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Flowers Growing To Scorched Sky
Star Flowers Growing To Scorched Sky by m.a.x 저작자 표시비영리



요즘 일때문에 한창 재미있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책조사라는 좋은 이유를 내세워
내 삶에서 쉽게 만나기 힘든 생활의 달인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새삼 기분좋은QX에서 일한 지난 5년을 돌이켜 보면
나는 항상 그랬다.

전문가나 유명인 혹은 기획자와 예술가 등과 만나거나 같이 일을 진행하는 것 보다는,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도저히 내 삶에서 만나기 힘들었을 법한 사람들,
다양한 영역에서 평범하게,
그렇지만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하나같이 범상치 않게 삶을 꾸려 나가는
'일반인'을 만날 기회가 많은 프로젝트를 좋아했다.

항상, 프로젝트 결과물 이상으로 얻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일기를 쓰다가,
언젠가 친구와 '스타'와 '플라워'에 대해 대화했던 것이 생각났다.
나의 친구는 '플라워'도 가치가 있지만, 자신은 '스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말에 애써 아닌척 하며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지만,
나도 마음속 한편으로는 계속 '스타'가 되고픈 열망을 지녔었던것 같다. 
어떤 영역의 전문가가 되거나, 유명인이 되거나, 리더가 되는 꿈.

'스타'와 '플라워'의 관점에서 보자면
나는 항상 '스타'가 되기를 열망했지만,
정작 나에게 커다란 자극이 되고 울림을 주는 쪽은
언제나 '플라워' 들이었다.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스스로의 삶에 만족하며,
자신의 삶과 주변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꾸려 나가는,
자신의 세계속에서 끊임없이 성장과 진보를 거듭해 나가는,
꽃과도 같은 사람들.

자꾸 별이있는 하늘을 쫒느라,
우리의 주변에 얼마나 아름다운 꽃들이 많은지
모르는채 살아가고 있는것은 아닐지..

그리고 그 꽃들이 우리의 삶의 고리고리를 지탱해 준다는
비밀도 새까맣게 잊고 지내고 있다.

아직은 반짝 반짝 빛나는 별도,
지금은 활짝 웃는 아름다운 꽃도 아닌 나.

그렇지만,
싱싱한 꽃들을 발견하고, 마주앉아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요즘은
내 삶도 덩달아 싱그럽고 향기로운 느낌이다.

부러워 하는 나의 시선에 고개를 떨구는 수줍은 '꽃님'들
그러한 '꽃'들을 발견할때 마다,
내가 얼마나 부럽고 부끄러운지 그들은 알까.



남겨놓고 싶은 이야기 두개.

이야기 하나.
생활문화공동체 조사를 하면서 만난 활동가들에게
'자발적', '공동체', '문화'라는 말을 쓰며 대화를 유도하다가
어느 순간 그 말을 쓰고 있는 내가 얼마나 바보같은가하고 민망해졌다.
농촌지역에서 열심히 봉사와 참여활동을 하고 있는 그들에게는
그러한 것들을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몸에 배인 습관과, 경험으로 다져진 신념같은 것이 있었다.
내가 쓰는 '단어'는 그들에게 생소할지는 몰라도
저 단어들이 '의미하는 바'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리라. 
거침없고 솔직한 언어를 쓰는 그들을 만나면서
'고상한'언어를 쓰는 연구자인 내가 촌스럽게 느껴졌다.

이야기 둘.
못골시장 라디오큐레이터를 맞는 상인 분에게
'라디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어때요?'라고 물었더니
흉내내지도 못할만큼 해맑게 너털웃음을 지으시며
'가히 폭발적이죠' 라고 말했다.

언제쯤 나는 내가 진행하고 있는 일을
저렇게 자신있고 해맑게 자랑할 수 있을까.


'고요하게빛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괜찮았다가, 괜찮지 않아졌다가.  (0) 2010.02.17
어떤 시절  (0) 2010.01.17
기묘했던 날  (0) 2009.11.23
스물일곱의 가을  (0) 2009.11.12
남산에 있는 비비다이나믹스튜디오 또 변신  (0) 2009.11.10




지나가는 차도, 인적도 없는 기묘한 길을 달렸다.

가끔씩 있는 촌스러운 표지판에 이끌려
조용히, 천천히, 묘한 기분으로 달려가다보니
텅빈 집 한채, 결번일 것만 같은 전화번호, 자물쇠가 채워져 있는 절집같이 생긴 교회,
관리하지 않아 잡초가 나있는 주차장이 나타났다.

숨죽이며 한걸음 한걸음 그곳을 둘러보다,
에이 별거없네, 하며 다시 차에 올랐다.
혹시나 핸드폰이 안터졌으면 좋겠다고 내심 생각하다,
걸려온 전화가 잡음하나 없이 빵빵 잘터져서 살짝 김이 샜다.
그리곤 내려오는 길에 피식 피식하고 혼자서 웃었다.

기묘한 날이었다.

어쩌다 들어선 길도,
어쩌다 만난 사람도
모조리 기묘한 날이었다.

배추 싣기가 한창인 밭에서, 고무장갑 낀 아주머니와 인터뷰를 하고,
수천년 역사에도 전쟁이 알아서 피해 갔다는 마을을 방문했고 (그래서 마을 이름이 '도리'다 도리도리 )
그 시골마을에서, 내가 한때 정말 자주 방문하던 노짱 홈페이지를 기획했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분은 귀촌을 하셨다고 했다)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연상케 하는 시골 읍내의 라이브카페를 방문했고,
(사실 조금은 무서웠지만) 마음만은 정말 따뜻한, (그리고 매우 촌스럽지만) 그들의 마음을 사랑스럽게 표현하는 밴드를 만났다.
금요일 밤, 시골읍내의 밤은 도시의 밤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고,
나는 어색하게 밝은 롯데리아에 앉아서 그날의 생각과 느낌을 정리하려고 애를 썼다.

욕망과 욕심, 책임과 의무에 대해서 생각을 했고,
현실적이고, 거침없고, 솔직한 사람들의 욕망과 욕심에 비해
너무도 이상적이고 아름다운 욕망과 욕심을 가지는 정책들을 생각했다.
어째 크게 어긋나 있는것 같지만, 깊이 파고 들면 비슷한 원리일지도 모른다.

거침없고 촌스러운 표현을 쓰는 사람들 앞에서 내내 어색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가,
이렇게 생생한 언어를 먹물냄새가 나는, 다시말해 '고상한' 언어로 바꾸려는 강박을 가진 학자나 전문가들이 더 촌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생각이 들면서 어색한 기분의 나, 자꾸만 고상한 언어를 쓰려고 하는 내 자신이 촌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고요하게빛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떤 시절  (0) 2010.01.17
'꽃'을 만나다.  (0) 2009.12.10
스물일곱의 가을  (0) 2009.11.12
남산에 있는 비비다이나믹스튜디오 또 변신  (0) 2009.11.10
스물일곱  (0) 2009.11.0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