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사들은 새로운 지역에 방문하면 그곳의 시장을 방문해 본다고 한다. 시장을 방문해 보면 그 지역 사람들의 입맛이 어떤지 금방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여행객이 부쩍 늘었다는 뉴스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 우리의 전통시장도 여행객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 그러고 보면 시장만큼 그 지역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곳이 있을까 싶다. 전국의 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면 순대국밥이나 국수처럼 전국적으로 인기가 있는 아이템을 확인하는 한편으로, 강원도 지역 시장의 곤드레 나물과 수수부꾸미, 벌교장의 꼬막처럼 그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지역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연상하게 하는 아이템들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다.

  제주도의 시장을 방문 했던 날, 나는 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종류의 모자와 두건, 그리고 마스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시장에서 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알록 달록 예쁜 모자들을 마주하니 한국지리시간에 습관적으로 외웠던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은 제주도’가 떠오른다. 그러자니 옆에 있는 친구가 ‘제주도의 햇빛은 육지 햇빛보다 아주 강렬해서, 낮에 밭을 매러 나갈 때 머리를 가려 주지 않으면 안돼’ 라고 귀띔한다. 예로부터 돌과 바람과 여자가 많기로 유명한 제주도, 우리나라 남쪽 끝 더운 섬나라. 바람과 함께 달려드는 돌조각이 따가워서, 아님 뜨거운 태양을 피하고 싶어서 제주도의 여인네들은 어여쁜 모자와 어여쁜 두건과 어여쁜 마스크를 만들었겠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