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존심

중고등학교시절 윤리책에서 강요하는 애국심에 동감하지도 않았고,
한일전 축구경기때 너무 뜨거워 다가가기 힘든 어떤 감정에 동요하고 싶지 않아했지만
언젠가 비전 발표를 할때, 자기비판을 하는 대한민국사람들 속에서 그들을 위한 일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아마도 내 나름의 애국심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어쩌다가 그말을 하게 된지 나도 의아했지만, 이민이나 유학이 성공의 기준인양 이야기 하는 앞 발표자들이
촌스럽다 여겨졌거나, 갑자기 화가나서 다혈질 적인 내가 그런말을 했던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작년이맘때 광우병파동으로 부터 그 이후로 주욱,
나는 애국심처럼 간지러운 말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자존심'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했는데,
그때 내가 '자존심'을 유지하기 위한 기제로 가장 많이 이용(?)을 했던것이
'촛불'과 '노짱' 그리고 그것을 키워드로 모인 사람들이었다.

노짱이 하늘나라로 간 다음날 새벽에 찾은 시청앞
텅빈 거리, 새까맣게 줄서있는 닭장차와 전경들
촛불은 찾아 볼수 없고,
저 닭장차 너머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알수가 없다.

그래도 작년 이맘때엔
그곳에서 희망을 보았는데,
전경그득한 그 거리를 마주하는 순간
자존심이 무너지는 느낌이 들었다. 

'망연자실'
그느낌이 뭔지 알것 같았고,
닭장차 너머 옹기종기 모여 분향소를 지키는 이들의 얼굴에도
그 느낌이 그득했다.

어제아침부터 계속 지울수가 없는 느낌은,
나는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내 자존심의 일부를 잃어버린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자꾸만 슬픔 보다 분함이나 억울한 감정이 앞섰나부다.


2. 이상과 좌절

얼마전에 읽은 책에서 이상주의자일수록 우울증이나 병적 게으름에 빠질 경향이 강하다는 구절을 보고 고개를 끄덕했다.

최근에 풀집 이윤호 대표의 이야기가 계속 생각이 났는데,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뜻있는 친구들 끼리 전혀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발견했던 것은, 그렇게 뜻있게 모인 이들 또한
보수적인 교육을 받아왔던 이들이었기 때문에 그 한계를 발견하고 인정하기까지가 어려웠다는것

이상을 이야기 하는 이들에게 '현실'은 변화하거나 개혁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많은 경우에 비판이나 비난의 대상이 된다.
요즘들어, 전자와 후자사이엔 일종의 선후나,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고,
그 사이에는 뼈아픈 '좌절'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또하나, 느끼는 것은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그리고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대한민국의 현실이 비판의 대상이나 좌절감의 모체가 되었던것 아닌가 하는것이다.

그리고, 나름 평안한(아니 어쩌면 고요한) 시대를 살았던 나와 나의 또래들은
변화나 개혁의 논리나 당위보다는
비판과 좌절의 말들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었다.

이런저런연유들로 386들이 야속했었는데
요즘 '좌절'이 나의 화두가 되면서 386들이 안쓰러워 졌다.

비슷하지만 또 조금은 다른 이유로 근 몇달간의 노짱이 안쓰러웠었다.

그리고 착잡한 이 주말이
우리에게 또 한번의 좌절인거 아닌가 싶어
두렵고 착잡하다.



3. 무엇을 해야할까.

나는 사실 정치에는 별 관심도 없었던 88만원세대인데다
~~이즘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정치방향이 옳은길이라 주장하는 모든정당도 딱히 맘에 내키지도 않을뿐더러
언제나 정치적인 것에 대한 해석은 나 중심적이고
촛불집회같은 건 한밤중에 혼자 슬쩍 나가서 옵저버처럼 관찰하는 소심함까지 갖추었는데

이렇게 자존심 상하고, 좌절감이 몰려들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