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728




온전히 혼자 사는건 정말 오랜만의 일이다. 나를 닮은 공간을 가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다! 동거인이 떠나서 아쉬운 것과 별개로, 혼자 쓰는 공간이 생긴다는 것에 동생이 가기 전 부터 사실 굉장히 들떴었다. (해삼이 미안…) 서랍과 창고에 의미없이 쳐박아 두었던 쪼꼬미 장식품들을 꺼내어 제 자리를 찾아주고 보니, 나는 불과 빛과 관련된 소품들을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서른다섯이 되어서도 새삼 깨닫게 되는 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흥미진진한가 ㅋㅋ 난 할머니가 되어서도 이럴듯 ㅋㅋ)


이십대 내내 혼자 살다가 다시 가족들과 잠시 함께 살게 되었을 때, 혼자 살던 시절의 내가 굉장히 외로웠음을 그제서야 깨달은 적이 있다. 살을 부대끼며 산다는 게 굉장히 귀찮은 것인 줄만 알았지, 그 자체가 주는 안정감이 있다는걸 비교대상이 없던 어린 시절에는 알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내가 독립적이고 주도적인 여성일 것이라는 많은 사람들의 오해와는 반대로 ㅋㅋ 난 굉장히 관계 지향적일 뿐 아니라 관계에 따른 영향을 엄청 받는 사람이라는걸 서른쯤 되어서야 인정하게 됐다. - 아, 그럼 혼자사는게 차라리 낫나! ㅋㅋ


그래서 요즘 ‘혼자’에 대한 나의 감정은 매우 양가적이다. 외로움이라는 느낌을 다차원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동시에, 이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조금이라도 더 만끽하고 싶은 내가 공존한다. 한밤중의 내 방의 불빛과, 냄새와, 소리가 정말 좋아서, 자꾸만 잠에 드는 시간이 늦어진다. 방학이라서 정말 다행이야.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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