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nbow
Rainbow by jakerome 저작자 표시비영리동일조건 변경허락



'토성은 정체성을 상징하기도 하는 행성이예요. 이 행성은 30년을 주기로 도는데, 당신의 경우 작년이 토성이 1년째 되는 해였어요. 아마 작년 초 부터 올해 초까지 당신은 굉장히 힘들었을 거예요. 대체로 이 시기는 정체성의 대 혼란을 느끼는 시절이거든요.심한경우 이 시기에 자살충동을 느끼는 사람도 있답니다'


나는 점 보는것을 정말 좋아한다. 뭔가 힘든일이 있거나 답답한 일이 있어서 점장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누가 어디 누가 타로를 잘본다더라, 누가 사주를 잘 본다더라 하면 꼭 한번 찾아가본다. 그때 느끼는 맨 처음의 감정은 '호기심'이다.

 딱히 어떤 점장이가 미래 예측을 잘 한다거나 내 과거를 귀신같이 알아맞춘다고 해서 감동하거나 하진 않지만, 점을 볼 때 가장 즐거운 순간은 나의 행동이나 감정을 해석하는 새로운 관점, 새로운 구조, 새로운 앵글을 발견해 낼 때인것 같다. 같은 글자 여덟개를 앞에 적어두고, 점장이 마다 자신의 사고구조나 경험에 의해 다른 해석을 하는 것도 재미가 있는데, 가끔은 내가 그들의 분석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 모두가 나의 연구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특히 점을 봐주면서 자기이야기를 곁들여 하는 점장이들이랑 이야기 나누는게 재미있다.

 어쩌면 태왕사신기 같은 드라마에 등장하는 신녀들의 역할은 티비에서 처럼 신과 대화하는 역할이 아니라 왕과 대화하는 역할이 주된 것 아니었을까. 커다란 결정을 해야하는 사람들에게 어떠한 문제를 자기 중심적으로만 보지 않게 위에서 혹은 아래에서 왼쪽에서 아님 오른쪽에서 볼 수 있게 하는 가이드를 주는 역할이 아니었을까. 다른 입장에서 본다는 것, 관점을 다르게 본다는 것이 때때로 얼마나 다른 결과를 가지고 오는지 우리는 작고 사소한일에서부터 큰일에서 까지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앗. 또 서설이 길어졌군.
(항상 글을 쓰기 시작하면 처음 의도와 전혀 다른 글을 쓰게 되는데 이런것도 재미가 있다. )

 어찌되었건, 며칠전에 만난 점성술가가 (왠지 그분은 이렇게 불러줘야할것 같다 ㅋㅋ)  '토성의 1주기' 이야기를 꺼낸것이 너무너무 재미있었다.

 얼마전에 내 나이 스물여섯, 스물일곱살에 찾아온 길고 막막했던 사춘기의 발단이 대체 무엇이었을까..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본적이 있었다.

1) 너무 오랫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못해서 였을까.
2) 뚜렷한 성취를 가지지 못한 채 현실에 안주하고 있는 내모습을 발견하서였을까.
3) 이별을 인정하지 못해서 혹은 그것을 제대로 풀지 못해서였을까.
4) 아님 정말 우연히도, 모든 불행이 한 시기에 내게 닥쳤던 것일까.
5)
....

그러다가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길지 모르겠지만, 베를린장벽이 무너졌을때 나는 정말 종교가 필요했어요' 라고 말하는 김작가님의 말을 듣고 '아.. 그래! 내가 작년 사월엔가 보게된 광우병관련 이미지 하나를 보고나서 부터 완전 패닉에 빠졌었지.그때 나는 심리학으로 진로를 결정했다가, 다시 사회학을 공부해야할까 하고 한참을 고민했었어'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노짱서거 직후 월요일 늦은 회의를 끝내고 문광부 옆길을 걸으며 백샘이 '이상하게 시기가 맞아 떨어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엠비가 당선된 직후부터 알수없는 우울증이 생겼어요' 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어쩌면 내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의 문제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토성의 1주기'라니! 이렇게 신비한 이유가 나의 목록에 추가되다니! 나의 사춘기, 이십대 중반의 나의 우울을 설명하는데,이토록 그럴싸하고 운명적인 이유를 생각해 본적이 없다. 사실 정말 많이 힘들었던 시기에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 엄청난 위로가 되었을 것 같은데, 지금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너무 재미있고 즐거워 져서 자꾸만 피식 피식 웃음이 나왔다.

앞으로 누군가에게 나의 두번째 사춘기나, 스물일곱의 5월을 설명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나는 이렇게 말할테다.

'내가 스물여섯살때 두번째 사춘기가 찾아왔었어. 쉿! 이건 비밀인데 말이야. 그땐 30년 주기로 태양계를 도는 토성이 1주기를 맞이하는 해였거든. 대 혼란이었어. 토성은 정체성을 상징하는 행성이라고 하잖아. 돌이켜 보면 열여섯살때 보다 더 예민하게 세상과 사람들에게 반응하던 시절이었어. 그땐 한없이 작고 무기력한 내가 화가날 정도로 미웠었는데 그렇게 한시기를 보내고 나면  내 자신이 너무 사랑스러워지는 시기가 찾아와. 나의 토성이 드디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는 뜻이지! 내가 쉰여섯살이되면 또한번 사춘기가 찾아올까? 쉰 여섯살의 사춘기라. 아.. 기대되기도 두렵기도 하다. 쨋든 토성! 정상궤도 진입을 축하해!'

 
스물여섯살의 토성이 나에게 알려준 것 중 가장 놀라웠던 것은.
인간은 정말 위대하다는 것. 그리고 그것의 중심은 생각하는 힘이라는 것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데카르트의 말이 어느날 갑자기 조금 이해되기 시작했다는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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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쿵쿵,
잘하고 있어.

