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언젠가 부터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해야한다고 오기를 부렸다라는 나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떠나게 된 결정적 계기 또한 나의 ‘그 말’ 때문이라고 했다. 


3개월, 헤어지고 3개월

3개월 동안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 이유가 내 안에서 무수히도 많이 바뀌었다. 어떤날은 이유가 없기도 했고, 어떤 날은 이유를 만들어야 하기도 했다. 어쩌면 가장 명쾌한 답은 어떤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이 말했듯 각자의 한계일지도 모르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에 대한 한계인지 똑 부러지게 설명할수가 없었다. 


어찌되었건 3개월이 지난 지금 나는 물었다. 사랑해야한다고 오기를 부리는 것은 사랑이 아니야?


스무살, 풋풋하고 귀여웠던 사랑이 싱겁게 끝나버렸을때 나의 마음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보다, 그를 너무너무 좋아하고 있는 나를 사랑하고 있었던것 같아.”


그때 나는, 사랑이 모두에게 똑같은 방식이 아니라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처음이고, 지금이고 가장 견디기가 힘든것은 그가 그리는 미래에 내가 들어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별 후 가장 이별을 절감하는  순간이 있다면, 나의 미래설계에 나도 모르게 그의 모습이 들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때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들때마다 언제쯤 그 사랑을 잊을 수 있을까 조급증이 생기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가 함께 만드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사랑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5년이라는 시간동안, 우리에겐  ‘ing’ 만큼이나 ‘will’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 더 사랑 해야한다고 오기를 부려야 했었는지도 모르고, 

어쩌면 서로에게 미안해 하듯이 서로가 더 ‘ing’형으로 사랑받을 수 있는 시간들을 놓쳐버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사랑해야한다고 오기를 부리는 것 또한 우리 관계에 맞는 사랑의 방식이었는지도 몰랐다. 

어쩌면 나는 지금도 사랑해야한다고 오기를 부리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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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꿈을 꾸었다.
따뜻하고 포근하다.

설레임도, 웃음도, 미운마음마저도 따뜻하다.

꽉 다잡은 마음이
어느순간 흐트러 질까봐
어느날 부턴가
내 마음이 변명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설레임도, 웃음도 없고
미운마음은 차가웠다.

그러다 꿈을 꾸었다.
사랑하는 꿈
따뜻하고 포근한 꿈

나의 마음에 나의 몸 어느 구석에
잠자고 있던 익숙한 기억들이 되살아나
편안한 상태가 되었다.

꿈에서 깨고 싶지가 않다.
꿈에서 깨고 싶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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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후회 _ 황지우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내 가슴속엔 언제나 부우옇게 이동하는 사막 신전 ;

바람의 기둥이 세운 내실에까지 모래가 몰려와 있고

뿌리째 굴러가고 있는 갈퀴나무, 그리고

말라가는 죽은 짐승 귀에 모래 서걱거린다


어떤 연애로도 어떤 광기로도

이 무시무시한 곳에까지 함께 들어오지는

못했다, 내 꿈틀거리는 사막이,

끝내 자아를 버리지 못하는 그 고열의

神像이 벌겋게 달아올라 신음했으므로

내 사랑의 자리는 모두 폐허가 되어 있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젊은 시절, 내가 자청한 고난도

그 누구를 위한 헌신을 아녔다

나를 위한 헌신, 한낱 도덕이 시킨 경쟁심 ;

그것도 파워랄까, 그것마저 없는 자들에겐

희생은 또 얼마나 화려한 것이었겠는가


그러므로 나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다

그 누구고 걸어 들어온 적 없는 나의 폐허 ;

다만 죽은 짐승 귀에 모래의 말을 넣어주는 바람이

떠돌다 지나갈 뿐

나는 이제 아무도 기다리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나를 믿지 않으며 기대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는 세상을 보다가 찾아본 시.


이 시에 무척 공감을 하면서도

과연 슬픈일인가. 다시 되물어 본다.


누구나 성인(人)이 되어야 하는 걸까.


사랑이라는게 무엇일까.

누구나 자기중심적이 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닐까.

그를 사랑하는 걸까, 내가 사랑하는 그를 사랑하는걸까

그를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사랑하는 걸까.


김성원 작가님의 책에 쓰인 문장처럼

나보다 남을 더 사랑하기란 얼마나 힘든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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