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의 가방엔 책이 많았고, 이원의 캐리어엔 어떤 순서로 발라야 하는지 헷갈리는 화장품들이, 내 가방에는 알록달록한 천조각들이 가득했다. 이렇게 다른 아이들이었다. 11년을 알고 지내면서 우린 정말 달라.라고 종종 말하곤 했지만 셋이 함께 여행을 하면서 새삼 정말 다르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그리고 대체로 여행중 빵터지거나 만족스러운 순간들은, 서로 다른 각자가 신나서 벌인일에 함께 신나거나, 늘 뜬금없이 시작되고야 마는 인생수다(라 쓰고 워크숍이라 읽는다) 시간들이었다. 세상에 대해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가진 우리라서, 따로 또 함께 차곡차곡 누적해온 기억들을 공유한 우리라서 참 좋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우리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낸 곳은, 불교가 국교인 나라이지만, 하루에 몇번이고 온동네에 이슬람 기도 시간을 알리는 아잔 소리가 울려퍼지는 태국 남부 끄라비의 한 마을이었다.


작년 성탄절에 힌두사원이 포함된 불교사원에서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던 밤에, “오늘 밤 처럼 내년에도 조화로운 한해가 되길, 나 다움을 유지하면서도 타인과 조화를 이루는 내가 되길, 그러나 나와 타인과 조화를 이루기 위해 자기를 속이거나 숨기지 말기를, 그런 삶이 가능한 사회가 되기를” 기도했었다. 올해는 나의 관계들 속에서 내 기도를 스스로 실천하며 살았구나, 새삼 뿌듯해 졌다.


모두들 수고 많았어. 올 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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