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때가 있다.


그 누구도 나에게
말을 걸지 말았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다.
걸어올 말은 뻔한데
딱히 뭐라 할말은 없고
애써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며
스스로 비참해 지는 그런순간말이다.




모두에게 연락이 끊긴지 일주일만에
내게 할말이 있다며 나를 급히 불러냈던 그녀는
내 질문에 대한 답을 끝까지 하지 않았다.
무언가 이유를 말하는 것이 변명같아서 싫다고 했다.
별수없이 새벽여섯시가 될때까지 나는 내 이야기를 했다.
한밤중에 일부러 조명의 조도를 최대한 높인 그 까페가 부담스러웠고,
조금은 무거웠고, 조금은 답답했고, 조금은 미안했다.

그때 내가 집요하게 질문을 했다면
과연 그녀는 답을 했을까.
그리고 그녀의 문제에서 벗어날수 있었을까.
그녀에게 필요한건 말이었을까 시간이었을까



일을할때 나는 가끔 차갑거나 이성적으로 보인다고 하지만
아마도 잔뜩 겁을 먹거나 흥분한 감정을 어떻게 할줄 모를때 나오는 모습이 아닌가 했다.
자신감에 차있을때에는 오히려 흥분하거나 감정적이 되기 쉽상이니까.


누구나 그렇듯
누군가 힘들어 하거나 상처받는 모습을 보는게 싫은데
요즘 그러한 모습을 너무 자주 보게되어 마음이 안좋다.


오늘도 그런일이 있었다.
누구에게 말을 걸지 말아야 할것 같은 순간말이다.
그래도 직업의 세계는 냉정하기 그지 없어서
말을 꺼내야만 한다. 이럴땐 참 힘겹다.


그는 요즘 본의아니게 비참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나는 그말이 내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참 신선하고, 어른답다는 생각을 했다.




애써 쿨해보이려는 촌스러운 386을 싫어하는 20대 (무엇이 무엇의 수식어일까?ㅎㅎ)
'쿨'이 트렌드이던 시절을 지나 '쿨 한척 하지 않는 것이 진정 쿨'이라는 트렌드도 관찰하며
둘 다 촌스럽다고 치부하던 나.


나야말로 촌스럽기 그지 없구나.


비참한기분이 들었으면 솔직하게 그렇게 말하면 되는거였는데
왜그렇게 수많은 말을 지어내려 했나..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나에게 필요한건 말이었을까 시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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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간 많은 사람을 만났다.
매일의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
한때는 거의 모든 일상을 공유하던 사람,
함께 보낸 시간은 많지 않다 하더라도
날 아껴주는 사람,
날 지켜봐주는 사람.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했다.
꺼내기 싫은 내 이야기와,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는 내이야기.  
뜻밖의 그들 이야기,
오래전 공유한 '어떤 기억'에 대한 이야기,
잘근잘근 씹는맛이 있는 남이야기,
조금은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
이해하고 싶은 이야기,
이해를 구하고 싶은 이야기.
조금은 어처구니 없는 상상같은 이야기.

내게, 그리고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던가.

매일 매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때도 있지만,
그런이야기들은 대개 말을 하면서 성장하거나 없어진다.
진실이 왜곡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면서 생각이 확장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기분이 드는것이다.

어떤 새벽,
특이한 공간구조를 만들어 내던 '인간 박개완'이라는 바에서 문득.
'나 정말 사랑받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인복이 많다는 점쟁이의 말에 한번도 동의한적이 없었는데,
불현듯, 그 말에 공감을 하고 싶어 졌다.  

하지만 그 생각이 외로움을 채워줄수는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새벽여섯시,
담배연기 자욱한 바의 문을 나서며
날씨가 조금만 더 추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 사진은 오래전 설탕빠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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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어떤것이 꼭 바른길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복잡해 보이지만
그속에는 사람과 사람이 있고
그 사람안에는 어떤 우주가 있다고 믿는다.

언젠가 부터,
사람과 사람이 모인 사회보다는
사람안의 우주가 아름다우면
그것으로 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나를 인정하고, 너를 인정하고,
그 남자를 인정하고, 그 여자를 인정하면

그렇게 화가 날것도,
그렇게 복잡할것도 없다.

블라인드 스팟? 편견?
그런게 좀 있으면 어때.

그저,
내 우주를 아름답게 느끼고,
타인의 우주가 아름답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면 된것 아닌가.

그 마음을 가지기가 어쩌면 더 힘들지도 모른다.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가지게 하는것은
어쩌면  신의 영역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에 다가가려는 노력은,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게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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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328
경사마와
한강호프 치킨을 뜯으며,
수다활화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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