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작가는 무언가가 좋아서 계속, 꾸준히 하는 것이 곧 재능인것 같다했다.

곰곰히 내가 좋아서 계속 해온 일이 무얼까 생각해봤다. 맙소사 그건 글쓰기였다. 십년이 넘게, 누가 시키지도 않았고 봐주지도 않는데 계속해 온것은 글쓰기가 유일하다. 

왜 맙소사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는가. 나는 글을 쓰는걸 좋아했지만, 글을 쓸 때면 늘 한편으로 주눅이 들었다. 재능도 없고 기본도 안 되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만, 늘 표현욕구가 넘치는 내게 가장 익숙한 표현도구가 글이라 생각할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 행동을 ‘글쓰기’라고 표현한 적이 별로 없다. 생각을 정리한다거나 자료를 정리한다거나. 아니 그럼, 나는 정리에 재능이 있는건가? ㅋㅋ

게다가 나는 국문과나 문예창작과 학생도 아니었고, 소설이나 시같은 글은 써본적도 없다. 몇번의 공식적인 글쓰기 경험으로 들어본 작가라는 호칭은 들을 때 마다 오글거려 몸둘바를 몰랐고, 그것은 영 내 것이 아닌 평생 내 것이 될 수 없을 것 같은 타이틀이었다. 얼마전에 친구와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 미술도 음악도 문학도 제도 교육 속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되면서 예술가들의 창의성은 하향평준화되고 있다고. 뿐만아니라 어디가서 정식으로 배우지 않으면 이토록 주눅이 들게 만드는 것 또한 제도교육의 폐해라고. 

뭐 어찌 됐든, 중요한건 내게 글쓰기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그보다 재능이 있건 없건 앞으로도 계속 무엇인가를 쓸 것이라는 것과 한 번 쓰고 나면 또 거기서 부터 새로운 생각과 글이 시작된다는 것. 그것이면 됐다. 


2011년 2월 
http://vividynamic.tumblr.com/post/3099494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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