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취향
감독 아녜스 자우이 (2000 / 프랑스)
출연 안느 알바로, 장-피에르 바크리, 브리지트 카틸롱, 앤 르 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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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막바지에 다다를 무렵
대체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입술을 아플정도로 꽉 깨물고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도 부끄러워서 였을 것이다.
그 영화속에 내 모습들이 들어있어서
마치 내가 까발려 진것처럼 부끄러워서 였을 거다.

말로는 모든 사람들의 우주가 소중하다고 했지만
얼마나 많은 시간동안
내 기준에 근거해서 많은 사람을 평가하고
촌스럽다 치부했는지

세상에 너무 다른 삶의 방식들이 많은데
그 삶의 방식들을 읽어 내는 눈이
내 삶의 방식에 근거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어찌보면 다행이고
어찌보면 괴롭다.

하지만 나는 신이 아니라
안쿵쿵이니까.
모든사람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 보다
내 자신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으니까.

自重自愛
자존감과 자신감
자중자애하는 것이 모든것의 출발이자, 궁극의 완성
타인과 비교하지 말고 온전한 내가 될것.

3월의 첫날,
일요일 아침 한산한 서대문을 지나며

눈부신 봄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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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
감독 이충렬 (2008 / 한국)
출연 최원균, 이삼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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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낭소리를 처음 알게 된건 얼마 전 회사 동료가 메신저를 통해 보내준 워낭소리 예고편 때문이었다.

40살 먹은 소(보통 소의 평균수명은 13살이랜다), 40여년을 소와 함께한, 소때문에 살고 소때문에 일한다는 할아버지. 영화도중에 나오는 ‘소가 사람보다 나아’라는 할아버지의 말처럼 이 영화는 소와 할아버지의 우정을 다룬는 것이란 느낌이 강하게 들었던 예고편이었다. 40살 먹은 소가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을 흘릴 때, 사무실에서 이어폰을 끼고 예고편을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같이 울어버렸다.

 

설 연휴 전날, 토요일 오후. 역시 명절때의 서울은 한산하구나.. 하며 넓은 광화문 대로를 걸어 씨네큐브로 향했다.

평소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영화관, 평소보다 많은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의 관람객들. 워낭소리가 이렇게 인기가 많은 영화였나? 음. 이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알고 온걸까? 마케팅을 잘한걸까? 역시 예고편이 너무 감동적이었나? .  예술영화관에서나 상영할법한 영화인데다 다큐멘터리 영화. ‘우리학교’의 기록을 깰 것이라는 친구의 설명을 들으며 자리에 앉았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보고나서. 수많은 생각에 휩싸였다. 요즘 한창 고민이 많은 시절이라, 아님 워낙에 생각이 많은 성격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굉장히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는 한편의 다큐멘터리였다. 처음에는 예고편에 나오듯 소와 할아버지의 정, 사랑이라는 주제의 선을 이어가려 노력을 하며 보았지만, 그
정선을 이어가는건 그리 쉬운편은 아니었다. 그것은 어쩌면 예고편을 만드는 해석자의 하나의 해석일 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개인적으로 소와 사람의 관계보다 더 눈에 띄었던 것은 할아버지 세대, 그리고 할아버지를 대하는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18살에 시집와서 9남매를 낳고, 지금은 소보다 자기가 뒷전이라며 80이 넘은 나이에 투정부리고 삐지는 할머니. 소와 영감때문에 너무 고생이라며 한참을 투정부리다가도 소와 영감에게 온갖 정을 쏟아내는 할머니. 영감이 죽으면 자기가 뭘 하겠냐며 따라 세상을 떠야겠다 이야기 하는 할머니. 떽떽거리는듯 하지만 80이 넘어서도 활짝 웃으며 그나이에 맞는 애교를 부리는.


 


그녀에게, 또 저들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같이 산다는것, 평생을 함께 보낸다는 것이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사랑일까 오랜 정일까. 아니면 오랜 정듬이 사랑일까. 이제는 그런 구분이 무색할 정도로 어떤 깊은 연결일까. 지금은 전혀 다른 세계처럼 보이는 저들의 관계가 내가 결혼을 하고 나이가 육십이 되고 칠십이 되면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그런 관계일까. 아니면 우리의 세대는 혹은 내 자신은 죽을때 까지 이해못할 그런 이야기 일까. 우리의 할머니 세대, 우리의 어머니 세대, 그리고 나. 어쩌면 그녀들에게 사랑이란, 그녀들에게 결혼이란 어쩌면 전혀 다른 어떤것일지도 모르잖아.

 

그러한 생각은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도 이어진다. 소가 업이라는 할아버지. 그의 고집, 그의 행동에서 어떤 ‘장인’과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 가업을 물려 받는 일본의 작은사업가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어쩌면 이 다큐멘터리는 ‘그 세대’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자 한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 바로 전 감독은 이러한 자막을 올려 보낸다, “자식의 공부를 책임 졌던 그시절 이땅의 소와 아버지들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라고  

 

죽어도 좋아의 한장면도 스쳐 지나가고, 실버를 대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내 주위의 많은 사람들도 스쳐 지나간다. 지금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이 어떤 것일까? 이년전, 스물다섯의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었던 자식들과의 소통이나, 그들의 상실감에 대한 보상. 그러한 것들만이 행복의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시대, 그들의 관계, 그들의 삶이 가지고 있는 수백만 수천만개의 화두 중에 바로 지금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화두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에 대한 매력을 다시금 느낀다. 절묘하고 조심스럽게 누군가의 삶에 들어가기. 바라보되, 끼어들지 않기. 재미있을 것 같지만 답답하고 어려울것만 같은일. 아마도 내가 상상하는것 그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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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정윤수 (2008 / 한국)
출연 김주혁, 손예진, 주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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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아내가결혼했다 보면서
사실 '주인아' 캐릭터에게 꽤나 감정이입이 되었다.

그녀의 '위험한' 생각과 가치관을 같이 한다는 것은 아니고
(아.. 이영화에 대해 이야기 할때, 적정 수위로 이야기 하는 것이 힘들다 ㅋㅋ
잘못말했다가, 큰일날것 같아서 ㅋㅋ)
어떻게 보면 난 이 영화가 꽤나 불편했다.


'바람직한 것' 을 지키려 하는 남자,
'바람직한 것' 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는 여자.

 '바람직하게' 살고있는 사람과
 '삐딱선을 타고' 사는 사람.

내가 공감했던것,
그리고 내가 많이 감정이입을 한 부분은
바로 이런 부분이었다.


어떻게 보면,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다.
나에게도, 내 주위에서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도.


내 자신 안에서도
'규범적인 나'와 '자유분방한 나'는 함께 존재한다.

내 주위엔 평생을 '괴짜'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40대가 있는데,
그와 지내보면 그가 지나치리만치 '규범적'이라는 사실에 놀라기도한다.


요즘 자본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목격하면서,
한편으로 새삼 짜릿한 기분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당연한 것'들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하게된다.


세상에 대해 고민이 많은 요즘.
'결혼'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긴 했지만,
어쩌면 이 영화가 내게 주려고 했던것은
'당연한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라는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

이 영화에 대한 주위에 반응이 별로 좋지 않더라.
앞에서 밝혔듯, 나 역시 이 영화가 내내 불편했다.

사람들은 '당연하다고' 믿어왔던 것에대해
'아니다'라는 도전을 받는것을
불쾌해 하기 마련이니까.


***

근데, 손예진 참 예쁘더라. 히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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