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인이 된다는 것 혹은 교양있는 시민이 된다는 것은 어쩌면 어떤 사건을 마주했을 때 나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의 억제를 그것이 억제인지도 모를만큼 자동적이고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억제해야 하는지 알고, 무엇을 미처 숨기지 못했을 때 죄책감을 느끼는 지가 아마도 그 사람이 구성한 세계의 상식이거나, 그 사람이 생각하는 혹은 배워온 교양의 기준일테다.


같은 공간에 있지만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논쟁을 살펴보고 있자면, 흥미로움과 동시에 피곤함이 몰려 온다. 특히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문화적이거나 교양있는 것인지에 대한 합의나 규범이 형성되지 않은 사안일 수록 흥미와 피곤함은 배가 된다. 그런 논쟁을 지켜보고 있자면 다른 세계를 가진 누군가를 이해시키거나 합의를 이루어 내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많은 사람에게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기능하는 규범과 도덕, 상식이라 칭해지는 것들이 만들어져 전해내려온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라 느껴진다. 그러고 보면 꼭 논쟁의 현장에서 이해와 합의 라는 것이 일어나라는 법은 없지! 그래 어쩌면,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교양의 덕목들은 아주 오랜 세월동안 셀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 피곤한 논쟁을 하고, 상대를 이해시키지도 이해하지도 못해 답답해하다가, 이해와 합의라는게 결코 불가능 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걸 수도 없이 반복한 후에야 만들어진 것일 것일지 모른다. 논쟁의 현장에서는 자신은 결코 변할 것 같지 않을 것 처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의 세계도, 논쟁에서 오가는 이야기들을 흡수하고 방어하면서 조금씩 변할 것이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사람들의 세계에서 특정 사안에 대한 어느정도 공통된 입장이 발견 되었을 때, 그제서야 우리는 그것을 상식이라고 칭하게 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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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 생각을 하다니.. 사람은 변하지 않는데 역사는 변한다는 것이 신기하다던, 여기에 진보의 열쇠가 있는게 아니겠냐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말(안희정 지사의 인터뷰를 통해 읽었던)이 꽤 인상깊었나부다. 토론은 결론을 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주장하던 엄선생님의 말도 생각이 나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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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으로 시작하여 훈훈함으로 마무리 되는구나. 이거시 일기쓰기의 묘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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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쓸지 모르는 박사논문의 주제는 아마도 미닝메이킹과 관련된 현상과 문헌의 언저리에서 발굴될 것이라는 강한 느낌을 갖고 있는데, 개인이 구성하는 혹은 구성한 세계를 어떤 식으로든 다루게 될 것이라는 촉이 오기시작했다. 사실 그러고 싶은 건지 그럴 것 같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마 그러고 싶으니까 그럴거 같다고 생각하는거겠지. 나 지금 뭐라는거니…. 뭐 어쨋든 욕망은 늘 계획보다 강하니까. 아마 그럴거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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