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책 어때?"

"음.. 이책을 읽다가 몇번 짠-했던 순간이 있는데 말이야,
그 순간의 느낌을 비유하자면 이런거야.

왜, 그럴때 있잖아.

'오래전에 헤어진 그 사람이
그 시절의 나를 너무 많이 사랑했었구나.'
하고 어느날 갑자기 깨닫게 될 때.

그래서 갑자기 짠해질때 있잖아.
딱! 그느낌이야. 더도말고, 덜도말고."




누군가와 이책에 대해서 이야기 하게 되거나, 그 책에 대해서 물어오면
항상 나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무슨 이런데까지 연애이야길 들먹이냐며 오버한다고 욕도 좀 먹었지만 (ㅋㅋ)
사실, 이 책에 대해 아니 그보다 이 책을 읽은 나의 느낌에 대해
이렇게 표현하는 만큼 정확하고 공감할 만한 표현을 찾기 힘들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 책에는 '답'이 없다.
앞으로 우리가 같이 고민하고 정리하고 해결해나가야 할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문제'라는 것이 키워드만 놓고보면 또 그이야기가 그이기인가 싶은데,
찬찬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결코 뻔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 
그는 지식인들과 그의 동지들에게 끊임없이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문제라고 이야기하고 있던 것들. 현 시점에서 다시한번 문제를 재정의해봅시다.
더 알기 쉽고 공감되게 표현해 봅시다.
우리의 방법론이 실패라면, 새로운 출발점에서 방법론을 찾아봅시다.
우리가 같이, 다른 방식으로 풀어봅시다.'

그리고 관점과 출발점을 달리하자는 주장의 배경에는
지난 날 대통령으로서의 고민, 그가 이루고 실패했던 것에 대한 비교적 솔직한 평가,
나라와 국민에 대한 관찰과 통찰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과 사랑이 있다.
그래서 그의 주장은 더 힘이있다.

“민주주의와 진보의 미래는 국민이 생각하는 것만큼 갑니다.” - 노무현

 
많은 유명한 사람들은 죽기전에 그가 인생에서 얻은 깨달음과 답을 정리하지만
그의 마지막 책은 그 깨달음과 답이 고민과 질문의 형태로 정리되어 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내 기준에서 보면 정말 노짱 다운 일.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촌스럽지 않았던 정치인.



2009년 11월 27일 ... 1부 '진보의 미래'는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쓴 육필 원고다. 대통령은 생전에 이 땅의 민주주의와 진보를 위해 한 권의 책을 엮고 싶어 했지만, ...



이 책을 읽으면서,
같은 시대를 살며 고민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참 멋진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노짱과 같은 사람이 있었다는 것 또한 고마운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어릴때 부터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이라는 질문에 대답을 못했었는데,
언젠가 부터 노짱이라고 대답을 한다.
이런말 하면 좀 부끄럽기도 한데,
사실 대통령 선거때 선거권 조차 없었던
정치와 대통령은 나와 전혀 상관이 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내가
그의 팬이 된 것은 그의 퇴임 무렵 나온 참여정부 정책백서를 보고나서부터였다.
내가 사는 세상에, 정치에, 근-현대사에, 사람들의 행복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된 것도
그 무렵 부터였다.

그를 더 빨리 알지 못해서,
그가 너무 빨리 대통령을 해버려서,
그가 너무 빨리 하늘나라로 가버려서,

슬프긴 해도 아쉬워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가 던진 고민과 질문이면 충분하다.
그 다음은 그것을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갈 사람들의 몫이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지만
그 강물은,
모두가 생각하는 것 만큼의 속도로 흐르기에.






+ 아래는 얼마전에 읽고서 엄청 공감했던 에고잉님의 글!

by (egoing) | 2009/11/28 09:26

그들은 노무현을 살해함으로써 증오와 무관심 속에 나를 감금시킨 것이다. 난 비릿한 감옥 속에서 전에 없던 평화를 찾았고, 정기적으로 감옥을 설계한 자들에게 최상급의 욕설을 퍼부으면 되는 것이었다. 스타마케팅이란 이렇게 초라한 것이다. ...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들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나는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우리는 노력해야만 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의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에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_작가의 말, 『세계의 끝 여자친구』



언젠가 부터, 소설은 잘 안읽었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새로운 '이야기'들을 읽었다.

교보문고에서 책을 들고 보다가
책 뒷면에 나와있는 작가의 말 (위의 글) 을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그날 집에 돌아가는 길, 멍하게 있는 시간, 잠들기전, 친구와 마주할때
시도때도 없이 저 구절이 떠올라서 몇번이고 마음이 짠했다.

세계의 끝, 여자친구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작가가 쓴 중,단편 소설 모음집이다.
매번 작가는 흥미로운 상황을 만들고 그 속에서 요즘의 고민을 이야기 한다.
이야기는 흥미롭지만, 이해하려 노력하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좋은 작가가 있다는 사실은
이토록 반갑고 고마운 것이로군.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만 십오 년, 김연수 작가는 여섯 권의 장편소설과 이번에 출간 된 네번째 작품집 <세계의 끝 여자친구>까지, 소설로만 열 권째 작품집을 ...





굿바이, 게으름!
스물일곱, 터닝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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