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va CUBA _03. 커피와 담배



50원 짜리 커피를 마시다.

산티아고데쿠바의 중심부에 가면, 길거리 커피가게가 두개 정도 있다.
특이하게 24시간 운영하는 커피가게인데,
커피가 메인 아이템이고, 쿠바인들이 즐겨피는 담배도 함께 파는 곳이다.

이곳에서 파는 커피의 가격은 쿠바화폐로 1페소(내국인화폐_MN), 우리나라 돈으로 치자면 50원이 채 안된다.
(쿠바는 외국인 화폐와 내국인 화폐, 이 두가지 화폐단위가 있는데 외국인 화폐는 내국인 화폐의 24배 정도의 가치다.
 일반적으로 외국인들이 자주 가는 까페나 음식점에서는 에스프레소 한잔에 2페소(외국인화폐_CUC/우리나라돈으로 이천오백원)정도다.)

산티아고데쿠바에서 지낸 며칠동안
난 이가게를 하루에 두번씩 꼬박꼬박 들렀다.

커피맛이 딱히 좋은것도 아니요,
커피를 서비스 하는 아주머니들은 (한국인인 내가 보기엔) 불친절 하기 그지없었고,
급하게 씻어내는 커피잔이 그리 위생적으로 보이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커피잔에는 여기저기 오래묵은 흔적이 보이는 그런 곳이었지만.

여기에 있으면 왠지 쿠바인의 일상을 공유한다는 그런느낌이 들어 좋았다.
에스빠뇰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니, 그들이 어떤 대화를 나누는지 전혀 알수가 없었지만
그들의 일상적인 인사, 일상적인 대화, 습관처럼 몸에 배인 커피한잔의 여유(?) 뭐 이런
전체적인 분위기를 함께 한다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다.

한국에서 커피를 마실때에는 커피에 시럽을 전혀 타지 않는 나이지만,
쿠바에 있는 내내 에스프레소에 설탕을 쏟아붓듯 했었는데,
사탕수수의 나라 쿠바에서 만들어낸 입자 굵은 설탕은 뜨거운 커피에도 잘 녹지 않는 성질이 있어서
쓰고 고소한 커피를 다 마시고 나면 아래에 설탕이 고스란히 남는다.
그것을 마치 커피사탕처럼 떠먹는 재미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1.5페소를 내면 에스프레소커피에 쿠바의 대표 알코올인 럼을 한잔 부어 주는데,
쿠바의 아저씨들은 이것도 즐겨 마시는 듯 했다.
난 대낮에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싫어 그것을 마시기를 극구 사양했지만,
함께 여행한 기곰이는 그것을 마시고 '아 강하다'라는 한마디로 느낌을 표현했던 기억이 난다.  


담배는 '라이트'한 게 좋아.

이곳에서는 쿠바 화폐로 시가와 담배도 살수가 있다.
이곳에 파는 시가는 쿠바화폐로 2페소, 우리나라돈으로 100원.

쿠바에서는 외국인이 살수 있는 시가가 정해져 있고 그 가격이 꽤나 비싸다.
주로 국영으로 운영하는 공장에서 만들어진 시가로 직접 그 공장에 가서 사거나, 호텔 혹은 공항 등지에 있는 외국인 전용 기념품에서 그것을 살 수 있다. 우리나라에도 꽤나 알려진 로미오앤훌리에따 같은 시가는 그런 곳에서 살수 있는 시가들.
보통 시가 하나당 가격이 외국인화폐로 8페소(8000원) 정도 하는데, 밀거래상에게 사려고 해도 그런 시가는 5페소(5000원)는 줘야 살수가 있다.

나는 외국인들이 사는 8000원 상당의 코히바나 로미오앤훌리에따보다
커피가게에서 파는 100원짜리 시가가 더 쿠바스럽다고 생각을 했다.
물론 시가를 마는 종이가 어찌나 싸구려인지,
한번 입에 대고 피워봤다가 입술이 계속 따끔 따끔 거려 성가시긴 했지만
훨씬 독하고 담배의 냄새가 진하게 나는 것이 , 뭔가 이게 진짜다! 라는 생각이 들게했다.

그런데 재미있는건 외국인인 내가 '쿠바는 정말 독한게 맛이야' 혹은
'쿠바는 어린애 부터 할아버지까지 독한 시가를 피겠지'라고 느끼거나 기대하는 것과 달리
쿠바에 실제로 살고 있는 그들은 '조금 더 라이트한 담배'를 '더 좋은것'이라고 누구나 느끼고 있다는 거다.
(쿠바에 가기전에 면세점에서 우리나라 담배를 한보루 사가서, 쿠바에서 만나는 친구들을 만나면 하나씩 권해봤는데,
  다들 '라이트'라는 표현을 쓰며 좋아라 하더라)
또, 공항에서 부터 담배냄새가 진동하는 것은 확실히 쿠바스러웠지만,
이전에 생각했던 것 보다 흡연인구나 흡연량이 많아보이지도 않았다.

그래 하긴 '건강'은 어느시대나, 어떤 지역에서나 화두일 수 밖에 없고
또 한때, 아니 지금까지 '조금 덜 독한' 담배를 만드려는 전세계의 담배회사 트렌드를 보자면
이게 이상할것도 없지.
어쩌면 "쿠바=시가의 나라"라는 말에 한번도 가보지 않고 상상했던 어떤 이미지가
어느순간 진짜라고 착각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또 어쩌면
그들이 일상적으로 피는 시가향 짙는 담배와, 독한 시가와는 달리
비싼 가격에 팔리는 담배와 시가들이 모두 '라이트'를 지향하고 있어서
'그게 더 좋은 것'이라는 인식이 생겼을지도 모르지.
(아 점점더 복잡해 지는군 )




_ 비냘레스에서 실제로 담배농장을 운영하는 베드로에게 직접 만 시가를 몇개비 받았다.
_ 이사진에 나오는게 그 시가인지 다른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사진 내가 찍고 너무너무 맘에 들어서 ㅋㅋㅋ
_ 비냘레스에서, 세 친구를 만나 즐거운 밤을 보낸날. DSLR카메라로 찍은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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