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세의 책을 모로코에 들고 온 것은 정말 잘 한 일인것 같다. 싯다르타는 20대 초반에 굉장히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고, 데미안은 청소년 권장도서였던 덕분에 청소년 시절 부터 몇번을 읽어보려 노력했지만, 한번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던 책이다. 


드디어 공감이 가능했던 #데미안 속의 이야기들은 최근 몇년간의 내 고민들과 상당히 연결되어있다고 느꼈는데, 그래서 어딘가 모르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청소년기를 이제서야 지난게 틀림없다. (나름 100세시대에 대비한걸로 치자 ㅋㅋ)


35세에 다시 읽게 된 #싯다르타 에서는, 20세때 결코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청소년인 아들을 두고 싯다르타가 괴로워 하는 장면들. 그러나 그러한 경험들도 곧 수행이라고 깨닫던 장면들. 지난 겨울에 막둥이랑 둘이서 치앙마이에 살다 온 이후로, 누군가의 부모가 되는 것, 책임을 가지는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다. 더 나 답게 살기 위해서 관계를 제한하기 보다는, 어떤 내가 가능한지를 책임을 갖는 관계 안에서 경험해보는 것이 나라는 사람이 더 선호하는 삶의 방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관계야 말로 가장 밀도있고 과격하게 알을 깨는 경험이 아니겠는가! 불과 2-3년전엔 그게 정말 너무 무서웠는데, 나 마음이 정말 건강해진것 같다. 

'고요하게빛나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혼자  (0) 2018.06.08
이별편지 feat. 쇼윈도자매  (0) 2018.06.08
모로코, 페스  (0) 2018.06.08
아멜리에  (0) 2018.06.08
한 사람의 모순에 대해 평가한다는 것  (0) 2017.02.20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