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도 별로 재미가 없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그 원인이 무엇일까 계속 생각하다가, 요즘의 내 삶엔 별다른 목적이 없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강의를 새로 시작했고, 정말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일을 해야 하는 현장으로 다시 돌아갔고, 


경제적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었던 대학원생 시절과는 달리, 통장에는 적지않은 월급도 꼬박꼬박 쌓이고 있다. 아주 굉장하게 잘 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문제가 생기지도 않을 정도로 주어진 일들을 쳐내고 있다. 그런데 그 어떤 일에서도 재미도, 만족감도, 배움도 별로 느끼질 못하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멀티 일때 보다 무언가에 올인 할 때, 그리고 그 무언가를 함께 하는 이들과 커먼그라운드가 두터울 때 그 일을 정말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돌이켜 보면 난 대학교 때는 동아리 친구들과, 일을 할 때는 회사 동료들과, 대학원에서는 공부를 함께 하는 동료들과의 관계에 내 관계적 노력의 상당한 부분을 쏟았다. 아마도 내가 상당히 일을 중요시 하는 사람인 동시에, 함께 일하는 혹은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관계적 안정성이, 그로부터 파생된 일종의 공감대 같은 것이 그 일에 대한 성취도와 만족감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걸 막연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일테지.


이러한 사실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 것은, 올 봄부터 조금은 새로운 삶의 형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이다. 새로운 일들을 시작 하면서 함께 일하거나 일의 대상으로 만나야 하는 사람들의 수는 극적으로 늘어난 대신, 나는 그 어떤 집단에나 대상에도 온전히 책임감을 가지거나 그 관계들 속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날들이 많아졌다.  


사실 그 누구도 내가 다른 사람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거나, 관계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행동을 해야한다고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누구도 변한 내 모습을 탓하지 않았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에게 내 변화는 관찰되지 않았거나, 별 문제가 되지 않은 것일테지. 내가 느끼는 이 문제는 온전히 나 스스로 느끼는 것에 가깝다. 나라는 사람 자체가 관계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보니, 겉으로 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어 보이는, 오히려 이전 보다 더 상황이 나아보이는 이러한 삶의 상황에서 혼자 갈길을 잃어버린 어색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런데 곰곰히 생각해보면, 적어도 몇년간은 지금과 비슷한 삶을 살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 조건에서 내 에너지를 최적화 하여 쓸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아무리 생각해도 일단 연애를 통해 시큐어베이스를 확보하는 게 답인 듯 .... ㅋㅋ), 이번 학기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에너지를 엄한데 다 허비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이렇게 경과를 써놓고 보니, 다음 학기는 이번 학기보다 훨 수월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 조금 안심이 되긴 한다. 나는 인간의 적응 능력이 어떤 시절이든 비슷한 정도로 유지된다고 생각하고, 나의 적응력도 평균 이상은 된다고 믿고 살고있으니. 아마도 본능적으로 동기 부여를 위한 무의식적인 장치를 만들어 내겠지 ㅋㅋ 


삶이라는게 늘 이제는 좀 알겠다 싶다가도, 별 것 아닌 것 같은 일에 미궁으로 빠져든다. 신념이랄게 부재하고 변덕이 죽끓듯 하는 나란 사람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기에, 아마 앞으로도 미궁으로 빠졌다가 헤어나오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하리라는 것을 머리로는 받아들였지만, 사실 뭘 이렇게 어렵게 사는건가 싶어 답답하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나인걸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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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쓰다보면 스스로 답이 찾아지는 신기한 일기쓰기 시간


역시 기승전자기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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