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가 불편하고 문제를 지적하고 싶을 때를 살펴보면, 그 문제의 발견이 대개 내가 가지고 있는 나름의 이상적 세계관에 기반하는 경우가 많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세상이, 일이, 관계가 제대로 돌아가는 상태에 대한 내 나름의 가설적 세계가 존재하고. 그 세계를 궁극적으로 달성하는 데 있어, 지금의 현 상태가 가진 문제나 위협요소가 눈에 들어오는 식이다.

그러고 보니 문득 비판이론 학파에 대해 배우면서, 이상적 세계를 기준으로 비판을 해야 한다는 그들의 문제의식에는 십분 공감하나 그들이 비판의 기준으로 삼는 이데올로기에는 확신이 없거나 공감이 안되었던 일, 그래서 비판이론학파가 내 스타일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던 기억이 났다.

어쩌면 굳이 합의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자기 나름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에 기반하여 세상을 비판한다. 그 이데올로기의 너비와 깊이가 사람마다 다르고, 종종 사안마다 적용이 되는 이데올로기가 다른 것 처럼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왠지 그러한 사람들의 경우에도 이데올로기가 특정 사안에 대한 판단으로 작동할 때 어떤 면에서건 일관성이 작동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일관성이라는 것이 사고 내용의 일관성일 수도 있지만, 내용에 상관없이 누구의 말을 믿고 누구의 말을 믿지 않는가에 대한 일관성일 수도 있고. 어떤 이슈에 반응 하는가, 어떤 이슈에 반응하지 않은 가에 대한 이슈반응의 일관성일 수도 있고.

가령 정치적 이슈에 대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판단은 자유주의-보수주의의 이데올로기적 사고 내용에 기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의 판단 경향성에 일종의 패턴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정당이라거나 지역 등 소속이라거나 부여된 권위 같은 것들에 우선하는 판단들은 얼마나 뚜렷한 차이들을 보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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