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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었을때,
안쿵쿵은 이 시간을 어떻게 기억할까.
내가 없는 나.
내가 없는 시간.
내가 없는 역사.

자꾸만 길을 잃는다.
낮잠을 자다가 일어나
비몽 사몽 걷다보면 왔던 길을 되돌아 걷고 있기도 하고,
빛을 향해 걸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차리고 보면 내손에 들려있는 촛불이 그 빛인양
내가 빛을 따라 걷는 것이 아니라
나 편할 대로 빛의 위치를 이리저리 바꾸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내 그림자는 어떤모습을 하고 있을까.
어쩌면 나카타상 처럼 다른 이들의 절반만큼의 크기로
서있는건 아닐까.
문득.
나의 스물여섯에 대해
상상해 본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새해가 되는 순간에도,
나는 스물여섯의 희망찬 나의 모습을 그려보지 않았다.

철저하리 만큼
'연결되어 있는' 나의 모습만 그려보았지,
'온전한' 나의 모습을 그려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스물여섯의 여섯달을 보내고 있는 지금
내 자신을 찾을 수가 없다.
어디있을까.
어디쯤 와있을까.
어디에 가면 찾을수 있을까.
어쩌면 눈앞에 있는 내가 안보이는건 아닐까.
눈앞에 있는 나를 애써 피하고 있는건 아닐까.

촛불처럼 흔들리고 있는 스물여섯.

아이 처럼 겁을 먹고 서서,
누군가 짠하고 나타나 바람을 막아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훌쩍 커버린 귓가로 스쳐가는 바람은
손을 먼저 내밀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을거라고
그것이 어른의 세상이라고 속삭이며
매섭게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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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주위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삶의 브레이크를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니,
정규속도만이라도,
신호만이라도
잘 지켰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모든것이 맞물려 돌아가는 세상에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바쁘면, 다른사람들도 바빠지게 마련인것 같다고 생각했다.

속도단속무인카메라가 없는, 신설 고속도로에서는
정규속도를 지키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느껴져서,
옆차에 뒤질세라 속도를 내는 것 처럼

정규속도로,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내가,
타인의 행동들을 보고 조바심을 느끼는 것이
못마땅하지만, 그래도 그게 현실인듯 하다.
 
절대 감.속. 하고싶은 나와,
가속하지 않는 위험을 두려워 하는 내가
마주보고 있다.
 

길에 우두커니 서있기도,
집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무인카메라와, 앞뒤옆차를 의식하며
앞으로만, 앞으로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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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이 끝났다.

4년차. 조금 겁이난다.
나이에 의미부여하기 좋아라 하는 안쿵쿵이,
2008년에 들어서면서 스물여섯이라는 나이보다
4년차라는 말을 더 자주 떠올린다.
조금 더 무겁다. 이느낌.  

스물다섯, 직장 3년차 안쿵쿵이 어떤 한해를 보냈는지
지금은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찌되었건, 일년 내내 말로만 이백번은 가졌던 휴가를
드디어 가질수 있게 되었다.
딱히 하고싶은건 없다. 그냥 좀 쉬고싶었다.

역마살이 두개나 꼈다는 점쟁이 말이 맞는지,
아니면, 아주 평범한 휴가를 보낼 작정이었던건지
이번 휴가도 여행을 하자고 마음먹었다.



                   #. 어디로 떠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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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펼친다.
가장 가고싶었던 벌교에 점을 찍고,
주변을 둘러 본다.
순천, 보성차밭, 전주
등이 눈에 들어온다.

점점화가난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3일.
안쿵쿵, 너 쉬자는 거냐
운전연습하자는 거냐.

욕심부리는 못된버릇을
휴가계획에서도 못버리는
내가 미울 지경이었다.




#. 하고싶은것과 강요된것

사실, 휴가를 얻으면 가장 하고 싶었던건
그간 사놓기만 하고 읽지 못했던 책을
읽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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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보다 더 급했던 것은
온전히 나만을 위한 시간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이번 휴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심지어, 휴가때 읽으라고 강요하는
책만 해도 족히 다섯권은 되었다.
(그들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 일단 떠나자.

남해고속도로를 검색하다가
독일마을이란 곳을 알게되었다.
그곳이 마음에 들었다.
저곳이라면 쉴수있을것 같다.
일단 떠나자.
 
나는 월요일 아침 일찍 일어날거고,
세차장에 맡겨둔 차를 찾아와서
해삼을 태우고 출발해야지
독일마을에서 묵어야지.
하이디하우스에 방이 없으면 어때,
옆집에 전화해 보지 뭐.
그곳이 마음에 안들면
벌교에 가버리지 뭐.  


의미부여 너무 하지말자.
휴가가 뭐 별거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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