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선택 2008 미국 대선]

중산층 백인 조너선 컬리의 오바마 선거운동기

지난 대선땐 아버지 부시에 2번 아들 부시에 표


‘역사적 선거’라는 표현에 걸맞게 4일 미국 전역의 유권자들이 투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지난 수십년간 실종됐던 열기다. 진보적 주간지 <네이션>은 “미국인들은 다시 우리 내면의 선함에 감동을 느끼고 있고, 링컨과 마찬가지로 일리노이에서 나온 오바마에서 희망을 본다”고 썼다. 미국인들은 왜 이번 선거에 이토록 감동하는가, 아내에 떠밀려 오바마 선거운동에 나갔던 “보수적” 백인 은행가 조너선 컬리가 3일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에 쓴 글은 그 답의 일부다. 글을 정리해 싣는다. 편집자

“나는 이번 선거는 ‘미국의 마음’에 대한 것이라고 느꼈다. 희망을 잃어가는 젊은이들과 잊혀진 나이든 세대에 대한 것이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미국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던, 그러나 이제 그들 손자 세대는 버락 오바마에게서 희망을 보게 될 거라고 느끼는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다.”<기사 본문 중에서>

지난 주말 우연히 오바마의 선거운동에 나서게 됐다.

오해하지 마시라. 나는 꽤 보수적인 사람이다. 아버지 부시에 두번, 아들 부시에 한번 투표했고, 빌 클린턴이 당선됐을 때 실망했다. 아들을 군대에 보냈고, 그애가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것이 자랑스러웠다. 나는 남부에 사는 백인이고 55살이다. 오바마가 당선되면 분명 거액의 세금 고지서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아내가 나에게 오바마 선거운동에 나가자고 했을 때 얼마나 놀랐겠는가. 나는 한번도 누구의 선거운동에도 참여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결국은 나갈 수밖에 없었다. 모든 기혼 중년 남성들이 그렇듯, 아내 말을 들었다.

지난 1일 아침 선거 본부에서 기다리다보니 내가 거의 최고령이었다. 고등학생쯤 되보이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책임자는 흑인 대학생과 내 연배의 백인 남성을 한조로 짜 함께 선거운동을 다니게 했다. 선거 책임자는 아내와 내게 흑인들이 사는 지역으로 가라고 했다. 중년의 백인 부부가 서류와 명단을 들고 흑인들 동네를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 낯선 모습이었다.

우리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문을 두드렸다. 꽉 잠긴 문 뒤로 “누구냐”고 묻는 소리가 들렸다. “오바마 캠프에서 왔다”고 대답하면 곧 문이 열렸다.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했다. 한팔에 손주를 안은 할머니들은 자신의 아들, 딸들이 생전 처음으로 선거를 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들을 확인했다. 젊은이들은 졸린 눈을 비비며 조기투표 방법을 들었다.

그날 3시간 동안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나는 “거창한 일들”이 이번 선거의 중심이 아니라고 느꼈다. 이 선거는 세금 문제에 대한 게 아니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내가 낼 세금은 올라갈 것이다. 외교정책이 중요한 것도 아니다. 어느 당이 백악관을 차지하든, 미국은 이라크나 아프간에서 빠져나올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그곳 사람들이 미국이 거기에 남아 있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두 후보중 누구도 모든 문제에 완벽한 답을 내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이번 선거는 ‘미국의 마음’에 대한 것이라고 느꼈다. 이 선거는 희망을 잃어가는 젊은이들과 잊혀진 나이든 세대에 대한 것이다. 평생 열심히 일했지만 미국의 꿈을 실현하지 못했던, 그러나 이제 그들 손자 세대는 버락 오바마에게서 희망을 보게 될 거라고 느끼는 사람들의 것이기도 하다.

가난한 이들은 그들이 좀체 보기 어려웠던 희망을, 이제 보고 있다. 나는 우리가 돌아다닌 집들의 문간에 서 있던 사람들의 눈빛과 표정에서 희망을 보았다.정리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한겨레 관련기사]


노무현대통령이 당선되던 그해 겨울이 생각이 났다.
나는 그때 선거권이 없었는데,
정치에 대해서도 잘 모르던 아이었지만
주변에 '어떤 기대'가 가득찬 분위기가 나는 좋았었다.

오바마,
알수없는 기대에 휩싸인다.
미국의 마음, 세계의 마음

어떤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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