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
선인장 by egg™ 저작자 표시



'사랑은 식물과 같아서 가꾸어 주지 않으면 시들어요'

영화 타파스에서, 중국인 요리사 '마오'의 한마디.
사람들 사이에 섞여 푸하하 하고 웃음을 터트렸지만
그말은 곱씹을수록 가슴에 콕콕 하고 박힌다.


그래, 사랑은 둘이서 가꾸어야 할 식물이다.

가꾸어 주지 않으면 금방 시들어버리는 식물도 있고
가꾸어 주지 않아 제 몸에 계속 물기를 품으며 안간힘을 쓰는 선인장 같은 식물도 있다.

어느순간부터 선인장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물을 한가득 품은 선인장은 피부에 날카로운 가시를 세운다

원래는 선인장이 아니었는데, 비옥하던 땅이 사막으로 변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그렇게 되기도 하고
지난 사랑의 상처가 커서 새로운 사랑이 와도 선인장의 생리를 그대로 유지하기도 한다.

슬픈것은 이미 선인장이 되어버린 식물이
다시 설레는 봄과 따뜻한 여름 포근한 겨울이 있는 온대지방에 적응하기란
선인장이 되는 것 보다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너무 조급한 마음에 물을 쏟아 부으면 선인장이 시들어 버릴지도 모르고
선인장의 가시가 행복을 머금은 비구름을 쫒아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어떤 식물보다 가꾸기 힘든 식물이로군, 선인장이란!


....  그사람이 아니라 내가 선인장이 되어 있었던건지 몰랐네.



새로운 사랑이 다가오면,
조용히 손가락 걸고 약속을 해야지.
서로에게 선인장이 되지 말자고, 서로를 선인장으로 만들지 말자고.

서툴었던 나를 발견할때마다 얼굴이 화끈화끈 하지만
그것 또한 제대로 난 길이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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