가 원하는게 있다면
내가, 그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비록 그 선택이 나의 이해관계와 전면적으로 대치된다 하더라도
내가 사랑하는 그들이 충분히 고민하고 결정한 것이라면 일단은 응원해주는 마음가짐
그리고 나를 사랑해주었음 하는 그들이 일단은 이해하려고 노력해주었으면 하는것
성인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 사랑을 책임질 수 있는 범위내에서는 최대한 배려를 하자는 것.
말이 쉽지, 정말 어려운것이라는것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는 계속 그렇게 노력을 해볼작정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수위의 행동방향을 설정을 하든
그 이후의 과정에서 중요한것은
내 자신에게, 나의 연인에게, 나의 가족에게, 나의 동료에게
그것을 솔직하게 드러내어놓고 공감하는 것  
무책임하다 생각하고 등을 돌리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는것
그리고 그의 무거운 책임감을 조금은 덜어주어
보다 더 자기욕구에 가까운 욕구를 찾을 수 있게 배려하는 것.


스물일곱의 이월, 삶에 대하여 많이 배우고 있다. 뜻하지 않았지만 아주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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