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7 

 

긴긴하루를 마치고 집에 오는 길.

밤길이 무섭다고 징징댔더니 마중나와준 #오늘의쏘스윗시스터앤브라더 


요즘 새로운 사람, 새로운 환경, 새로운 과업들이 우기의 소나기 쏟아지듯 하는데도, 내 방식과 속도로 똑바로 걸을 수 있는건, 아마 이런 소소한 시간들과 우리끼리만 말할 수 있는 사소한 TMI들 덕분일거야. 벌써부터 그리운, 그리워질 시간들.

#조너선하이트 의 신작 “과보호되고 있는 미국인: 어떻게 선한 의도는 나쁜 생각과 만나 젊은이들을 망치고 있나(The Coddling of the American Mind: How Good Intentions and Bad Ideas Are Setting Up a Generation for Failure)” 에 대한 인터뷰 중 일부. 관심있으신 분들은 #뉴스페퍼민트 


공부하는 사람으로서의 내가 가장 즐거움을 느끼는 때는, 스스로를 검열하지 않으면서 의식의 흐름을 나눌수 있는 동료들과 불완전한 언어들로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어떤 이해에 도달하는 짧은 순간들이다. 다행이도 나에겐 자기검열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수다의 공간을 내어주는 이들이 꽤 많은 편인데, 그것이 학교든 학교 밖이든 기꺼이 대화상대가 되어주는 친구, 동료, 은사님들 덕분에 나는 좀 이상하거나 생뚱맞은 생각들도 꺼내어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고, 나는 그런 나를 좋아한다. (요즘 나는 왜때문에 기승전러블리한가)


그러나 적절한 언어를 찾지 못해 끝끝내 말문이 막히곤 했던 경험도 물론 많다. 그런 경험이 자기검열에서 비교적 자유롭다고 굳게 믿었던 공간에서 일어났을 때는 좀 상처를 입은것도 같다. 조금 ‘다른’ 의견이 상대에게 ‘그른’ 의견으로 비춰질까 조심스러워 하는 나도 초라했지만, 그런 상황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옳고 그름의 문법을 넘어서지 못하는 내 사고와 의사소통방식의 한계에 더 좌절했다. 

 


옳고 그름이 분명한 언어로 쓰여진 글을 보며 촌스럽다고 입을 비죽이곤 하던 것과는 별개로, 지식생산자를 꿈꾸던 나는 그런 말과 글들에 노출될수록 불안과 무력감이 쌓였다. 때때로 should나 should have p.p. 용법을 주로 구사하는 사람을 만나 미팅이나 토론을 하는 날엔 이상하게 녹초가 되곤 했는데, 그런 경험이 반복되다보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던 어떤 날엔 movement의 언어와 science의 언어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이해하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언어와 학계의 언어가 서로를 풍부하게 만드는 방향으로 보다 건강하게 만나고 또 구분되는 방식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이 책을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오늘 아침에 이 인터뷰를 여러번 읽어보며 공감도 하고, 감탄도 하고, 위로도 받고 그랬다.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따라, 이 책은 최근의 사회적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논쟁적인 책이될 수도 있고, 이 또한 사회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중 하나라고 볼 수도 있을것이다. 선한 의도가 사고, 행위, 태도의 ‘올바름’의 프레임으로 실현될 때, 그 의도를 지지하는 동시에, 일어난 현상 자체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 용기와 새로운 논리와 언어를 필요로 하는 일인지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더 기대된다. 
#그러니까어딘지모르겠지만이책의판권을사신출판사는빨리번역본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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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2006년 학부졸업식, 그리고 2019년 박사학위수여식날의 리마인드샷. 저 쪼꼬미가 성인이 되는 세월동안 같은 학교를 다녔다. #잘키워놓은막둥이 #열남친부럽지않진않아 #그래도오늘또1스윗적립하신막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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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한 강의에서 날 소개하며, 연구주제는 늘 다양성 이슈의 언저리에 있으면서 정작 내가 선택한 소속집단은 놀라울 만치 다양하지 못한 아이러니를 농담삼아 이야기한적있는데, 학교를 떠나며 그 시간을 헤아려보고 새삼 놀랐다. 학부졸업할때 나는 다시는 학교로 돌아갈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같은 학교로 돌아가서 석사, 박사과정을 무려 8년이나 더 다녔다. (오늘 울 엄마가 이에 대해, 유치원 학사모를 못써서 이렇게 학사모 쓸일을 계속 만드는게 아닌가 하는 새로운 가설을 제시하셨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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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정신없이 졸업식을 끝내고 학교를 나오는 순간에 했던 생각이 다음주에 학교에 들러 다음학기 주차권을 갱신해야하는 일을 상기하는 것일 정도로 학교를 떠난다는건 나한테 그다지 감상적으로 와닿는 말이 아니었다. 어차피 강의나 연구미팅 등으로 종종 학교에 들르게 될테고 학위수여 이전과 이후의 일상적 삶의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료들과의 마지막 인사도 여느때처럼 잘가 곧 또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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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별 관련성이 없어보이는 이 사진 두 장을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려고 몇글자를 끄적이다가, 아 내가 정말 이 곳을 떠나는구나. 그것이 상징적이든, 실제적이든 정말 그렇구나 라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요 며칠 내가 문득 문득 불안했던 것 또한 오랜시간 공들여 구축한 안정적인 환대의 공간을 재구축하는 것과, 그 곳의 안전함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와 공간을 탐색하고 개척하고싶다는 이중적인 욕구 혹은 과제들이 불쑥불쑥 수면위로 올라왔기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또 맥락없는 글을 길게 또 쓰고 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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