이상에 좌절한 다음에 수도없이 합리화를 하면서
나 어릴땐 꿈이 있었다며 씁쓸해 하지 않을거야.

이상을 추구하는 것도
좌절하는 것도
합리화를 하는것도
다시 꿈을 꾸는것도

그것이 다 사람 모습이라며, 그리고 그것이 내 모습이라며

때로는 베테랑 공무원 아저씨처럼 어깨툭치며 웃고 슬쩍 넘어가기도 하고
때로는 어르신들과 싸워야 하기도 해야된다는 것을 알고

욕하고 미워하면서도 사랑하고,
사랑할수록 내 감정을 드러내보일줄 아는
그런 어른이 될래.


최근에 부쩍 '세대'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내 자신을 관찰하다보니까
겉으로는 386을 이해하게 되었다 이야기 하면서도
한편으로 누구 말 마따나 '세기의 왕따'인 우리세대의 문제가
절대 나를 비켜가지 않을거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게되어서 힘들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자꾸만 불만의 신호를 보내고있다는 것도

어제 자전거를 타는데 문득 억울한거야
스물일곱, 한창의 나이에 고작 하고 있는 생각이
사회구조나 역사에 대한 불만이나 소심한 비판이라니

머릿속에 있던 재미있는 아이디어나
길가다가 본 신기한 것들
사실 그런 소소하고 유쾌한것들을 즐기기에도 바쁜데
그런것들 다 어디 갖다 팔아버리고
왜 자꾸 진지해지냐고.
촌스럽게

평가가 많고 말이 많아 판단 유보가 많은 시절에는 그 어떤일도 잘 안된다는 것을
그 어느때 보다 잘 느낄수 있는 시절에 살고있어서 그런걸까.
지금은 백마디 말, 천가지 생각 보다는
그냥 작고 시시한 것이더라도 해버리고 '내가 깃발 꽂았다.'라고 외치는게 더 중요한 때인것 같아. 

또다시 백마디 말과 천가지 생각이 중요해지는 시절은 돌아올거야.
그치만 지금은

그렇게 하고 싶어.
그렇게 할래. 용기를 내어!
그리고 지금도 잘 하고 있어.

화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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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쿵쿵, 안쿵쿵, 안쿵, 쿵, 앙큼쿵, 쿠웅~, 안사람 

어느 나른한 오후에 도착한 문자한통
'부시맨, 그들의 부족명이 쿵이래. 사람이란 뜻이란다'

우히히 왜그리도 웃겼는지 그리고 어쩜 이리도 맘에 드는지
원시적인, 노마드적인 삶을 좋아하는나.
아.. 그리고 그 뜻이 사람이라니!!

(다시한번 내 평생의 별명을 지어준 장지희오라버니께 감사하는 마음을 혼자서 가져봄)

그렇기에 인류학자들은 수렵채집부족을 찾아다니며 사람들의 과거와 뿌리를 연구하였지요. 그 가운데 칼라하리 사막 도베지역에 사는 !쿵족은 관심을 끌지요. 지구에 몇 남지 않은 수렵채집생활을 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인류의 가장 오래된 조상의 직계 후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쿵족은 영화 <부시맨> 때문에 널리 알려진 부족이지요. 그러나 부시맨은 낮잡아 부르는 말로, 생각 있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쓰지 않지요.

먼저 !쿵족에서 !쿵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짚고 넘어가죠. '!음'은 치조구개음(齒槽口蓋音)으로 사람들이 아이를 어를 때 혀끝으로 입천장을 차면서 '딱딱'하고 내는 소리와 비슷해요. !쿵족은 딱쿵족이라고 발음하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비슷할 거예요.

한 남자하고만 있겠다고? 우린 그렇게 안 해! [서평] 수렵채집사회에서 여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니사>



부시맨이라고 하니까 좀 웃기긴 해도
쿵족 이야기를 알고 나니 아 뭔가 안그래도 사랑스럽던 내 별명이 이백배는 사랑스럽다.

그리고 나를 '안사람'이라 부르며 좋아라 하는 어진킨사이다의 모습도 욱김 ㅎㅎㅎ


2. i chaos i

사실, 이 아이디에 대해서 한번도 꺼내어 이야기 해본적이 없다.
가끔 아이 사이에 카오스가 있는것이 흥미롭다라던가 하는 등의
뭔가 심오한 뜻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성 발언을 하는 몇몇의 사람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 뭔가 있어보여서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같은 책을
일부러 품에 안고 다니던 그런 촌스럽고 어렸던 나름은 아름다운 시절에
뭔가 있어보이는 아이디를 만들고 싶었노라고, 말하기는 뭔가 부끄러웠던거다.

사실 ichaosi는 '혼란의 절대값'이라는 뜻이었다.
어릴때 부터 궤변을 늘어놓길 좋아라 했던 나는
어느 햇살이 눈부셨던 날에 그 말을 생각해 내고 좋아라 했었다.
근데 정말 아직까지도, 아니 어쩌면 영원히 저 한글을 해석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이 어이상실의 기분을 뭘까 ㅋㅋㅋㅋㅋㅋ
(아. 솔직하고 쿨한척 이 글을 쓰면서도 자꾸만 부끄러워 글이 어그러진다 ㅋㅋ)

노짱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고 일주일동안
대혼란에 빠져있던 나는 하루에도 몇번씩 타이핑 하는 내 아이디를 써놓고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십년도 더 전에 만들었던 아이디가
꼭 지금 내 마음과 같다. 그랬더니
진영이 이렇게 말했다.

'왜 님은 두명의 아이 사이에 혼란을 두고 사는겨. 왜 사서 고생이니 정말'

음. '혼란의 절대값'보다는 훨씬 설득력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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