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다.
오랜 터널을 지나, 바로 몇 미터 앞에
햇살 그득한 아침을 맞이하는 느낌이다.






몇달전의 나는
대상도, 이유도없이 원망을 해댔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일들은 도저히 내가 감당해 내기엔 힘들어 보였었고
왜 하필, 이렇게도 아픈시기에,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온 내게 한꺼번에 수많은 일들이 겹쳐서 일어나는 것인지
누구라도 원망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내가 더 이상 다치지 않게 하려고
나는 수도 없이 이해하려고 노력을 했다.

떠나간 남자친구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아빠와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했고,
사장님과 동료들을 이해하려 노력했다.

이해가 안될것도 못할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마음이 무거운건 어쩔수가 없었다.
이해를 한다고 해서 상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계속 내 자신과 직면해야 했던 지난 주말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해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은것은
끝까지 나는 정당하고, 상대방이 지금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라는
전제가 있었던것 아닐까?

어쩌면 끝끝내 나는 아무런 문제도 잘못도 없다고 생각하는
오만함인지도 몰랐다.

아니 조금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나도 그들도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그들만 변하면 나의 문제도 해결될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이해해야한다는 강박속에서
마음이 아픈 것도 모르고 그렇게 몇달을 지냈다.



스물일곱의 5월
거짓말처럼 스르르
꼬이고 꼬인 실타래가 풀리는 듯한
마법같은 5월 

근육통이 생길 정도로 안간힘을 쓰며 숨겨왔던
나를 직면하고, 꺼내고, 흘려보내고 나니,
그 자리에 용기가 채워지는 것이 느껴진다.

“변화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의 원천은 고마움이었다.
기다려주고 지켜 봐준것에 대한 고마움
변함없는 기대를 가져 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커다란 사랑을 보여주는 것에 대한 고마움

내게 조심스럽게, 때론 상처받은 눈으로
걱정과 따끔한 충고를 해준 사람들과,
그들의 커다란 사랑을 미처 알지 못했던
미안한 마음도 그 속엔 있다.


다시, 스무살의 내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싯다르타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그것은 제대로 난 길이었어’

몇달동안 힘겹게 버텨왔던 그 길고긴 터널이
어쩌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부터 내 자신의 변화를 추동하기 위해 마련된
어떤 기회였던 것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고마워요. 눈물이 날 정도로.



 (아.. 나 요즘 정말 은혜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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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의 5월,
마법같은 5월이다.

훌쩍 나이가 든 어느때에,
나는 아마도 스물일곱의 5월을
내 평생 가장 빛나는 시절 중 하나로 기억하게 될 것 같다.

고마워요,
그리고 사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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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어떻게 표현해야 내마음이 전해질지 모르겠어요.
스물일곱의 어린이날,
유난히도 바알간 노을을 보면서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움을 느꼈답니다.





사진은 2004년 여름, 노몽이
아. 바다보러가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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