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나 자주 갔었던 길이었는데,
가을에서 겨울에 가까운 어느때가 되면
은행잎이 포근하게 쌓이는 그런 곳이라는걸
오늘에야 알았다.


이미지출처 http://blog.joins.com/usr/k/i/kimkuk76/


'그 자리'에 가보고 싶었다.

유독 '그 자리'에는
마냥 설레이지만은 않은,
그렇다고 우울하거나 무겁지도 않은
그런 기억이 많다.
사랑했던 기억
사랑이 성장하던 기억.

그래 그러고 보니,
우리가 '그자리'를 찾을때는
항상 성장통을 겪을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겨울이 급작스럽게 찾아온 오늘,
어쩌다 찾아간 '그자리'

자전거를 탄 할아버지가 운동장을 세바퀴 반을 도는 동안
'그 자리'에 홀로 앉아있었다.
차갑게 식은 카푸치노 거품이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너무 싫었다.

이별하는 것도 성장통일까.

잠깐,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은행잎이 회오리를 일으키며 떨어졌다.
마치 우박이 떨어지는 듯한 소리를 내며..  

어떤 축제의 한가운데에 홀로 서있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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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닌데,
엄마에게 받은 반지를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끼고 있었다.

금의 순도가 너무 높은것인지
볼품없이 찌그러진지 벌써 몇년째인데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너무나 딱 맞아서
불편하지가 않았다.

오늘,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 있던 반지를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으로 옮긴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그러고 싶었다.

허전하다.
아프다.
그리고 성가시다.

허전한 왼쪽 네번째 손가락에는
볼품없는 하얀 자국이
쓸쓸히 남아있고,

성가신 오른쪽 네번제 손가락에는
볼품없이 튀어나온 살이
불편하다고 아우성이다.


익숙해 질거야.

왼손 네번째 손가락은
튀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선탠을 할거야.
언제그랬냐는듯
하얀 자국이 없어지고야 말겠지.

오른손 네번째 손가락은
반지의 크기에 맞추어
다이어트를 시작하겠지.
또 모르지.
오른손가락에 맞춰 주려고 반지가 먼저 찌그러질지도.

그렇게.
익숙해 질거야.
언제 그랬냐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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