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

  현대 사회에서 삶을 영위하는 태도는 옛날과는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조직화와 단일화를 거부하며 개인적 삶의 가치 추구를 중요시하는 태도는 현대적 삶의 방식의 한 경향으로까지 이어지며, 이를 노마드(Nomad)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노마드는 유목민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철학 및 사회문화 용어로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 Nomad)' '디지털 노마드' '잡 노마드' 등 각기 다른 키워드로 그 대상을 구분하고 있지만 결국 경험을 중시하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을 일컫는 대명사라는 면에서 일맥상통한다.

 

  끊임없이 이동하며 살아가야 하는 유목민들은 항상 짐을 간편하게 꾸리고 무게를 줄이는 것이 생활화돼 있다. 기능이나 효율을 유지하면서 짐을 줄이는 방법, 이것은 유목민들이 살아가면서 터득한 지혜다. 그래야만 언제 어디서나 다른 장소로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미래학자 군둘라 엥리슈는 저서 ‘잡노마드 사회(job nomaden)’에서 현대인을 ‘유목민(노마드 nomad)’으로 표현한다. 유목민은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며 짐이 되는 것을 기꺼이 버린다. 그들은 ‘소유’보다 ‘경험’을 최고의 재산으로 여긴다.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란 명품과 골동품 등 겉치레 문화를 거부하고 여행, 레저, 공연 관람 등 무형의 경험을 수집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1980년대 이후 어린 시절을 부족함 없이 보낸 젊은 세대로 해외여행이 빈번하고 문화나 정보 흡수가 빠른 20∼30대의 ‘귀족형 유목민’이다. 이들은 낯선 곳의 여행을 통해 자기를 성찰하며 혼자나 몇몇 지인끼리 조용하고 창의적인 여행을 즐긴다.

 

  ‘노마드족’이 확산되면서 그 종류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우선 노마드족의 대명사격이었던 ‘디지털 노마드족’은 ‘유비 노마드(ubi nomad)족’으로 진화하고 있다. 무선랜 노트북과 PDA(개인휴대단말기)폰, 외장형 하드디스크 등 최신 전자제품으로 무장하고 공간 제약 없이 업무를 처리하는 디지털 노마드족의 개념이 컴퓨터 접속 네트워크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유비쿼터스(ubiquitous)’ 환경에 맞게 더욱 정교화된 것.

  유비 노마드족은 텔레매틱스가 장착된 자동차로 처음 가는 곳도 지름길로 척척 찾아가고, 무선전파식별(FRID)장치가 내장된 휴대전화로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버스가 어디쯤 오고 있는지 알아본다. 밖에서도 휴대전화로 집 안의 가스밸브를 잠글 수 있고, 목욕물도 미리 데워 놓는다. 유비 노마드족에게는 멀리 있는 친구에게 자기 위치를 알려주는 것도 식은 죽 먹기다.

  ‘노블레스 노마드(noblesse nomad)족’은 명품, 골동품 등 물건을 소유하는 대신 여행, 레저, 공연 관람 등 무형의 경험을 수집하는 새로운 소비자층이다. 최근, 물건의 소유보다는, 감성을 풍부하게 만드는 ‘경험’을 선호하는추세가 반영된 것이다. 세상은 풍부한 경험으로 삶을 풍족하게 만들려는‘노블레스 노마드’의 소비 양식에 새삼 주목한다. 이들은 비싼 물건으로 신분을 과시하는 겉치레 문화를 거부한다. 대신 자신이 하고 싶고 누리고싶은 경험적인 일에 아낌없이 투자한다. 이들은 더 많이 보고, 느끼는 체험적인 삶을 통해 자기계발을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기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비싼 물건으로 치장하기보다는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경험을 재산으로 삼는 ‘귀족형 유목민’이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이 만든 슬픈 신조어도 있다. 이른바 ‘강의 노마드족’으로 불리는 취업 준비생들. 취업 경쟁에서 자격증과 영어 점수 등이 중요해지자 전공 과목 외에 ‘실용형’ 강의를 들으러 이곳저곳 유랑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토익, 취업 강좌, 경영학 강좌 등에 가 보면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최근 들어서 문화예술 분야에서 노마드(유목민) 또는 노마디즘(유목주의)만큼 자주 쓰이는 용어가 없는 것 같다. 패션, 미술, 문학, 철학, 리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멋대로 쓰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청담동 레스토랑에서 파는 국적 불명의 퓨전 요리도 ‘노마드’고, 특정한 직업 없이 이런저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여행 경비를 버는 젊은이도 ‘노마드’고, 인터넷의 힘으로 기존 정치 판도를 바꾼 노사모도 ‘노마드’다.

'넌 대체 뭐가 되고 싶니 > 기록의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남매상에 옷 입혀줬을까 _ 090112 경향신문  (0) 2009.01.13
오바마, '미국의 마음'  (0) 2008.11.05
꿈과 비전  (0) 2008.08.20
커뮤니티 아트  (0) 2008.02.18
사회성 여가  (0) 2008.02.1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